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분기 말 기준 1500조원이었던 한국의 총통화(M2)가 10년 뒤인 지난해 3분기 말 2800조원까지 급증했다. 그만큼 시중에 풀린 돈이 늘어났다는 말이다.통화량은 늘었는데 이 돈들이 도는 속도는 더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은행 통계를 기초로 분석 데이터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국의 2018년 총통화 유통속도 하락률을 산출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유통속도 하락률이 16개국 중 1위다. 우리나라의 ‘돈맥경화’ 양상이 OECD 16개국 중 유독 두드러졌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성장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건설이 국민 삶의 질 향상의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건설은 짓고, 부수고, 보전하는 것을 통해 국민 복지를 향상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이 곧 국민 복지’라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건설과 복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다.하지만 선진국의 사례를 보아도 건설은 복지의 토대다. 유럽 선진국들은 2차대전 이후 공업화를 통한 ‘의식(衣食)’ 문제 해결과 함께 주거시설 해결에 주안점을 두었고, 이를 복지와 결부시키면서 주거복지를 성공시켰다. 여기에 국가발전과 동시에 사회간접자본을 구
“고향가는 것 포기했어. 가족들이랑 그냥 집에 있어. 상황이 만만찮을 것 같아”중국의 카카오톡인 ‘위챗’에서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는 침울했다. 한 달 전만해도 자신감에 충만한 ‘중화민족’이었던 그였다. 상하이에 사는 중국인 친구 ㄱ씨 얘기다.중국의 부상은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이미 G2로 부상한 중국은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는 듯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건 무역전쟁도 대세를 뒤바꾸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런 중국의 발목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붙잡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물론 경제수도인 상하이도
2016년 말 건설업계를 취재하기 시작한 후 해외건설 수주가 성공했냐 여부를 판가름 짓는 기준은 ‘300억 달러’였다. 한 해 동안 700억 달러를 벌어들이던 시기와 비교조차 안됐지만 수주가 300억 달러를 넘으면 선방, 300억 달러를 못 넘으면 별로라는 인식이 많았다.그런데 3년 만에 그 기준이 200억 달러까지 내려갔다. 최종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2019년 한국 건설사의 국외 건설 수주액이 200억 달러에 간신히 턱걸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06년 165억 달러를 수주한 이후 13년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수주
지인이 추천한 흥미로운 책에 빠져 있다. 제목은 ‘강남의 탄생’(한종수 강희용 공저).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리가 잘 몰랐던 강남의 역사가 살아있다”는 추천사도 친히 썼다.서울 강남은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살고 싶어하는 곳이다. 부와 명예, 문화의 향유 등 거주 여건이 월등하고 인간으로서 누리고 싶은 욕망의 충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이 책은 그런 강남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학구적이면서도 통사적 관점에서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책을 추천한 이는 1980년대 초반 강남 형성 태동기 때 강원도에서 이사를 온 후 강남에서 계속 살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후반의 서 씨. 아내의 직장을 그만두게 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맞벌이 안 하면 먹고 살기 쉽지 않은 세상, 가뜩이나 취업이 안 돼 난리인 때 서 씨는 왜 이런 고민을 할까.집 때문이다. 이들은 결혼 직전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거의 모든 민간택지 아파트에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을 넣었다. 하늘의 별 따기가 오히려 쉽다는 특공 당첨의 행운은 이들을 외면했다. 내년부터는 연봉이 올라 자격조차 사라질 판이다. 빨리 아이를 갖고 싶지만 단칸방 오피스텔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서 씨는 “
