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만 없지 ‘전쟁’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최악 상황으로 치닫는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5월 소비자 물가가 5%대를 찍을 것이라고 한다.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체감 물가는 더 높다. 마트에 가서 식재료 몇 개를 고르면 금방 10만원이 넘는다. 3만원어치 기름을 넣으면 자동차 연료 게이지가 한 칸밖에 안 올라간다.반주 한잔 하고 싶어도 1병에 5000원으로 뛴 가격이 부담이다. 고단한 코로나19 터널을 터벅터벅 걷다 겨우 빛을 보나했더니 이젠 물가와의 전쟁이다.윤석열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지도를 들여다보면 해안선을 따라 각 지역의 이름을 딴 크고 작은 항들이 빼곡하게 위치해 있다. 항만은 해운과 내륙교통을 연결하면서 다양한 물류활동이 이뤄지는 장소로 국제 교역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의 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적인 공간이다. 항만시설은 1980년 이후 집중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30년 이상 경과된 시설물이 284개소로 전체의 약 26%에 해당하며, 2040년에는 8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SOC 시설물에 비해 빠른 속도로 노후화가 진행되
전국 곳곳에서 공사중단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철근콘크리트업계와 토공업계는 종합건설업계에 하도급대금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사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을 정도다.전문건설업계가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더 이상 출구가 없는 한계 상황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악재가 한둘이 아니다. 자재비, 인건비, 장비임대료 폭등에 일부 건설노조의 횡포까지 삼중고, 사중고를 겪고 있다.건설자재 가격은 1년 이상 멈출 줄 모르고 오르기만 했다. 통계청 생산자물가 중 건설용 중간재는 2021년 이후 32% 올랐다. 상승률이 50%가 넘
부동산 보유세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공약이다. 기획재정부는 6월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완화 세부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도 종부세도 2020년 공시가격을 적용해 대폭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재산세 감면도 뒤따른다.최근 몇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집가진 사람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집값이 올라 자산도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도 정도껏 올라야지, 너무 오르다보니 당장 내야 할 세부담에 불만도 커졌다. 문재인 정부가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을 11억원으로 상향조정한데 이어 올
대통령선거 후보자 간 TV 토론에서 인구와 균형발전이 차기 정부의 주요 국정 어젠다로 부상했다. 특별법까지 제정했지만 여전히 국가불균형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인구 감소 및 고령화와 지역균형 저하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주장에 모두가 동의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317조원이나 투자했어도 가임 여성당 0.8명으로 OECD 가입국 최하라는 비교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출산율을 높이는 데 지역균형발전이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어느 정도는 기여하겠지만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연일 치솟는 물가로 인해 가계는 물론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까닭이다. 지난 14일 전국 철근·콘크리트사용자연합회는 현대건설의 전국 모든 현장에 무기한 공사 중단을 하기로 했는데, 지난해 상반기 이후 철물, 각재, 합판 등 비용이 50% 정도 급등했으나 이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해진 기한 내 공사를 마쳐야 하는 건설공사에서 공사 중단으로 인해 발생할 공기 만회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고라도 공사 중단을 선택한 철·콘
부동산 시장 안정은 국가 발전의 토대이자 국민 복지의 핵심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에 심혈을 기울인 것도 주거 안정이 곧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의 신도시(분당·일산 등) 200만 가구 공급 시기를 제외하면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5년은 부동산 시장이 가장 요동친 시기였다. 집값이 사실상 폭등하면서 주택 가격은 물론 주거 양극화가 극심했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영끌’과 ‘패닉바잉’ 등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5년간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것은 스물다섯 번이 넘는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목소리에 어둠이 짙게 배어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연일 주요 의제로 등장하고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한숨 섞인 비평이 줄을 선다. 물가 상승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터라 그 전망과 비평을 귓등으로 흘려보내기가 쉽지 않다. 대책으로 금리 인상을 먼저 내세우니 가계 부채 걱정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급기야 힘든 고비로 기억되던 금융위기를 퍼뜩 떠올리며 큰 걱정으로 손톱을 물어뜯을 판이다. 모든 것이 힘든 판이긴 하지만 숨 쉴 구멍이 없진 않다. 위기 국면과 새 정부 출범이 겹쳐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누구든
부패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경제와 관련이 깊다. 실증결과도 있다. 선진국들은 대개 부패지수가 낮고 후진국들은 대개 부패지수가 높다. 한국은 특이한 경우다. 경제수준과 부패지수 모두 높다. 영화 ‘부당거래’를 보면 한국은 그야말로 ‘부패공화국’이 아닐 수 없다. 그 영화에선 경찰과 검찰이 더불어 건설업계와 유착해 부정사익들을 거래한다. 공익도 공정함도 없다.요즘 한국은 공정이 화두다. 비슷하게 나눠 갖는 걸 공정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다. 공정은 나눠진 양이 아니라 나누는 방식에서 나온다. 게임이론 시각에서 보자. 공정이
5월10일부로 새 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핵심 원칙은 ‘공정’과 ‘원칙’이다. 이를 건설업계에도 적용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여럿 있다. 이 중 중대재해처벌법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중대재해법은 진단과 처방이 틀린 규제다. 틀린 건 바로잡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야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중대재해법이 지난 1월27일 시행 후 최근 100일을 맞았다. 당초 법의 취지대로 과연 산업재해가 크게 줄었을까. 요약하자면 ‘아니다’에 가깝다. 또 다른 관심사는 ‘부작용’이다. 이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했다고 볼 수 있다.국회 박대
