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기능을 다른 기관으로 넘기면 다른 기관에서 그 비리가 척결되나.”지난 6월7일 발표된 정부의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LH 혁신방안’에 대한 관련 전공 대학교수·연구자 등 전문가들의 의문이다.LH 조직을 쪼개고 비핵심 기능을 지방자치단체 등에 넘긴다는 내용이 ‘알맹이 없는 땜질 개혁’이라는 얘기였다. 게다가 핵심인 조직개편은 당정 이견으로 8월로 유보됐다.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직후 ‘해체 수준’ 운운하며 떠들썩한 말 잔치를 벌였던 정부와 여당의 처지가 궁색해졌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그랬는지 당
국토교통부가 3월16일 공개했던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초안에 대해 소유자 등 의견수렴 등을 거쳐 4월29일 공시가격을 결정·공시했다. 3월16일부터 4월5일까지 진행된 의견수렴에서 공시가격을 조정해달라는 의견은 총 4만9601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3만7410건보다 1만 건 이상 증가한 것이고 14년 만에 최대 건수였다. 고가주택의 의견제출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30억원 초과 주택은 그 비율이 9.94%에 달했다.이런 공시가격 의견제출 현황은 현재의 부동산 민심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성난 민심은 지난 4·7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으로 가야할 길이 여전히 멀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다. 특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호기롭게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2020년 1월 신년사)이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문 대통령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관련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11일 신년사에서도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이게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요즘 만나는 친구나 취재원의 관심사는 온통 아파트에 쏠려 있다. 실상 이 정부 들어 온 국민의 관심이 늘 아파트였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나, 예전과 달라진 점은 “언제 팔아야 하느냐”는 질문이 늘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이번 특단의 공급대책(2·4대책)을 반드시 달성해 나갈 것”(홍남기 경제부총리, 2월17일 제1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이라고 천명했기 때문인 것 같다.정부가 호언한 물량이 진짜 공급된다면 지금의 아파트값이 고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연하고 단순한 이치인데 국민이 여전히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2019년 11월19일 ‘국민과의 대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2020년 1월7일 신년사)→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2020년 8월10일 수석·보좌관회의)→ “혁신적이며 다양한 주택 공급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는데 역점을 두겠다.”(2021년 1월5일 국무회의)→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다.”(2021년 1월11일 신년사)1년하고 2달이 걸렸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패
요즘 사는 게 ‘스트레스풀’(Stressful)이다. 하루하루 돌아가는 나라 모양이 피곤하다.영국이 12월8일 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12월9일자 주요 신문 대부분에 영국에서 첫 접종 대상으로 꼽힌 90세 연령대의 접종자 사진이 실렸다. 같은 장소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를 감격스럽게 지켜보는 과거 ‘확진에서의 회복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사진도 꽤 보였다. 존슨 총리는 “우리 모두가 내년 여름 휴가를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러웠다.걸핏하면 ‘K-방역’ 어쩌고 하며 떠들어 대던 문재인 정부는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한 ‘2021년도 예산안 제출 시정연설’ 중 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며 이같이 말했다.“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던 2019년 11월19일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때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미친 전월세’라고 했는데 우리 정부에선 전월세 가격도 안정돼 있다”고 자신만만해했었다. 말이 화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14일 열린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사실상 집값 안정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했다.홍 부총리는 특히 “안정세인 주택 매매시장과는 달리 전세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새로 전세를 구하는 분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전셋값 상승요인에 대해 관계부처 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며 “이번만큼은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정부
아침에 분주히 출근준비를 하는 대신 안방에서 서재로 방만 옮겨 컴퓨터를 켠다. 메신저와 화상 카메라, 스마트폰만 있으면 대부분의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 같은 시간, 아이의 방은 교실이 된다. 노트북으로 연결된 선생님과 화상 수업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엄마는 스마트폰으로 먹거리나 생필품을 주문한다.코로나19 사태가 국민의 삶의 방식과 기준을 전반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빨리.글로벌 채권운용회사인 핌코의 최고경영자였던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이를 ‘뉴노멀 2.0’이라 불렀다. IT(정보기술)버블 붕괴 이후였던 지난 200
며칠 전 만난 A교수. 그는 “이 정권의 부동산 대책이 잘못된 원인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정책이 아닌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지지층을 규합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동산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공직에 있는 다른 이가 더 며칠 전에 “부동산정책에 실패하면 핵심 지지층 30%가 이탈한다”고 걱정했던 말이 떠올랐다.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6·17 대책이 나온 지 한 달도 안돼 7·10 대책이 이어졌다. 대책이 나오면 바로 부작용이 점쳐지고 현실화한다. 대책 발표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고, 규
