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부터 오는 10월 중순까지 건설·제조·용역사업자 10만 명을 대상으로 불공정 하도급 거래 실태조사 중이다. 연례행사라 과연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두고 볼 일이지만 기대를 걸어본다. 사실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게 불공정 하도급 실태이다. 유형이 다양하고, 생명이 끈질기다. 제재를 가하면 다른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머리를 내민다. 마치 두더지 게임 같다.그중 하나가 이행보증서를 이용한 갑질이다. 대금 지급보증과 공사 이행보증은 계약의 기본이며 상호 신뢰의 징표이다. 이를 이용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든지 갑질
지난 6월 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는 국민에게 몇 가지 의문점을 남기고 또 하나의 강력한 규제올가미를 만들게 했다.우선 드는 의문은 철거비 28만원(3.3㎡당)의 공사비가 하도급, 재하도급을 거치며 어떻게 4만원까지 낮아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렇다면 애당초 평당 28만원 공사비가 과도했던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아무리 공사비가 낮아졌다고 해도 7분의 1수준으로 과연 제대로 된 작업이 가능한가이다. 둘 다 ‘그렇지 않다’가 맞을 것이다. 발주자가 공공이건 민간이건 터
정부와 업계 등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법제화까지 마무리된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를 국가권익위원회가 2029년 말까지 유예하라는 의견을 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즉각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당혹감이 역력하다.진짜 당혹스러운 건 건설업계다. 이 문제는 시설물유지관리업에 국한된 게 아니다. 40여 년 만에 이뤄진 건설 생산체계 혁신을 자칫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더욱이 지금 한창 논의 중인 것도 아닌, 이미 결론이 내려져 시행에 들어간 정부 정책에 대해 또 다른 정부 부처가 별안간 제동을 건 셈이다. 건설혁신
늦게 찾아온 올여름 장마가 한창이다. 7월 들어서 장마가 시작된 것은 1982년(7월5일) 이후 39년 만이다. 늦은 등장만큼이나 규모나 기세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예보다. 건설현장은 작년에도 코로나19 팬데믹과 최장기간의 장마, 그리고 역대급 폭우로 호된 시련을 겪었다. 올해도 바짝 긴장하면서 분주하다.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장마철에는 건설현장에서 오히려 사망사고는 줄어들 수 있다. 옥외작업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난 몇 달간 많은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있다. 같은 시기 철근을 비롯한 자재 수급난 등으로
길 하나 사이다. 한쪽은 편리한 시설과 빌딩이 들어선 현대도시이고 다른 한쪽은 늙고 낡은 구식 동네다. 규제를 풀고 안 풀고의 차이이다. 첨단과 편리함을 생각하면 규제를 모두 풀어 신식도시를 만들면 최고다. 이 경우 재개발, 재건축, 도시재생이든 반대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반대 여론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난개발과 교통, 교육 문제 등 현실적 이슈들이 얽혀있다. 기존 토지·건물 소유자의 재산권·보상 같은 문제들도 있다. 여기에 정치와 선거가 개입하면 더 복잡해진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을 반대했다가 나중에는 격차를
일전에 갓 부임한 어느 공공기관장이 물어왔다. “왜 수백억원 공공건물 신축공사 입찰에 응하는 건설사가 없느냐” 밑지는 공사라서 그렇다고 설명해 줬더니 갸우뚱하며 ‘이해 불가’ 표정이었다. 또 다른 사례. 모 지자체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공사비를 낮춰 입찰공고했는데도 여전히 치열한 경쟁이 붙었다. 그 지자체장은 의기양양했다. “봐! 내 말 맞지?”첫 번째 사례는 공사비 책정을 낮춰도 너무 낮춘 결과이다. 두 번째 사례는 표준품셈과 표준시장단가 얘기다. 지자체가 공사비를 후려쳐도 건설사들이 손해를 감수한 채 입찰에 응할 수밖에 없는
바야흐로 탄소중립 시대다. 온실가스(탄소)를 발생시킨 만큼 흡수하도록 해 실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산업이 다 연관돼있고 건설업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원자력발전 없이는 탄소중립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사용 후 핵 원료 즉, 폐연료봉이 문제다. 방폐장 같은 별도 저장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이론적 기반이기도 하다.그런데 사용 후 핵폐기물을 오히려 청정에너지로 재활용할 수 있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른바 에너지 산업의 ‘게임체인저’라 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소형모듈원