지난주 한 전문건설회사 대표와 저녁을 했다. 현안을 물었더니 계약은 작년 초에 했는데 현재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비용이 급증해 계약고가 바닥이 난다는 이야길 했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를 넘기면 더 받을 하도급대금이 없는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요즘 붐이 일어나는 집단 파업을 하면 될까? 이 또한 담합의 소지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집단으로 납품거부를 하는 경우에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 또한 담합으로 조사하고 처벌한다. 왜냐하면 담합은 경쟁사업자 간 어떤 경우라도 합의
건설공사는 복합적 생산과정으로서, 다양한 분야에 걸친 크고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여러 가지 생산요소를 활용해 시설물을 완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발주자로부터 처음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원도급업체는 모든 공사를 직접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분야별로 전문적인 기술과 생산요소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건설업체에게 하도급을 줘 시공하게 하면서 전체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그런데 원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 사이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공사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두고 많은 분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우리 법제는 하도급대금을 보호하기 위해 하도급대금
우크라이나 사태 등 때문에 생긴 세계 원자재 대란이 국내 건설현장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공사가 한창인 현장을 멈추거나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데도 원자재 비용 때문에 늘어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타격을 입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건설현장과 관련한 원자재 가격은 말 그대로 무섭게 뛰고 있다.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는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레미콘연합회)와 1종 시멘트 가격을 기존 1t당 7만8800원에서 15.2% 인상한 9만8000원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7월 5.1% 올린 뒤 8개월 만에 또다시 두 자릿
미세먼지, 온난화, 이런 단어들을 접할 때 우리들의 일반적인 선입견은 ‘환경과 에너지는 친한 사이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제품을 생산하고 이동수단을 활용하고 전기를 생산하거나 열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에너지는 환경 측면에서 부정적인 양립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수요관리, 재생에너지와 수소산업, 에너지저장 산업, 환경산업 등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이러한 글로벌 노력 중에는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으로서 생산 매체를 친환경적이고 위험하
많은 연구보고서에서 학교시설은 학생들의 학업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연구에서는 학교시설은 학생의 건강, 행동, 학습참여 및 성취도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하고 있다. 학교시설의 품질을 향상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요구되지만 시설개선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한다면 투자가치를 훨씬 능가한다고 한다. 연구에서는 학교 시설개선에 중요한 내용으로 소음, 공기질, 조명, 온도 및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국내에서는 통계청의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외부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불안이
“한국 경제가 엄청난 스트레스 구간에 들어 있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대선 말미에 만난 정부 고위 당국자가 한 말이다. 당시는 부동산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여론조사 등에서 우위를 달릴 때였다. 그는 “집값을 겨우 잡을 둥 말 둥 하는 타이밍인데 자꾸 규제 완화 시그널이 확산하면 스트레스 구간에 갇혀 있던 시장이 다시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렇게 말했다.말은 현실이 됐다. 윤 후보의 당선 뒤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서울 강남권과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집값이 뛰고 있다. 지난 14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윤석열 정부가 5월10일 출범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들이 만만치가 않다. 특히 최근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이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새 정부는 여러 개의 현안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연립방정식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보장이 없음에도 무조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해법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세 가지의 딜레마를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는 새로운 성장전략과 국민 체감과의 간극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의 성장전략, 즉 선분배-후성장의 분수효과(
최근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소기업 생산성 특별법 제정, 중소기업 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등이 논의됐다. 국무총리 지명자는 국가의 중장기적인 운영을 위해 중요한 4대 핵심 과제의 하나로 높은 생산력 제고를 제시했다.중소기업의 생산성 제고에 대한 논의와 정책 추진은 시대적 환경에 따라 변화해 왔다. 1990년대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계열화 정책과 연관성이 높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요구하는 단가, 납품, 품질을 충족하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며 탈원전 폐기를 사실상 선언했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강국을 만들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원전 정책 변경은 건설업계에도 꽤나 큰 관심사가 된다. 원전 추가건설은 수조원이 드는 초대형 건설사업이다.그런데 새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을 보면 의문이 하나 든다. 원전가동률을 높이면 필연적으로 핵폐기물들이 더 많이 배출될텐데, 핵폐기물 처리대책은 아직 구체화된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용후핵연료, 이른바 고준
승용차의 성능과 품질이 우수하면 제조 기업은 명성을 얻는다. 휴대폰이나 의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 인지도와 일자리 선호도가 높아져서 우량기업이 된다. 그런데 사회경제적으로 유용한 시설물이 늘어나도 건설기업의 명성은 비례해 상승하지 않는다.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지만, 건설기업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는커녕 오히려 ‘배 불리는’ 기업으로 폄훼되기도 한다.한국은행의 통계에 의하면, 건설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02년 7.6%에서 2021년 4.9%로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건설업 종사자는 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