내년 정부 예산안 중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은 23조원으로 올해 19조8000억원에 비해 17.6%나 증가했다. 노후 SOC 유지보수 등에 4조8000억원,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 유지보수에 3조9707억원 등 8조8000억원가량이 쓰인다. 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안산선 등 광역·도시철도건설에 9211억원을 투입한다. 정부가 이처럼 내년 건설예산을 증액했지만 중소건설사에게 내년 건설예산 증액이 피부로 와 닿지 않은 것은 예비타당성 면제사업, GTX 신설, 신안산선,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사업은 대형건설사 몫이기 때문
“즐겨라!” 미국 뉴욕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자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고용, 소득, 성장률 등 지표로 보면 세계경기 침체 속에서도 미국 경제는 나홀로 호황이다. 미국인들은 정말 역대 최고의 활황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미국 언론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국 LA카운티에서는 전년대비 홈리스가 12% 늘었고, 이웃에 위치한 오렌지카운티는 43%나 증가했다. 폭스뉴스는 이를 ‘홈리스 위기’라고 표현했다. 미국 홈리스 5명 중 1명이 캘리포니아에 산다. 노숙인들이 길거리에 하도 배변을
오십 가까이 살면서 요즘처럼 자영업 종사자들의 삶이 피폐한 적이 있었나 싶다. 특히 하반기 서울 곳곳에서 목격한 디스토피아적 우울한 이미지들이 뇌리를 강렬하게 박혀 있다.올해 5월이다. 서울 중구 대한문 인근에서 식사를 하고 건물 지하 맥주집에 들렀다. 만석이었다. 그 분위기에 취해 흥겹게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생생하다. 10월 말 같은 시간대 같은 요일에 가게를 찾았다. 손님은 우리 일행이 전부였다. 아르바이트생만 할 일이 없어 따분한지 소일하고 있었다. 자영업 경기가 이런 상황이니 상가 공실이 느는 건 당연지사다. 굳이 통계를
반나절 생활권인 우리나라는 아직도 ‘교통 소외’가 심각하다. 교통 인프라만큼은 소외지역이 없어야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지역이 많다. 서울~부산을 두 시간에 주파하는 시대에 다섯 시간이 걸려도 도달하지 못한 지역이 의외로 존재한다. 수도권의 경우 동두천과 포천, 연천지역 사람들은 고속철도를 타기 위해서는 1~2시간 내외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지방의 교통 소외지역도 고속철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서 10분이면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두 시간이 걸려야 겨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호기롭게 또 꺼내든 분양가 상한제 얘기다. 아파트값을 누르기는커녕 로또청약이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강남불패’ 신화를 강화하는 모양새다.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다소 분양가가 비싼 것 아니냐던 강남 아파트 청약 두 곳에 15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이 두 단지는 분양가가 전 가구 9억원을 넘어 중도금대출이 되지 않는다. 또 한 달 내 전체 금액의 20%에 해당하는 두 차례의 계약금을 자체 마련해 완납해야 한다. 계약금 평균 금액은 3억원 남짓으로, LTV 40%를
“역대 정부 중 집값을 가장 많이 높여 놓은 문재인 정부가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뻔뻔한 자평을 내놨다”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12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문재인 정부 임기 전반 종료에 즈음해 내놓은 ‘국토교통부 2년 반 중간평가와 새로운 출발’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이었다. 정 의원실이 경제정의실천연합과 함께 서울 주요 아파트단지 값의 20년간 변화를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과거 참여정부 수준을 넘어섰다.현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최근까지
‘강남 평당 1억원 시대 현실화’, ‘국민평형 전용 84㎡도 1억원 넘어섰다’, ‘강남 3.3㎡당 1억원, 강북 3.3㎡ 5000만원 시대 도래’, ‘반포 평당 1억원 거품 아니다’, ‘평당 1억원 코앞에 성큼’포털사이트에 ‘평당 1억’을 쳐보면 관련 기사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제목만 보자면 누구나 평당 1억원인 집에 사는 시대가 된 것 같다. 평당 1억원 기사에 불을 지핀 것은 서울 서초구 반포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였다. 전용 59㎡(24평형) 12층이 3.3㎡당 9992만원에 실거래(23억9800만원) 되면서 평당 1억원이 입
