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모래전쟁’이라고 부를 만하다. 남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모래 채취를 놓고 부딪힌 건설업계와 수산업계 얘기다. 부산경남지역의 건설업계는 남해 EEZ에서 모래 100%를 공급받는다. 그런데 지난달 16일부터 이곳에서 모래채취가 중단됐다. 골재채취 재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산업계는 “과도한 골재채취로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연근해 어업량이 급감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모래가 부족하자 레미콘 업체는 공장가동 중단위기에 몰렸다.부산경남이 쓸 모래는 낙동강변에서도 채취가 가능하다. 그런데 4대강사업이 완료된 뒤
지난달 31일 퇴임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전 탄핵심판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탄핵심판 인용을 전제로 4월 말 또는 5월 초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고 있다. 빨라진 대선 시계에 맞춰 여야 대권 후보들도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부동산과 관련해서는 보유세 인상이 가장 주목된다. 부동산 보유세는 건물·토지 등의 소유에 대한 세금으로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등이 있다.가장 파격적인 공약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국토보유세. 이 시장은 “전체 토지자산 가
지난 1월16일 편집국에서 올해 첫 심야 당직을 하며 뉴스를 검색했다. 밤 늦게 눈에 확 띄는 뉴스가 한 꼭지 보였다.국제통화기금(IMF)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IMF는 그동안 한국이 올해 3%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유지했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의 실망스러운 경제여건과 정치상황 등을 감안해 3% 성장 전망을 취소해버렸다.궁금해서 IMF 홈페이지에 오른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를 뒤져 봤다. 요약 보고서에는 ‘한국’(Korea)이라는 단어가 딱 한 번 나온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성장률
일본 시즈오카현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 교수를 만났다. 그는 월세 10만엔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물었다.“집을 사시지 그래요? 오래 거주하실 꺼면 내 집을 갖는게 좋을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집을 사는 순간부터 집값이 떨어져요. 마치 자동차 사면 다음날부터 감가상각 되는 것처럼. 도쿄 핵심지역이나 집값이 오르지 대체로 떨어진다고 보시면 돼요. 그러다 보니 빈집도 많고요.”통계학적으로 보면 올해부터 한국은 건국 이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선다. 생산가능인구(15~49세)가 마침내 줄어든다. 일본이 20여
‘부지’의 한 해가 저물었다. ‘不止’와 ‘不知’의 2016년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최소한, 적당히 그칠 줄만 알았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지 못한 결과가 나라를 혼돈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두고 한 얘기다.2017년,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가 밝았다. 닭은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왔음을 알리는’ 희망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이번 ‘새해’는 기어코 새 희망으로 시작해야 한다.그런데 지금 우리는 암울하다. 나라 안팎에 암초가 널려 있다. 오는 20일 출범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아
아직 한겨울 맹추위가 오지 않았지만 대한(大寒)의 한파만큼이나 차갑고 서늘한 기운이 거리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연말의 상징인 크리스마스 캐럴은 귀를 쫑긋 세워야 간간이 들리고 신나는 멜로디는 마음을 들뜨게 하지 않는다.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오가는 시민들의 표정에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근심이 더 많이 어른거려 보인다. 마치 대한민국 경제의 어두운 미래가 그대로 투영된 것처럼. 실제 올해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2%대 성장에 그쳤다. 조선·해운 업종의 대량 실직과 갈수록 줄어드는 가처분소득은 미래를 보는 부정적 관점을 확산시
28년 만에 재현된 모습이었다. 지난 6일 재계 총수들이 국정조사 청문회 증언석에 나란히 앉았다. 삼성, 현대차, SK, LG, GS, 한화, 한진, CJ 등 내로라하는 9개 그룹 총수들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그 아들들이었다는 것. 1998년 5공청문회 때 삼성그룹 이건희,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회장이 출석했다.9개 그룹 총수들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기금출연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다. 특위위원들은 이들 기업이 내놓은 자금이 순수한 기부인지, 대가를 주고받은
신기했다. 2016년 12월6일,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 여러 명이 국회 증언대에 섰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자리였다.일반인은 (기자를 포함한) 거의 알 수 없는 ‘회장님’들의 화법이 낱낱이 드러났다. 언론 보도에는 매끄럽게 정리된 ‘멘트’로 알려지지만, 이날 생중계된 청문회에선 이들의 어투와 어법, 언변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창피했다. 입력된 말만 되풀이하는 로봇, 상황 변화에 일부 대응할 수 있는 ‘AI’(인공지능)라면 차라리 이보다 훌륭한 말솜씨를 드러냈을
‘퍼펙트 스톰’. 난파 직전의 한국 경제가 처한 엄혹한 현실이다. 내부적으론 ‘최순실 게이트’에 의한 탄핵 국면으로 국정이 올스톱됐다. 외부적으론 자국 이익에 기반한 고립주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무역에 근간을 둔 한국 경제에 큰 짐이 될 전망이다.안팎의 사정은 풍전등화인데 경제 컨트롤타워는 제 역할을 못한 지 오래 됐다. 경제부총리는 역대 가장 존재감 없는 한 명으로 평가받는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게다가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면서 두 상전을 모셔야 하는 공무원들은
“경제수석까지 한 자가 나라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검찰 수사나 받고 있는 그런 상황이 너무 참담하고 부끄럽다”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CJ외압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나오면서 한 발언이다. 적어도 내 기억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부끄럽다”라는 표현을 쓴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부끄럽다’는 양심에 거리낄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강압을 한게 아니라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 쓰는 말로, ‘양심고백’의 다른 표현이다. 다른 말로는 ‘염치(廉恥)’라고도 한다. 염치란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해외건설은 저유가와 이란 경제제재 가능성 등 부정적인 요인이 커질 수 있으나,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내 인프라 투자가 확대해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설마 하던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지난 10일 우리 경제의 총사령관과 건설·주택 정책의 선봉장이 각각 내뱉은 말이다.아무 근거 없는 낙관론과 추측이다. 삼척동자라도 말과 글을
