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었던 지난달 31일. 여느 때면 주중 피곤에 절은 몸에 휴식을 선물하기 위해 낮잠을 청하는 시간이었다. 볼 만한 프로그램이 있나 TV 채널을 돌리던 중, 한 채널의 프로그램 제목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KBS1의 ‘차이나쇼크 빈집 6500만 채의 비밀’ 재방송이었다.시청을 시작했던 부분은 베이징·상하이 같은 수도급 대도시가 아닌 중국의 2·3선 도시의 부동산 거래 침체 양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철석 같이 믿는 중국인들의 대조된 모습이었다. 곧이어 카메라는 차이나머니로 부동산 가격
“모래 때문에 죽겠습니다”최근 만나 “잘 지냈느냐”는 인사에 레미콘 업계의 한 관계자가 한 답이다. 주택 착공 실적이 올해 들어 줄면서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데, 바닷모래까지 채취가 불가능해 비용이 엄청 늘었다는 얘기였다.통계에서 확인된다.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해양수산부 등의 바닷모래 채취 반대로 인해 바닷모래 채취량이 급감한 것이다.정부는 이때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등에서의 바닷모래 채취를 금했다. 이에 따라 2016년 대비 2017년 바다골재(모래)는 2928만5000㎥에서 1946만7000㎥로
거주하는 분당집과 세 준 잠실집, 그리고 세종에 분양권. 그는 3주택자 같은 2주택자다. 최근 자신이 살고 있던 분당집을 딸부부에게 증여했다. 그리고 이 집에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60만원 월세로 거주하기로 했다.하필이면 왜 분당집이었을까. 잠실집은 13억원대. 분당집은 9억원대. 딸 부부 공동명의로 증여를 하더라도 잠실은 증여세가 30%, 분당은 20%가 붙는다는 것이 세무사들의 얘기다. 분당집을 증여하면 그만큼 절세할 수 있다. 만약 증여받는 딸 부부가 돈이 없더라도 문제없다. 대출을 받아 증여세를 낸뒤 아버지로부터 받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곳에 널찍하고 근사한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어떤 방식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해야 입주민들의 행복(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이 질문에 대한 재미있는 경제학 논문이 있어서 소개한다. 김진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2013년에 쓴 ‘예산 제약이 있는 경우 효율적인 자원배분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라는 글이다.이 논문의 기본 아이디어는 분양가 상한제에서 비롯된다.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 상한제를 실시하면 시장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가 없는 사람도 분양시장에 참여하므로 추첨으로 분양권을 나눠줄 수밖에
정부가 고시하는 표준지 공시지가는 야누스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에서 대표성 있는 50만 필지를 골라 땅값을 산정하는데 매년 전국의 대표적인 토지와 건물에 대해 조사·발표한다. 공시지가는 토지의 시세와 직결돼 보상비와 세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공시지가가 올라갈수록 거래 가격은 높아지고, 개발을 위한 보상비도 많이 든다. 개발의 미래가 열려 있는 땅을 가진 지주 입장에서는 공시지가 오를수록 좋은 셈이다.이에 따라 개발이나 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 토지를 갖고 있는 지주들은 공시지가가 높아지기를 원
주택에 이어 토지까지 공시지가가 대폭 상승하면서 속상한 사람들이 더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정부는 이달 중순 올해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에 대한 공시지가를 11년 만에 최대 폭인 9.42%로 올렸다. 그러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불만을 제기한 건수가 지난해(3386건)보다 3배 넘게 증가한 1만1482건이나 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다. ‘공시지가가 너무 높게 측정됐다’며 하향을 요구한 사례가 1만1016건으로 전체의 95.6%를 차지했다.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약 3309만 필지의
