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기의 마스크와 백신 공급 대란의 사례에서 보듯 긴급 상황에서 필수 물자의 신속한 조달은 자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팬데믹, 전쟁 등으로 인해 과거 촘촘하게 운영되던 석유, 가스 등 에너지원을 포함한 필수 원자재, 방역물품 등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훼손돼 자국 중심의 지역 공급망으로 재편되는 최근의 현상은 긴급조달 대응체계를 확충할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제기한다.주요 선진국은 다양한 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 긴급 물자조달 체계를 고도화해왔는데, 특히 미국의 국방물자생산법(Defen
지난 6일 태풍 ‘힌남노’ 폭우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들어갔던 주민 9명이 실종됐다가 7명이 사망했다. 지하 주차장 침수 방지 대책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안타까운 사고다.사고는 아파트 근처 하천이 범람하자 관리사무소에서 지하에 있는 차량을 옮겨 달라고 했고, 주민들이 주차장으로 들어갔는데 8분 만에 주차장이 완전히 물에 잠겨 일어났다. 희생자들은 순식간에 지하에 물이 이 정도로 찰 줄은 아마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하지만 이같은 ‘지하’ 관련 사고는 최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8월
2019년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김환기 선생의 1971년 작품 ‘우주’가 132억원에 낙찰됐다. 60억원부터 경매가 시작됐는데 10분간 가격 경쟁을 벌인 결과이다. 현재까지 국내 작가의 미술품으로는 경매 최고가 기록이라고 한다. 유명세와 무관하게 미술품은 ‘유일성’이 특성이므로 공급 독점적이다. 경매는 수요자가 다수라면 최고가 경쟁을 통해 낙찰 및 계약 가격을 인상시킨다.건설 공사입찰에서는 최저가 경쟁방식이 우선적이다. 건설 공사는 수요 독점적이므로 건설 공급자인 다수의 건설업체가 저가 경쟁을 한다. 적격심사낙찰제이든 종합
지난달 12일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는 하도급 대금 연동계약서와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를 공개하고 공동설명회를 개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그간 원재료 가격 급등 시 사후에 하도급대금 조정신청을 하거나 계약 갱신 시 가격협상을 해야 해 원자재 가격 변동을 반영하기 어렵거나 제때 반영이 힘들었으나, 이번 연동계약서 마련으로 사전에 정한 연동조건을 통해 원재료 가격 변동을 쉽게 반영하는 길이 열려 원·수급 사업자(위·수탁기업 포함) 간 위험분담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연동계약서는 계약당사자가 협의해 연동 방식을 정
최근 몇 년 사이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주택 임대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해가 갈수록 주거 관련 임대사기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애꿎은 서민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주거시설을 두고 사기를 친 악질 임대인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작성한 203명의 ‘집중관리 다주택채무자(나쁜 임대인)’ 명단에서도 잘 드러난다. 나쁜 임대인은 HUG가 전세금을 세 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들 가운데 연락이 끊기거나 1년간 한 푼도 갚지 않은 이들이다. 한마디로 전세금을 여러 번 떼먹은 악성 행위자들이다. 공공기관인 H
어느 성직자가 은퇴 강론에서 뜨거운 가슴 얘기를 했다. 신학대학생 여러 명이 은퇴 시 가장 아쉬운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신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성악가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이라 대답하자 ‘아직도 젊은 피가 넘치십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무위원 후보로 지목받았던 어느 교수가 자신의 과거 전과기록을 20대 때 뜨거웠던 가슴 탓으로 돌렸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는 결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으냐로 양해를 구했다.두 사람 얘기에 공통점이 보인다. 뜨거운 가슴에 나이를 매겼다. 뜨거운 가슴이 젊은이만의 특권인 것처럼 비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산업연관표에 의하면 2019년 건설업의 취업계수는 6.5명이었다. 전체 산업의 취업계수 5.6명에 비해 0.9명 많았다. 건설업은 10억원의 산출물을 생산하기 위해 전체 산업에 비해 0.9명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건설업에서도 기계화와 공장조립 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은 노동의존적인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이처럼 노동은 건설업의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골조공정은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다른 어떤 공정보다 크다. 그런데 최근 골조공사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건설노조
‘희망고문, 좌절, 분노, 배신감’많은 주택 수요자들이 이전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 느낀 감정이다. 정권 초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규제에만 몰두했다. 주택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었던 사람들의 심리는 불안해졌다. 치솟는 집값이 멈출 줄 모르자 사람들은 ‘영끌’로 추격에 나섰다. 정부가 뒤늦게 공급 확대에 나섰지만 번진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이번 정부에선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정권 교체의 여러 요인 중 하나가 ‘부동산 실정(失政)’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NDC) 및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변화대응은 국가의 의제(어젠다)인 동시에 지구촌이 당면한 이슈이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다시 대두된 에너지원 및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에너지안보 또한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안이다.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가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외교 그리고 산업,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결고리를 가지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중 정치외교와 산업은 현재 시점에 더 중심을 두지만 과학기술적 측면은 미래시점에 보다 더 중심
벌써부터 추석물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재정 지출 확대, 우크라이나 침공,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발표했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 폭염과 폭우에 의한 농산물 가격 불안, 이른 추석 등이 겹치면서 물가가 더욱 요동치고 있다.이미 소비자들은 저가격 선호로 돌아섰고 대형 유통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파괴 전략으로 인해 소상공인과의 갈등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절