권력을 정당하게 위임받지 못한 여성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부동산업계 근간 중 하나를 흔드는 판결이 나와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올해 1월부터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혐의로 기소된 ‘트러스트 부동산’ 공승배 대표(변호사)가 지난 7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부동산 중개와 법률자문 서비스를 분리해 변호사가 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사실상 결론내렸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 중 4명은 무죄, 3명은 유죄 의견을 내 재판부가 배심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나라가 절단 날 지경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행정부는 멈춰 섰고, 대통령이 국내외 일정을 포기하면서 국정은 공백상태에 빠졌다. 최순실 사태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한 필부(匹婦)가 국정시스템을 무시하고 국정에 개입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절친’인 대통령에게 조언을 한다는 빌미로 막대한 사익을 챙겼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참을 수 없게 한다. 사익의 최종종착지는 결국 부동산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와 전 남편 정윤회씨 등은 강남 빌딩, 강원도
10월25일 아침.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로 가기 위해 KTX를 탔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광명역을 지나 터널로 진입한 순간 KTX가 갑자기 멈췄다. 엔진 소리가 사라지고, 몸이 쏠릴 정도로 급제동하는 게 동력이 끊긴 것 같았다.보통 이럴 땐 안내방송이 나와서 열차가 멈춘 이유를 알려준다. 그런데 이날은 아무런 안내 방송이 없었다.승객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안내방송할 사람도 없나 보다”라고 한 여성이 혼잣말을 했다.‘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도노조가 파업 중인 게 떠오른 것이다.다행히 열차는 곧 다시 힘을 내달렸지만, 오송역에
강남 투자, 지금은 물건너갔다.이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도권 시장이 얼어붙자 부산의 집값이 2009년부터 연간 10%씩 급등했다. 당시 부산 집값은 20년된 아파트가 저렴한 매물의 경우 평당 300만원 초반대까지 나와 있었다. 바다 조망권에 대한 외지인들의 투자 수요와 함께 집값 저평가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면서 전반적으로 집값을 끌어올렸던 것이다. 이후에는 오랫동안 가격이 침잠해 있던 대구·광주·울산 등 다른 광역시들로 집값 상승 현상이 확산됐다. 시장 변수 누적이 경기 변동에 느리게 반영돼 경기 사이클 주기가 긴
2011년 질병관리본부는 동물흡입실험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자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측은 서울대 조모 교수 등에게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다. 이들은 국내 최고의 독성전문가였다. 연구결과는 “가습기 살균제와 페손상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였다. 이들의 보고서는 정부와 의료계를 혼란에 빠뜨렸다.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는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의 사인에 대해 “유족들이 연명치료를 거부해 발생한 병사가 맞다“며 “사망진단서 작성은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초년 기자 시절, 특히 기상청을 출입할 때, 일본이나 다른 외국에서 큰 지진이 나면 늘 따라붙어 썼던 기사 제목이다. 늘 제목이 비슷했다. 혹시 모르는 가능성에 대한 기사였다. 이론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한국에서 지진이 발생할 것이란 생각으로 쓴 기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그런데 지난달 12일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의 강력한 지진이 경주를 강타했다. 물적,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여진 등으로 국민이 느낀 공포와 불안이 ‘트라우마’ 수준이다.결국, 한국이 지진 안전
직장이나 각종 단체활동을 하는 곳에서 ‘자의 반 타의 반’ 부동산 컨설턴트 역할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집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그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텐데 집값이 폭락하는 거 아닌가요?” 공교롭게도 질문자들은 전부 무주택자다. 집을 살 여유가 있지만 집값 하락 우려에 사지 않은 경우도 있고 자기자본이 부족해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기가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대한민국 부동산 폭락론. 상당히 자극적이며 흥미를 끄는 소재다. 서점에 가면 대폭락을 다룬 책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10년 전인 2005년께, 건설교통부 기자를 했던 한 선배의 말이다. 집값이 막 뛰어오를 때 그도 집을 구하고 있었다. 과천 기자실에서 우연히 만난 당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그에게 말했다. “우리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책임지고 집값 잡을 테니 집 사지 마. 지금 사면 무조건 후회야.”부동산을 책임지는 장관이 자신있게 말하는데 안 믿을 요량 있나. “야 정부에서 집값 무조건 잡는데. 지금은 집 사지말자” 그는 자신있게 아내에게 얘기했다. 그리고는 전세로 남기로 했다. 1년 뒤 어느날 그의 아내가 선언했다. “절대로 관료들 말
한여름 폭염과 이를 피하기 위한 휴가철이 끝나면 주택시장은 연례 ‘성수기’를 맞는다. 봄과 가을철에 이사 수요가 많고 또 이때 주택 거래가 급증한다는 것은 한국에서 사는 성인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그런데 추석 연휴가 지날 때 즈음으로 예상됐던 올해 성수기는 예년보다 훨씬 일찍, 또 뜨겁게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 8월25일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주택 시장에 불을 확실히 당겼기 때문이다. 공공택지 공급을 서서히 제한해 주택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게 골자였다.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수요 억제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