“너무 많은 먹구름이 있으면 단 한 번의 번개에 폭풍이 시작될 수 있다”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2월10일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경고한 말이다. 라가르드 총재가 말한 먹구름은 미·중 간 무역 분쟁과 관세 인상, 금융 긴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의 불확실성이다.한반도 상공에도 먹구름이 짙다. 최악의 고용참사가 그 첫 번째다. 통계청의 올해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는 122만4000명으로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9년 만에 최고인 4.5%로 뛰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정상회담 장소가 베트남 하노이로 결정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적인 이슈뿐 아니라, 베트남은 경제적으로도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지난달 기자가 베트남의 경제수도인 호찌민을 취재한 결과 현지 부동산 시장은 과거 서울의 강남개발 시대를 연상시킬 만큼 뜨거웠다. 특히 호찌민을 동서로 가르고 흐르는 사이공강 주변의 고급 아파트는 서울 신축아파트 분양가와 맞먹을 정도다.특히 서울의 강남을 연상시키는 호찌민의 투티엠 개
“이렇게라도 아니면 목포 오겠습니까”손혜원 의원의 목포 논란을 전하는 기사를 접하다 이 한마디가 눈길을 잡았다. 손 의원의 투기의혹을 취재하러간 기자에게 했다는 현지인의 말에서 목포의 고통이 느껴졌다. 누구하나 목포를 챙긴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상식의 눈으로 보면 손 의원의 목포 구도심 땅 매입은 투기 가능성이 짙다. 하지만 목포의 눈으로 보면 다를 수 있다. 평당 2000만원 시대가 열린 세상에서 목포 구도심은 한 채당 2000만원이다. 손 의원이 매입했다는 22채의 가격을 모두 합하면 7억원. 서울 아파트의 한 채(중위가격 8억
올들어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다. 매매 거래는 급속히 줄고, 급매물조차 팔리지 않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의 경우 지난 5년동안 거침없이 올라 ‘조정’을 받는 측면도 있지만 하향세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게 문제다. 실제 올 들어 겨우 20여일이 지났지만 서울은 물론 수도권과 지방 모두 집값이 완연히 꺾이는 모양새다. 최근 부동산 시장 냉각은 정점으로 치달은 집값과 지난 5년간의 과잉 공급 등이 바탕에 깔려 있지만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제한, 금리 인상 등이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 정부가 지
연일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맹습하면서 미세먼지를 재난 수준으로 격상하는 논의가 정부와 국회에서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 미세먼지 재난을 겪는 올 겨울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한파이거나 미세먼지이거나’이다. 추울 때는 사정없이 춥다가 추위가 물러가면 미세먼지가 맹습을 한다는 의미다. 오죽하면 ‘삼한사미’(三寒四微·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을까.인생 최악의 겨울을 버텨내는 상황에서 ‘삼한사미 저리 가라’는 또 하나의 깊은 고민에 괴롭다. 현재 거주하는 집을 팔고 서울로 진입할 것인가 여부다.대략의 상황은 이렇다
경기도 남양주·하남·과천과 인천 계양구 등 4곳의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됐다. 올해 하반기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3년 뒤인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주택공급에 착수하는 일정이다.특히 이번 신도시는 과거의 신도시와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아파트만 냅다 세워 서울의 ‘베드타운’을 만들었던 과거 신도시와 확연하게 다른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게 정부의 포부다.대표적인 게 광역교통망 구축이다. 3기 신도시는 ‘서울 출근 30분’을 모토로 서울의 경계지역에 입지를 정했고, 또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속도로,
여동생은 매해 가을 울산 서생에서 배와 배즙을 보내줬다. 누이가 보내온 서생배는 유난히 달고 즙이 많았다. 누이의 이웃은 큰 배밭을 한다고 했다. 일손이 부족할 때면 누이는 밭일을 거들어 주고 적지 않은 배와 배즙을 챙겼다. 원채 너른 밭이라 상품의 배를 다 따고도 발부리에는 낙과한 하품의 배들이 지천이라고 했다. 때로 배는 보기 좋은 상품보다 못생긴 하품이 더 맛났다. 그런 배로 짠 배즙도 꿀맛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따뜻하게 데운 배즙은 기관지에 좋아 겨울철 목이 따끔해 올 때면 특효약이 됐다. 누이는 결혼한 첫해, 산봉우리 전체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에서 올해 정반대의 통계가 나왔다. 올해 빌딩 거래는 사상최대급으로 일어났고, 아파트 거래는 확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가격과 거래량이다. 강남 빌딩과 아파트 가격은 올해 모두 급등했지만 거래량은 영 딴판이다.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이 가격을 올리고 거래를 키우는 게 당연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주택부문에만 치우쳤기 때문에 나오는 풍선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매일경제신문이 올 들어 12월 중순까지 강남구에서 매매된 빌딩을 전수조사해보니 295건이 거래됐다. 지난해(20