6월은 건설의 달이라고 할 수 있다. 초여름 본격 장마가 오기 전 한창 공사에 피치를 올릴 때다. 매년 6월18일은 건설의 날이다. 과거 건설부 출범일이다. 연례행사이기에 특별할 건 없지만 올해는 좀 착잡한 느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째 계속되고 있는 데다 집값 폭등, 철근 대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 내부정보 이용 땅 투기 사건 등 광풍이 일었다. 다만 최근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100을 넘는 등 건설 경기 전망 자체는 회복세여서 그나마 다행이다.건설업계는 새로운 도전과 역경의 갈림길에 서 있다. 가보지
철근 대란의 양상이 심상찮다. 다른 건설자재도 값이 덩달아 폭등하면서 건설업계가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나서고 민간도 협조하지 않으면 모든 건설업계가 쓰나미급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우선 철근 자체가 품귀이고, 있다 해도 너무 비싸다. 올 초 톤당 70만원이던 철근 평균 유통 가격이 지난달 21일 110만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7월의 108만원을 경신해 역대 최고치이다. 그나마 건건이 현금을 요구받는다. 와중에 일부 유통사들은 매점매석까지 하고 있다. 제강사와 유통사, 건설사 간의 신뢰나 상도
반도체 세계 대전의 서막이 올랐다. 21세기 종속국가 신세를 면하려면 반도체와 관련 분야에서 전시(戰時)급 대책이 필요하다. 당파를 초월하고 이해관계를 넘어 뭉쳐야 한다. 건설도 예외일 수 없다. 미래를 지탱하는 SOC(사회기반시설)로서의 반도체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반도체는 21세기 최고의 전략 자산이다. 그 자체가 국력이고 군사력이다. 제국주의 시대 열강들이 자원확보를 위해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면 지금은 반도체에 사활을 걸었다. 세계는 반도체 자산 여부에 따라 패권이 갈리게 될 것이다. 반도체 없이는 산업은
건설기능인등급제가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숙련도’라는 본질적 요소가 빠졌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경력과 자격, 교육·훈련, 포상 이력 등을 반영한 환산 경력연수가 기준이다. 기능인의 등급을 매기는데 가장 핵심인 숙련도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렌즈 없는 안경이요, 눈금 빠진 측정기라는 말들이 나온다.흔히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얘기할 때 기준이 무엇인가. 당연히 제1의 기준은 숙련도이다. 어떤 분야이건 오랜 경험과 노력으로 남들이 따라오기 힘든 재주와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을 달인이라고 한
얼마 전 건설의 공정에 관해 다룬 적이 있다. 공사 과정 즉, 공정(工程)이 아니라 기회 평등과 과정의 형평에 관한 공정(公正)을 말하는 것이라 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공정한 게임의 룰에 관한 것이다. 그 얘기를 다시 하게 된다.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지난달 국회 김윤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개정안에 찬성의견을 밝히면서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 전문업체가 10억원 미만 복합공사 원도급에 참여하는 경우 종합공사 등록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며, 2억원 미만 전문공사에서 관급자재 및 부가가치세를 제외하는 게 골자다. 국회가 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시대적 어젠다가 됐다. 기업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ESG 경영을 선포하고 나섰다. CEO가 ‘Chief ESG Officer’의 약어라는 말까지 나온다. 건설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수주 따서 공사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ESG는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가 주요 경영 지표이다. 기업이 재무적 성과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성장과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있던 환경오염 문제, 안전과 건강 등 사회문제,
