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을 단축하라고 하는 것은 ‘뛰지 말고 걸으라는 것’입니다.”지난달 동남아시아의 한 건설 현장에서 만난 한국의 대형건설사 임원은 7월로 예정된 근로시간 단축(주 68시간→ 52시간)에 대해 걱정이 큰 모습이었다. 다른 외국 경쟁사들은 신규 사업 수주나 공사 조기 완공을 위해 더 빨리 뛰려고 하는데, 한국만 유독 천천히 걸으라며 정부가 발목을 잡았다는 뜻이다.잠시 둘러본 현장 곳곳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땅을 고르고, 기본적인 시설물을 세우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따로 설치된 고층 전망대에 올라야 현장 전체를 볼 수
“돈은 누가 대나요. 남북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며칠 전 만난 20대 후반의 청년은 “우리 세대는 이기적이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무리 대의가 있어도 나 자신이 손해본다면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통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민족’이어서 하나가 돼야 한다는 당위론보다는 ‘이해득실’을 따져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실리론이 앞선다. 실리론의 핵심은 결국 돈이다. 이른바 통일비용이다. 북한에 도로와 철도를 깔고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북한 사람의 복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앞으로 전개될 남북 경제협력(경협)도 벌써 주목받고 있다. 남북경협은 6월 미·북 간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건설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북 교류가 본격화되면 남북 경제협력도 동시에 가동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쌀이나 비료, 의약품 등의 인도적 지원에 이어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차례로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북한 인프라 구축이 경협의 주요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철도와 도로,
요즘 시행사들 사이에선 ‘국토부보다 무서운 허그(HUG)’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HUG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영문 이름을 이니셜로 표현한 것이다. HUG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다양한 보증사업을 진행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기본적으로 국민과 기업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그런데 왜 두려움의 대상이 됐을까.기업들이 HUG를 두려워하는 것은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실행하는 ‘저승사자’이기 때문이다. 선분양제가 일반화 된 국내 시장 상황상 건설사는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때 HUG의 분양보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30분짜리 깔끔한 한 편의 컬러 무성영화’. 지난달 27일 판문점 우리 측 구역인 평화의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중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도보다리 회담에 대한 한국일보 논설고문의 감상평이다. ‘깔끔한’이라는 담백한 형용사 외에는 수식어가 없지만 저 간결한 문장에 남북정상회담의 감동과 여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일보 외 일부 언론사도 정상회담을 무성영화에 비유했다. 간간이 들리는 청아한 새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두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영화적 감동을 뛰어넘을 만큼 인
“이게 말이 됩니까. 7월 시행이라는데 이렇다 저렇다 하는 기준이 없어요.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건데, 건설사들 다 죽은 뒤에 어찌 됐나 보겠다는 건가요.”최근 만난 한 대형건설사 직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넋두리부터 쏟아냈다. 7월 시행이라고 했으니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이야기인 줄 알아차렸지만, 무슨 소리인지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그는 “국내 현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해외 현장은 어쩌란 말이냐”고 한층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해외 현장도 7월부터는 무조건 주당 52시간 근로시간을 준수해야 하는데, 이렇
“어차피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저 디에치자이개포 청약에 당첨됐습니다”동문 모임에서 한 동기가 수줍게 말했다. 그에게 축하한다는 말이 쏟아졌다. “14억원을 구해야 한다”며 그는 짐짓 힘든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속으로는 그가 벌게 될지도 모를 6억원의 로또를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40대 중반에 들어선 홑벌이인 그에게 돈 걱정이 마냥 표정관리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이는 자라고, 들어가는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향후 3년 동안 6개월마다 1억5000만원씩 10억원에
정부는 최근 ‘2019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453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 규모의 슈퍼예산인 셈이다. 하지만 내년 예산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건설업계의 바람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의 SOC 예산 감축 기조는 내년뿐만 아니라 앞으로 쭉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책연구원 일각에서는 2019~2021년 연평균 SOC 예산이 16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예산도 신규사업보다는 지속성 사업에 대부분 투입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설인들과 건설업계
지난달 말 독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구에 살고 있다는 그는 서울에 한 채, 지방에 한 채씩 총 두 채의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며 모은 돈으로 한 채를 장만했고 은퇴 후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집에서 살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서울 집은 전세로 돌렸다. 그러던 중 아들 내외가 아기를 놓자 손주도 돌볼 겸 합가할 요량으로 가진 집을 모두 처분하고 서울의 중대형 아파트나 단독주택으로 갈아탈 생각이었다. 세금을 아끼려면 양도차익이 적은 지방 집부터 처분하고 1주택자가 된 후 서울 집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 온 고농도 미세먼지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출퇴근길을 오가는 시민들 중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지난주 맞닥뜨린 최악의 미세먼지는 중국보다 농도가 더 높아 필자처럼 미세먼지에 둔감한 사람까지도 마스크를 착용할 정도로 일반 시민들의 경각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언론은 연령대별로 미세먼지 흡입량을 최소화할 마스크 종류와 착용법 등 관련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언론의 적극적인 반응만큼이나 시민들의 걱정도 크다. 계속 한국에 살아도 되는 건지는 애교에