경제성장률 정체에 애가 탄 정부가 그동안 경원시해 온 ‘건설’에 눈길을 돌렸다. 건설투자 확대다. 건설 분야는 모든 정부가 경기 부양이 필요할 때 꺼내드는 카드다. 고용 확대와 ‘보이는 성장(부가가치)’을 견인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 ‘건설 산업’ 분야는 도시재생 뉴딜, 생활SOC 투자, 인프라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등 뭔가 다른 정책이 나올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 3분기 건설투자(한국은행 자료)는 건물과 토목 건설에서 모두 감소해 5.2%나 하락했다.그러는 사이 연간 경
문재인 대통령이 10월17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경제장관회의라면 보통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데 홍남기 부총리는 출장 중이었다. 그런 날을 골라 회의를 연 건 그만큼 경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국민과 시장에 보내야 한다는 의도가 정부에 있었던 것 같다.귀가 확 트이는 발언도 나왔다. 예전과 달리 문 대통령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집행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투자에
경기도 과천서 8년 넘게 살아온 신혼부부 A씨(38세)는 한 달 전 전셋집 주인으로부터 ‘집을 빼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직장도 멀지 않고, 자녀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라 여겼던 곳이기에 전세금을 올리더라도 더 살 수 없냐고 집주인에게 부탁했다. 이에 집주인은 2년 전 전세금은 5억8000만원인데 7억원을 요구했다. 심지어 자신의 딸을 해당 집주소로 전입하는 게 가능하겠냐고 물었다.A씨는 황당한 요구를 듣고 서둘러 주변 전세매물을 알아봤다. 그런데 과천 전체에 중소형아파트 전세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A씨는 “이렇게 전세를 구하
미국 미주리주로 연수 온 지 석 달 만에 ‘대궐’ 같은 집을 방문했다.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이 집은 정문에서 보면 단층이지만 뒤로 돌아가서 보면 2층이었다. 주방과 거실이 따로 분리돼 있고 방도 여러 개라고 했다. 지하에 마련된 서재는 훤하게 트여서 ‘운동장’ 같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을 정도였다. 실건평은 100평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꿈꾸기도 어려운 이 집의 가격은 얼마일까, 답을 듣고는 깜짝 놀랬다. 35만 달러라고 했기 때문이다. 원화로 4억2000만원쯤 된다. 미국의 주택가격을 하나로 말하기는 힘들다. 원체 넓은 나라인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스마트기술이 대세다.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스마트기술의 적용 없이는 경쟁사에 뒤처지거나 정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각 분야에서 스마트 기술을 적극 활용, 글로벌 스마트기술 강국으로 떠오른 상태다.하지만 유독 스마트기술 적용이 부진한 분야가 있다. 건설 산업이다. 건설 분야는 주택 등 건축물의 방범, 도어 등의 자동시스템이나 건설현장에서 드론 등을 활용할 뿐 3D 프린팅과 지능형 건설장비, 첨단 로봇기술 등의 분야는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이에 따라 정부도 스마트 건설기술 발전
‘역대 최강’ 부동산 규제책이라고 불린 9·13 대책이 시행 1년을 넘겼다. 그런데 그 9·13 대책의 1년 성적표가 형편없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는가 싶던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7~8월 들어 서울 집값의 회복세가 완연했다. 이제 서울에선 9·13 대책 이전 수준으로 집값이 돌아간 곳이 늘었고, 아예 신(新) 고가를 찍은 곳이 속출한다. 주택거래는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까지 쪼그라들었다.허술한 정부 대응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9월23일 입법예고를 마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가 특히 그랬다. 민간택지 분
지난 8월부터 미국 중서부 미주리주 콜럼비아에 위치한 미주리대에서 연수 중이다. 낯선 곳에 터잡으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건축물이었다. 400 ~500년된 유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곳에는 100~200년된 건축물이 풍성했다.미시시피강과 미주리강을 끼고 있는 미주리주는 18세기 개척시대 서부로 가는 길목이어서 상대적으로 역사적·문학적·정치적 유산이 많다고 한다. 마크 트웨인은 이곳에서 ‘톰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핀’을 썼다. 인접한 캔자스 주는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의 무대다. 미국독립선언문을 작성한 3대 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