지난 8월8일 밤 수도권에 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내렸다. 도심이 마비됐다. 강남·서초 일대에서는 재난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순식간에 빗물이 차오르자 운전자들이 다급하게 버리고 간 고급 차들이 며칠 동안 도로에 방치됐다. 외신도 이런 현장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실어 여러 날 보도할 정도였다.치수(治水)는 어려운 법이다. 요새 같은 기상이변 속출 시대에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다 이해해도 가슴이 쓰린 건 사람이 죽어서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층에서 살던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와 그의 어머니, 함께
지방에 ‘종말론’이 번지고 있다. 인구 때문이다. 의 저자 맬서스는 인구 증가 때문에 종말이 올지 모른다고 걱정했는데 지금 지방은 인구감소 때문에 종말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에선 ‘지구 종말론’보다 ‘지방 종말론’이 훨씬 더 심각하다. 수도권 사람들 중에 지구 종말을 걱정하는 이는 많지만 지방 종말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지금 지방엔 빈집들 빼고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문제 제기가 약간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어서 그렇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소멸 위기에 맞서 부랴부랴 ‘지방시대위원회’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제조업종을 중심으로 하도급법상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종의 경우에도 하도급자가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건설업계가 앞장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조속한 입법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 하도급 공사는 재료비가 약 30%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대기업(원사업자)의 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건설업종의 원자재 가격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비율이 51.2%로 나타났으며, 대한전문건설협회의
‘회색코뿔소’라는 용어가 있다. 덩치가 큰 코뿔소가 저만치에서 쿵쿵대며 어슬렁거리면 모를리 없다. 그런데도 아무 대비를 하지 않다가 막상 코뿔소가 달려오면 피하지 못하고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처럼 사전에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대응을 미루다 맞닥뜨리게 되는 큰 리스크를 회색코뿔소라고 부른다. 외국인을 포함한 한국 총인구가 1949년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11월1일 기준·등록센서스 방식)는 5173만8000명으로 1년전보다 9만1000명(-0.2%)이 줄었다. 어쩌면 ‘처음으로’
11년 만의 서울 홍수라 한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가져온 폭우 이래 다시 강남을 난장판으로 만든 비가 내렸다. 호화스러운 도심이 물에 잠기고 자동차는 헤엄을 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최첨단 교통 시설과 장비가 먹통이 되는 순간을 대하면서 시민들은 스스로 무력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디어는 허둥대는 시민을 화면에 잡고 피해당한 이들을 인터뷰하느라 분주했다.뉴스는 무력감과 놀란 표정, 한숨을 담기에 바빴다. 하지만 왜 다시 10여년 만에 이 난리인지 세심히 따지지는 않았다. 강남 스타일로 전 세계에 최첨단 도시임을 자랑한 그곳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집행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의4의 규정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부당한 특약을 금지하는 규정이다.그런데도 원사업자는 공사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수급사업자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하는 별도의 특약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민원처리 비용 등 각종 소요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경우와 같이 수급사업자에게 책임 소재를 두는 경우가 많다.공정위가 조치한 최
최근 들어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집값이 완연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도 3년3개월 만에 하락했다. 경매시장에서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예정 가격에 대한 낙찰 금액 비율)도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모처럼 안정세를 찾은 모양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과 물가상승, 금리 인상 등이 복합 작용하는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언제든지 꿈틀거릴 수 있다. 내 집 마련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8월 나올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종합대책에 ‘확실한 공급
최근 다시 시작되는 코로나19의 재확산 그리고 인플레이션,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 등을 보면 아직 한국 경제가 코로나 위기 이전의 모습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그런데 우리가 최근의 경제 현안들에 시선을 빼앗겨서 그렇지 가장 중요한 화두를 잊어버리고 있다. 바로 한국 경제 최대의 화두인 ‘secular stagnation(구조적 장기침체)’이다. 쉽게 말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추락한다는 의미이다. 그 원인들도 지금과 같은 대외적인 요인이 아니라 오로지 국내 요인에 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OECD가 최근
최근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코로나 방역을 위한 중국의 지역봉쇄 등이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산업에 중대한 생산차질을 유발하는 것을 보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현실과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더불어 이러한 공급망과 관련해 EU집행위원회가 ‘지속가능성 실사법’이라 불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입법안을 올해 2월 마련하고 현재 EU의회의 법안통과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우리 기업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법안에 따르면, 적용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회사, 자기와 ‘가치사슬’에 속해 있는
윗집 소음에 시달리는 A씨. 항의하고 읍소해도 그치지 않자 정말 미칠 지경이다. A씨는 “이제 ‘쿵쿵’거리는 환청까지 들린다”며 “언제 윗집에 올라갈지 나도 겁난다”고 말했다.아랫집 사람들이 너무 예민하다는 B씨. 늦은 밤에도 인터폰을 하고, 걸핏하면 올라와 항의를 해댄다. B씨는 “집에 매트를 깔고 아무리 조심해도 계속 항의를 한다”며 “이젠 인터폰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밝혔다.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A씨, 혹은 B씨와 같은 상황이 된 적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신고된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