건설에는 공종이 있고 공정이 있다. 공종(工種)은 한마디로 공사의 유형별 종류다. 공정(工程)은 공사의 진행 과정이다. 뜬금없이 웬 건설 상식용어? 실은 건설의 공정(公正)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함이다. 내친김에 건설의 정의(正義)까지. 너무나 당연한 이 두 단어가 새삼스럽게도 세인들의 희망이 되는 현 세태와도 무관하지 않다.건설에서 공정을 얘기하면 제일 먼저 불공정 하도급이 떠오른다. 원도급의 갑질과 부당특약이다. 참 모질고 질긴 반칙이다. 건설업 업역규제 폐지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전문과 종합 간 불공정을 막기 위한 것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하위법령 작업이 한창이다. 이 법은 이미 과잉 처벌, 모호한 규정, 현실과의 괴리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이 그리 급한가. 법 제정의 목적부터 따져보자. 기업인 처벌인가 아니면 산업재해 방지인가. 산업현장 사망사고로 기업인을 감방에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중대 재해’의 개념 규정부터 명확히 해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건설업 업역개편 보완대책을 행정예고했다. 2억원 미만 공사는 전문업체만 참여하도록 하고 관급자재 포함 일부 전문공사(2억원 이상 3억원 미만)는 종합업체의 도급 제한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전문과 종합 간 상호시장 진출의 법취지를 따르라는 당연한 조치이다. 정부가 전문건설업계의 문제점 지적에 일단 성의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행정예고 공고문에도 ‘영세 전문건설사업자의 수주가 저하되고 올해 중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영세 건설사업자 보호를 위해 건설공사 발주방식을 개선키
정작 필요한 하도급법은 발의만 한 채 진행이 안 되고, 큰 이슈 무마용이나 선거용 입법은 넘쳐나고 있다. 가히 생색내기, 실적 쌓기용 선심성 입법이요, 아니면 과잉입법이라 할 만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기업들이 떠안아야 한다.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만큼 21대 국회 전체 법안 발의 숫자는 적지 않다. 지난 2월 기준 9개월간 정무위원회 소관 법안은 모두 670여 건에 이른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10% 수준인 60여 건에 불과하다. 하도급법은 더 빈약하다. 발의된 하도급 관련 법안은 20여 건에 불과하다. 이 숫자가 과거에 비하면
정부의 친노동 정책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가 건설현장에 공사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 최근 본격적인 공사 시즌이 돌아오면서 건설사가 부담하는 건설근로자들의 주휴수당, 법정공휴일 수당, 연차수당 등 제 수당들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공사비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업계 불만이 커지는 것은 물론 공사품질 저하와 각종 편법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다.개정 근로기준법(2018년 개정)에 따라 올 1월1일부터 근로자가 30인 이상 업체는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발주처가 이를 공사비에 포함해주는 사례는 거의 찾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 공공·정의에 대한 배신감, 불신의 쓰나미가 SOC(사회기반시설) 사업에도 밀어닥칠까 우려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향후 전개될 SOC 사업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당장은 정부가 ‘공급쇼크’라는 표현까지 쓰며 야심차게 내놓은 ‘2.4 주택공급 대책’이 좌초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이 점을 의식해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거듭 강조했지만 3기 신도시 지정 철회 요구 목소리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외에도 한국도로공사
고질병에는 점점 더 센 약을 처방하게 된다. 웬만할 때 치유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종국에는 내성이 생겨 약발이 먹히지 않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불공정 하도급이 그렇다. 원도급, 갑이라는 이유로 하도급사를 쥐어짜는 관행을 계속하다가는 강력한 규제 철퇴를 맞는 수가 있다. 더욱이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지난해부터 경기침체에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장기화, 역대 최장 장마와 폭설 등으로 우리 경제가 미증유의 곤경에 처했다. 건설업체들은 공사 기간 연장과 수주를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다. 이런 하도급업체들을 상대로 한 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