문재인 대통령의 ‘투기와의 전쟁’ 엄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협공’을 당한 집값이 맥을 못 추고 있다. 6월1일 공표된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가격은 4월보다 0.09% 떨어졌다. 서울 주택가격은 4월 -0.02%로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몸값을 낮췄다. 코로나19와 보유세 부담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6월까지 팔아야 하는 절세 급매물이 증가하면서 집값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앞서 지난해 12·16대책으로 주택구매 자금출처 조사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 영업부터 오픈 이후 청약까지 견본주택을 공개하지 않고 온전히 사이버 모델하우스와 온라인상으로만 영업을 했는데도 청약마감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앞으로 수도권 등 인기 지역에선 굳이 비싼 돈 들여 모델하우스를 지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코로나19가 건설사 마케팅 방식을 바꿨다. 최근 만난 한 대형건설사 임원의 설명에 따르면, 코로나19 탓에 ‘어쩔 수 없이’ 도입한 사이버 모델하우스가 이제는 고객 편리와 업무 효율성까지 담보한 새로운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설
연일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지난 13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증시 개장 이후 처음으로 같은 날 가격안정화 장치인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며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16일에는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0.75%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한국 기준금리가 0%대 금리 영역에 도달한 건 사상 처음이다. 사상 최초의 4월 개학이 현실화했다. 프로야구 시즌 개막이 연기된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이 모두가 전 세계를 강타 중인 코로나19탓이다. 문제는
2009년 3분기 말 기준 1500조원이었던 한국의 총통화(M2)가 10년 뒤인 지난해 3분기 말 2800조원까지 급증했다. 그만큼 시중에 풀린 돈이 늘어났다는 말이다.통화량은 늘었는데 이 돈들이 도는 속도는 더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은행 통계를 기초로 분석 데이터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국의 2018년 총통화 유통속도 하락률을 산출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유통속도 하락률이 16개국 중 1위다. 우리나라의 ‘돈맥경화’ 양상이 OECD 16개국 중 유독 두드러졌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성장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후반의 서 씨. 아내의 직장을 그만두게 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맞벌이 안 하면 먹고 살기 쉽지 않은 세상, 가뜩이나 취업이 안 돼 난리인 때 서 씨는 왜 이런 고민을 할까.집 때문이다. 이들은 결혼 직전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거의 모든 민간택지 아파트에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을 넣었다. 하늘의 별 따기가 오히려 쉽다는 특공 당첨의 행운은 이들을 외면했다. 내년부터는 연봉이 올라 자격조차 사라질 판이다. 빨리 아이를 갖고 싶지만 단칸방 오피스텔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서 씨는 “
“역대 정부 중 집값을 가장 많이 높여 놓은 문재인 정부가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뻔뻔한 자평을 내놨다”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12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문재인 정부 임기 전반 종료에 즈음해 내놓은 ‘국토교통부 2년 반 중간평가와 새로운 출발’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이었다. 정 의원실이 경제정의실천연합과 함께 서울 주요 아파트단지 값의 20년간 변화를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과거 참여정부 수준을 넘어섰다.현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최근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10월17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경제장관회의라면 보통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데 홍남기 부총리는 출장 중이었다. 그런 날을 골라 회의를 연 건 그만큼 경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국민과 시장에 보내야 한다는 의도가 정부에 있었던 것 같다.귀가 확 트이는 발언도 나왔다. 예전과 달리 문 대통령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집행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투자에
‘역대 최강’ 부동산 규제책이라고 불린 9·13 대책이 시행 1년을 넘겼다. 그런데 그 9·13 대책의 1년 성적표가 형편없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는가 싶던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7~8월 들어 서울 집값의 회복세가 완연했다. 이제 서울에선 9·13 대책 이전 수준으로 집값이 돌아간 곳이 늘었고, 아예 신(新) 고가를 찍은 곳이 속출한다. 주택거래는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까지 쪼그라들었다.허술한 정부 대응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9월23일 입법예고를 마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가 특히 그랬다. 민간택지 분
최근 만난 후배는 수년 전부터 서울 강남구에서 전세살이 하는 이유를 이렇게 요약했다. 후배의 강남 전세살이 목표는 선명했다. 자녀교육 등을 위한 ‘강남 시민권’을 얻는 것이었다. 시민권은 강남에서 번듯한 집, 아파트를 소유해야 얻을 수 있다고 했다.그런 강남이 다시 ‘핫’해졌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10월까지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확대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다.물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계획이 단순 엄포일 수 있다. 강력한 시그널을 시장에 날려 일단 최근 다시 불안해진 서울의 집값을 옥죄는 게 목적이라면 말이다.
한국 경제가 온통 잿빛이다. 성장률·투자·수출 어느 지표를 보더라도 마이너스뿐이다. 작년 12월 이후 7개월째 이어지는 수출 감소 행진에 더해 내수마저 싸늘하게 얼어붙은 결과다. 미·중 무역갈등에 더해 이제는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시작돼 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대내외적으로 이렇게 어려운데 뚜렷한 타개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냉랭한 민심은 가장 최근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을 1주일 전에 비해 3.5%포인트 낮췄다.이런 때 정부가 서둘러 할 일은 혹시나 한국 경제를 발목 잡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