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나 각종 단체활동을 하는 곳에서 ‘자의 반 타의 반’ 부동산 컨설턴트 역할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집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그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텐데 집값이 폭락하는 거 아닌가요?” 공교롭게도 질문자들은 전부 무주택자다. 집을 살 여유가 있지만 집값 하락 우려에 사지 않은 경우도 있고 자기자본이 부족해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기가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대한민국 부동산 폭락론. 상당히 자극적이며 흥미를 끄는 소재다. 서점에 가면 대폭락을 다룬 책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10년 전인 2005년께, 건설교통부 기자를 했던 한 선배의 말이다. 집값이 막 뛰어오를 때 그도 집을 구하고 있었다. 과천 기자실에서 우연히 만난 당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그에게 말했다. “우리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책임지고 집값 잡을 테니 집 사지 마. 지금 사면 무조건 후회야.”부동산을 책임지는 장관이 자신있게 말하는데 안 믿을 요량 있나. “야 정부에서 집값 무조건 잡는데. 지금은 집 사지말자” 그는 자신있게 아내에게 얘기했다. 그리고는 전세로 남기로 했다. 1년 뒤 어느날 그의 아내가 선언했다. “절대로 관료들 말
한여름 폭염과 이를 피하기 위한 휴가철이 끝나면 주택시장은 연례 ‘성수기’를 맞는다. 봄과 가을철에 이사 수요가 많고 또 이때 주택 거래가 급증한다는 것은 한국에서 사는 성인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그런데 추석 연휴가 지날 때 즈음으로 예상됐던 올해 성수기는 예년보다 훨씬 일찍, 또 뜨겁게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 8월25일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주택 시장에 불을 확실히 당겼기 때문이다. 공공택지 공급을 서서히 제한해 주택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게 골자였다.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수요 억제책은
분양권 전매기간 제한 연장 등 더 진전된 가계부채 대책이 나왔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드는 건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25일 △주택 공급량 축소 △중도금 대출 보증 4회서 2회 축소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8ㆍ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더 뜨거워지는 부동산시장을 보며 든 생각이다. 정부가 대책 발표 나흘 만에 “부동산 과열 때 또 대책을 내겠다”고 말한 걸 보면 정부 스스로도 미흡했다고 판단한 듯 하다.정부는 충격요법으로 주택공급을 줄인다고 발표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요자들은 “공급량 축소 전까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부쩍 많이 눈에 띈다. 과학기술계와 경제계는 물론이고 정치계와 인문사회학계까지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한다. 왜 갑자기 4차 산업혁명일까. 글로벌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8년간 계속된 지독한 불황에 그로기 상태다.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불황은 계속되니 돈은 아닌 것 같고, 또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혹시 기술혁명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졌을 때 기술혁신은 종종 위기탈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4차 산업혁명이란 글자 그대로 네 번째 산업혁명이라는 뜻이다. 산업혁명은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 등을 위한 임시국회가 8월16일 막을 올렸다. 이날부터 8월31일까지 보름간 열리는 8월 임시국회가 어떤 성적표를 낼지가 벌써 관심이다. 그간의 국회 행태를 되짚어보면 ‘난항’, ‘험로’라는 관용어가 머릿속을 먼저 떠돈다. 가뜩이나 20대 국회는 야당이 다수당인데다, 추경 심사와 더불어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연장 문제, 조선업 구조조정 청문회 등 여야 간 대립을 야기할 굵직한 사안이 여럿 물려 있어 더욱 그렇다. 결론부터 말해 보자. 경제 문제는 경제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치 문제
솔직히 고백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됐지만 정부가 여전히 강력한 분양가 통제 수단을 쥐고 있는지 몰랐음을. 나아가 분양가 억제의 주역(혹은 악역?)인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존재를 나름 ‘부동산 깔때기론자’(대화가 기-승-전-부동산으로 끝나는 사람)라고 자칭했던 필자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난달 분양가 통제 논란으로 부동산업계를 오랜만에 뜨겁게 달궜던 HUG 행보에 대한 관전평이자 자아비판이다.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사태 추이를 주시했을 HUG 논란의 전말은 이렇다.서울 강남구 개포주
“일자리를 유지하는데는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그건 끔찍한 일이예요. 재앙이죠”영국 브레멘에 위치한 해운경제물류연구소(ISL)의 한 관계자는 “선박을 수리하는 수리조선소 형태라도 조선을 유지하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 고개를 크게 저었다. 너무 단호한 도리질에 괜히 멀쑥해졌다. 이같은 답변은 예테보리항만 관계자와 똑같았다.거대 조선사가 도산한 뒤 그 조선사를 품었던 도시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런 궁금증을 갖고 두 도시, 독일 브레멘주의 브레머하펜과 스웨덴 예테보리를 최근 찾았다. 먼저 브레머
우리나라처럼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서 즉각 약발을 발휘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 7월1일부터 바로 시행됐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가 뛰고, 프리미엄 등을 노린 투자 수요가 과열되는 상황을 제어하기 위한 조치였다. 올해 들어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자칫 강남발 아파트값 상승이 타 지역 주택가격에 영향을 끼쳐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경제에 부담을 지우는 걸 두고 볼 수는 없는