‘블랙홀’은 우주 어느 곳에 위치한 단순한 검은색 구멍이 아니다. 블랙홀은 ‘중력장이 극단적으로 강한 공간’이다. 쉽게 말해 엄청나게 강한 중력이 어떤 물체든 흡수해 버리는 곳이라는 얘기다. 물체의 속도 중 가장 빠르다는 빛도 이 공간을 지나치지 못하고 빨려 들어가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빛이 없는 ‘블랙’ 홀이다.먼 우주에 있어야 할 블랙홀이 2018년 3월 한국 땅에 떨어졌다. 3월26일 문재인 정부가 31년 만에 발의하는 개헌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개헌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현안을 단숨에 앗아버리는 거대한 블랙홀이
재건축공동대책위원회라는 곳에서 수십통의 메일이 오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안전진단을 강화하면서 재건축이 어려워진 주민들이다. 요약하자면 “우리도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의 재건축 방안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할만하다. 정부의 이번조치로 직격탄을 맞는 곳은 서울 양천구, 강동구, 노원구, 마포구 등 비강남권이다. 강남권은 지난 정부의 부동산 완화정책을 틈타 상당한 단지가 재건축을 끝냈고, 이를 통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제 비강남권에서 재건축을 하려하니 이를 막아서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금리는 건설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민자건설사업의 경우 저금리 자금 조달 여부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크고, 부동산 시장은 대출금리가 주택 청약 성적을 좌지우지한다. 부동산시장의 호황과 불황이 금리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래서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과 인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3~4년간의 부동산 시장 활황도 저금리 장기화의 덕이 크다고 볼 수 있다.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금리가 본격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다. 1990년 이전만 해도 금리가 부동산 시장을 쥐락펴
최근 강남4구에서 재건축을 추진중인 아파트의 조합원에게 최대 관심사는 단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다. 초과이익이 얼마냐에 따라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돈이 왔다갔다 하니 이슈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악(惡)으로 규정하고 징벌하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는 많은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시작은 지난 1월 국토교통부가 강남권 재건축부담금 추산액을 발표하면서다. 강남 15개 아파트 조합원 1인당 평균 4억4000만원, 최대 8억4000만원의 부담금이 나온다는 것이 요지였다. 기존 조합들이
절친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10년 전 이맘때쯤 절친의 친구인 A씨는 서울 잠실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단지의 33평짜리 아파트를 분양가인 10억원 정도에 매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9월 중순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세계 경제는 급속히 위축됐고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도 파산의 격렬한 영향권 내 있었다. A씨는 바닥이 없는 양 추락하는 집값에 속앓이를 하고 또 해야 했다. 그러다 분양가를 회복하고 1억원 정도 더 오른 2016년 말쯤 아파트를 팔고 그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갔다. 대출이자에 물가상승분까지 감안하면 여전히 손해였으나
2월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난데없이 ‘두더지 잡기’ 게임 영상이 상영됐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이를 보여주며 “여기 때리면 저기 튀어나오고, 꼭 강남 집값 잡는 것하고 비슷하지 않으냐”고 물었다.문재인 정부 2년차, 지난해 발표된 8·2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가 봇물 터지듯 발효되는 2018년이다. 하지만, 아직도 집값이 잡히는 신호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김 의원의 말처럼 ‘여기 때리면 저기 튀어나오는’ 이른바 ‘풍선 효과’만 만발하고 있다.8·2대책이 나온 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
최근 신축빌라를 구하기 위해 서울시내를 둘러봤다. 부동산공인중개사와 함께 빈집 몇 곳을 둘러봤는데, 가는 곳마다 주차가 골치였다. 대부분 1층은 필로티구조라 건물 기둥을 피해 요리조리 차를 넣고 빼는 게 여간 일이 아니다. 그나마 주차공간이 태부족해 동네 골목 빈구석을 찾아 억지로 차를 주차해야 했다. 부동산중개사도 민망했는지 배시시 웃는다. “도시형생활주택이 허용된 뒤부터는 이래요. 골목이 온통 주차장이 됐어요.”주차만 불편하면 그냥저냥 견디겠는데 만일 불이라도 나면? 소방차가 쉽게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건물 간의 간격이 좁다
언젠가부터 유목성을 잃어버린 한국인은 내 집에 집착하는 정주민(定住民)이 됐다. 그래서 더 넓고 더 좋은 집을 찾아 갈망했다. 2018년 무술년 새해 들어 서울 강남권의 집값 상승을 바라보면 정주민의 성향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것에 다시 놀라게 된다. 최근 몇 개월 사이에 강남권 집값이 치솟으면서 나라가 시끄럽다. 산적한 국가 경제 현안이 있음에도 경제 이슈가 ‘강남 집값 잡기’가 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경제부처들이 집값에 집중하는 것은 국력 낭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강남 집값은 역대 정부마다 이슈가 됐다. 이 때문에 오르면
여동생이 다음달이면 24평(전용면적 18평) 주상복합아파트의 주인이 된다. 그것도 서울 광진구의 지하철 2호선 역에서 도보로 8분 거리인 곳에. 준공된 지 19년이 흘렀고 내부 평면이 썩 잘 빠진 건 아니지만 여동생이 서울에 입성한다는 사실에 인천에 사는 필자가 서울에 입성하는 것처럼 기뻤다.여동생이 유주택자가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초부터 귀찮을 정도로 갭투자가 어떤지 물어 왔다. 부동산을 모르고 중랑구의 낡은 다세대주택에서 전세로 살던 여동생이 갭투자를 묻자 갭투자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들어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최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속됐다. 서슬 퍼렇던 박근혜 시대의 한 자락을 풍미했던 그는 “동대구역에서 할복하겠다”고 할 정도로 억울해 했지만, 결국 오랏줄에 묶인 신세가 됐다. 유·무죄를 떠나, 최 전 부총리의 구속이 씁쓸했다. “빚내서 집 사라”는 시대의 상징적 몰락 같아서였다.실제 최 전 부총리가 몸담았던 정권은 영어의 몸이 된 수장과 함께 나락에 떨어졌고, 당시 정부를 믿고 아파트를 산 많은 국민이 격세지감을 톡톡히 경험하는 중이다. 새로 출범한 정부는 ‘집을 여러 채 산 사람들’부터 손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