최근 국회에서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19조8000억원이 확정, 통과됐다. 이는 당초 정부안보다 1조2000억 원이 늘어난 것이다. SOC 예산이 전년 대비 늘어난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건설업계는 당초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요구한 ‘SOC 예산 25조원’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입장이다.하지만 내년 SOC 예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 부분이 신규 사업보다는 계속사업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예산 증액분야도 보성(전남)~임성리 철도건설, 포항(경북)~삼척(강원) 철도건설, 서해안 복선전철
지난 일요일 온 가족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나들이에 나섰다. 항상 바쁘고, 불시에 바쁘고, 사람들 만나느라 바쁜 직업을 가진 숙명을 만회하기 위해 주말이라도 가족과 함께 오롯이 하고 싶었다.해가 져 어둑해진 오후 6시쯤 삼청동에 도착했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쇼핑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왠지 예전처럼 삼청동 특유의 활기참과 북적임, 그 속에서 누리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누린다는 감이 오지 않았다.느낌이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니 너무나도 침체한 삼청동 상권이 원인이
“저의 무주택 기간이 얼마인가요?” “제가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이 되나요?”지난달 분양한 새 아파트에 청약을 넣던 지인들이 던진 질문 중 일부다. 부동산정책 기사를 쓰고 청약시장을 돌아다니는 기자도 이 질문에 시원하게 답을 못한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워낙 많이 바뀌었고, 지금도 바뀌는 중이어서다.기자만 그런 게 아니다.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고객과 대면 상담하는 상담사도 규칙을 다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한 부동산 시행사 대표는 현재 적용되는 청약 규칙을 총망라한 ‘분양업무편람’이라는 두툼한 책자를 손수 만들었다. 고객에
“야구 몰라요”는 하일성 야구해설가가 남긴 유명한 어록이다. 야구는 결코 예측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수십년간 현장에서 수많은 야구경기를 지켜본 전문가의 통찰은 이랬다. 선수의 심리와 컨디션, 경기장 사정, 팀 분위기, 관중들의 반응, 날씨 등 야구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너무 많다.경제도 야구만큼 어렵다. 경제는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어렵다. 경제현상은 기본적으로 수요공급 법칙을 따른다.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세테리스 파리부스’다. 세테리스 파리부스란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뜻이다. 즉 어느 한 조건이
퀴즈 하나. 한국인의 ‘먹고 사는’ 식주(食住)에 대한 문제다.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압구정 영동한양1차 전용 64㎡)를 사려면 쌀 몇 가마니(1가마니=80㎏) 가격을 줘야 할까?정답은 1만 가마니다. 정부의 9·13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8월말 기준으로, 압구정 한양아파트 26평형 한 채는 쌀 1만 가마니 가격에 맞먹었다. 현재 국내 농업기술 수준으로 쌀 1만 가마니를 생산하려면 여의도 절반(1.5㎢)만한 농지가 필요하다. 여의도만한 농지에서 쌀농사를 지어 소출을 팔면, 압구정 소형아파트 두 채를 살 수 있다는 얘
국토(토지)개발과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불가분의 관계다. 그래서 개발(공공 등)주체들은 특정 지역 개발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을 가장 부담스러워한다. 개발 사업장과 주변 지역 부동산 가격이 거침없이 오를 경우 여러 가지 이유(투기, 상대적 박탈감 등)로 해당 개발사업 자체가 현저하게 더디게 진척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나타난 서울지역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사업 등) 지연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올해 서울 각 도시정비사업장은 당초 예상보다 사업 추진이 훨씬 늦어지고 있다. 특히 여의도와 용산, 강남구 등 한강 주변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