며칠 전 지인과의 점심 약속차 용산역으로 갔다.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4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공사 현장이 나타났다. 이 현장을 끼고 100m를 걸어 용산역 입구에 도착해 전방을 바라보자 중장비 소리에 함께 30층이 넘는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흡사 조그만 신도시 건설 현장을 방불케 한 이 곳은 용산 전면 2·3구역 공사장. 2구역은 용산푸르지오서밋, 3구역은 래미안용산 아파트가 지어진다. 몇 년 뒤 각종 건설 공사가 끝나면 용산역 주변은 환골탈태가 예상된다. 용산의 미래가치가 높다고 판단된 까닭일까. 공
지난달 21일.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합동으로 분양권 전매 단속에 나섰다. 단속반은 40~50명이나 됐다. 장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물산 래미안 루체하임 모델하우스, 위례신도시, 하남미사, 부산 해운대구 등에도 들이닥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발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위례신도시 24단지 초입에 있는 10여개 부동산 중개업소는 모두 문을 닫았다. 송파 위례신도시 52개 중개업소 중에서는 단 1곳만 문을 열었다. 대부분 업소는 블라인드가 짙게 내려쳐진 상태였다. 경기 하남 위례신도시도 마찬가지였고, 103개 중개업소가 있는 경기
정부가 6월28일 추가경정예산 10조원을 포함한 ‘20조원+알파(α)’ 규모의 국가 재정보강 방안을 내놨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가용한 방법을 총동원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위축 위험이 커진 하반기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TV와 냉장고 구입 시 가격 10% 할인, 추가 공휴일 지정 등의 방안이 망라됐다.그런데 이 중에서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 보증금액을 수도권과 광역시 6억원, 지방 3억원으로 제한한 게 유독 눈에 띈다. 9억원 이상
정녕 끝난 것인가. 정부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홍보하는데 후보 지역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발하고 있으니 끝났다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지난 21일 국토교통부의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연구 최종보고회’ 브리핑을 본 후 든 찜찜함이다.국토부는 1년여간 용역 끝에 가중치를 달리한 4가지 경우를 적용한 결과 김해공항 확장안이 818~832점으로 밀양(640~722점), 가덕도(495~678점)를 제치고 신공항 건설 대안으로 선정됐다고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용역을 맡았던 ADPi(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은 △공항 운영 △접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한 청년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나이 열아홉,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였다. 그가 우리를 울린 것은 ‘사고’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가방에서는 한 끼의 컵라면과 나무젓가락이 나왔다. 그는 시간에 쫓겨 밥먹을 시간조차 없었던 비정규직이었다. 그는 홀로 일하다 지하철에 부딪혔다. 메뉴얼은 &lsquo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이 6월8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토교통부가 진행 중인 동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 대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치적, 정무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시장은 신공항을 부산 가덕도에 유치하지 못할 경우 시장직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했다.용역을 발주한
오전 6시30분 몇 번의 뒤척임 끝에 힘겹게 눈을 뜬다. 세수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주요 기사들을 읽은 후 샌드위치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출근길에 나선다. 7시30분 버스를 타고 20분 걸리는 지하철역에 도착. 곧 들어온 지하철을 타고 환승 후 9시 전에 회사에 가까스로 도착한다. 오전부터 심장을 무지막지하게 죄어오는 업무에 짓눌려 점심도 먹는
6월을 앞둔 정부 부처의 분위기는 폭풍전야다. 굵직굵직한 발표들이 각부처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 졸이는 부처가 국토교통부다. 6월말에는 영남권 신공항이 마침내 발표된다.영남권 신공항은 20년도 더된 프로젝트다. 부산 인근에 신공항을 건설하자는 아이디어는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까지 올라간다. 공식 검토는 2006년 노무현 정부에
아파트 시장이 투기장으로 변질했다. 검찰이 세종시 공무원들의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 의혹을 수사 중이다. 세종시에 이주한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는 아파트 우선 특별공급권이 제공됐다. 이들은 타지역에 비해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취득세도 면제됐다. 거주 2년이 넘으면 분양 1순위 자격까지 덤으로 받았다. 일종의 특혜였다.특별분양 받은 중앙부처 공
지난 11일자 주요 일간지에 눈길을 끄는 부고 기사가 실렸다. 우리나라 제1호 도시학자인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향년 87세로 별세했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1970년부터 77년까지 서울시 기획관리관, 도시계획국장, 내무국장 등을 역임하며 강남 개발을 진두지휘했다는 대목에 눈길이 오래 머무르면서 대한민국 도시계획의 한 시대가 끝났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부의 구조조정 칼날이 해운조선업을 겨냥하고 있다. 다음은 석유화학, 철강 그리고 건설업계다. 일단 정부는 건설업을 기업 구조조정 최우선 순위인 경기민감업종에서는 제외했고, 설비감축과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되는 과잉공급업종으로 분류하지도 않았다. 시간은 벌었지만 건설업도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 적자 폭이 커지는 기업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