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공연은 대금 독주였다.대금연주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일제히 조용해졌다.끊어질 듯 끊어질 듯한 가냘픈 소리에 모두 숨을 죽였다. 애달픈 소리는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진 감정들을 하나하나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듯했다. 가냘프면서 깊고, 화려하면서 슬펐다. 뒤이어 고운 한복을 입은 연주자들이 가야금을 들고 등장했다.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는 슬픈 가락이 기본이지만, 속도가 빠르고 변화무쌍한 기교가 특징이란다. 이런 걸 밀당의 고수라고 하던가. 풀었다 죄였다하며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한량무였다. 가장 먼저 주근깨투성이
슬로시티 대흥은 예당저수지 주변을 아우른다. 그 가운데 대흥면 교촌리, 동서리, 상중리가 슬로시티의 중심이다.대흥읍성이 있던 자리로, 과거 백제 부흥군의 거점인 봉수산 임존성 자락 아래다. 교과서에 실린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유래한 마을이기도 하다.슬로시티 대흥을 여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발끝으로 천천히 누려보는 게 으뜸이다.느린꼬부랑길이나 손바닥정원길은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도 쉽게 돌아볼 수 있는 코스다.느린꼬부랑길은 마을의 자연과 역사를, 손바닥정원길은 마을 사람들이 직접 가꾼 정원과 슬로시티의 사람을 만날 수
광주 양림동 여행은 시간의 보물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100년 전 광주를 비롯한 전남지역 근대화의 물꼬를 튼 유적들이 가슴 찡한 이야기와 함께 고스란히 남아 있다.양림동 시간여행은 양림교회에서 출발한다. 현재의 건물은 1954년에 지어진 것으로 양림동 여행에서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양림교회 바로 앞에는 오웬기념각(광주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이 있다. 1914년 선교사로 활동하다 순교한 오웬(Clement C. Owen, 1867~1909)과 그 할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당시의 유교적 관습에 따라 남녀가 들어
동해시는 산과 바다, 계곡을 두루 갖춘 이상적인 피서지다.망상, 대진, 추암 같은 청정 해변을 비롯해 산세가 빼어난 두타산과 청옥산, 트레킹과 물놀이 장소로 각광받는 무릉계곡까지 입맛대로 골라 가는 재미가 있다.이 중 동해안의 내로라하는 해변을 제치고 강원도 국민관광지 1호로 지정된 곳이 두타산과 청옥산 등반의 들머리인 무릉계곡이다. 이곳의 이름은 신선이 노닐었다는 중국의 무릉도원에서 따왔다. 매표소부터 약 3km 구간에 맑고 풍부한 계곡물과 기암괴석,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이름값을 한다. 하이라이트는 계곡 트레킹 끝 무렵 등장하는
의 작가 채만식은 백마강을 ‘금강의 색동’, ‘여자로 치면 흐린 세태에 찌들지 않은 처녀 적’이라고 표현했다. 금강 줄기에서 가장 맑고 빼어난 풍광을 지녔다는 의미일 테다.이러한 백마강을 끼고 있는 부여를 처연한 백제의 마지막 수도로만 해석한다면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시들기 직전의 꽃이 가장 화려한 것처럼 부여에 남은 백제의 흔적은 여전히 곱고 눈부시다.부소산성은 입구의 관북리유적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백제가 538년 지금의 부여인 사비로 수도를 옮겼을 때, 이 지역에
바다도 좋고 강도 좋다. 한여름 더위에는 누가 뭐래도 물가가 최고다. 거기에 수려한 풍경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 강원도 홍천 배바위카누마을은 물놀이와 아름다운 풍경, 둘 다 즐기기 좋은 농촌체험 휴양 마을이다.그림 같은 경치를 감상하며 강을 따라 유유히 노를 젓다보면 여기가 무릉도원이구나 싶다.배바위카누마을은 홍천군의 서쪽 끝, 청평호로 이어지는 홍천강 하류에 자리한다. 강변에 우뚝 솟은 바위 2개가 커다란 배를 연상시켜 배바위라 부른다. 마을 앞에 흐르는 홍천강은 수심이 깊지 않고 유속이 느려 카누를 즐기기에 적당하다. 모래와 자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데미샘(국가산림문화자산 제2015-0008호)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임실군 옥정호(운암호), 순창, 곡성, 구례, 하동을 거쳐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섬진강 문학마을길의 임실 구간은 옥정호를 지나서 시작된다. 폭은 좁지만 굽이치는 강길 따라 강물은 유유히 지난다. 길 위에는 섬진강에서 태어난 시 구절이 석상 위에 새겨져 사람들의 걸음을 붙잡는다.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이 광양만에 이르는 길은 장장 225km에 달한다. 옥정호는 섬진강 다목적댐을 지으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붕어섬과 물안개 풍경에 사시사철
요즘 가장 ‘핫한’ 관광지라면 전남 신안의 암태도와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개통하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과거 네 섬에 닿으려면 압해도 송공리선착장에서 배로 25분쯤 가야 했지만, 이제 목포와 연륙교로 이어진 압해도부터 다이아몬드제도의 관문인 암태도까지 차량 여행이 가능하다. 암태도와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가 모두 다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천사대교에는 공사비 5814억원이 투입됐다. 총 길이 10.8km, 너비 11.5m인 왕복 2차로 다리가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다. 현수교
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살며시 다가온 그대’를 왜 하필 ‘보랏빛’에 빗대었을까? 고성 라벤더팜으로 향하던 중 문득 ‘보랏빛 향기’ 가사를 떠올렸다.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생각이 이 길 위에서 스친 건, 곧 만나게 될 보랏빛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머릿속을 지배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늬라벤더팜의 라벤더들이 일제히 보라색 꽃망울을 터뜨려 장관을 연출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라벤더는 단풍이 들기 전까지 초록밖에 보여줄 것이 없는 이 가난한 계절에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다. 그 특별함을
‘남해안 경관도로 15선’ 연재를 마치고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시기와 계절에 따라 각각 변하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움과 삶의 활력소가 될 휴식처를 독자여러분께 전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자연은 예술의 근원이다. 수많은 작가가 강과 산, 바다를 찾는 이유는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자연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물안개 핀 몽환의 호반은 시인의 눈을 통해 한 편의 시가 되고, 신록으로 물든 산은 화가의 손에서 한 폭의 그림으로 태어난다. 대전마케팅공사에서 운영하는 생태테마관광 ‘내륙의 바다 대청호에서 즐기는 예술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는 해안선 길이만 280km, 270여 개 섬들이 점점이 떠 있다. 신선대에서 와현해수욕장까지 17.3km 해안길은 거제도는 물론 남해안 최고의 드라이브 길이기도 하다. 동백숲과 해송숲, 검푸른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들이 절경을 일구어내고 있다. 이 해안길에는 보석 같은 해변이 숨어 있는데 함목, 학동, 망치, 구조라, 와현 등 남국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제의 대표 해수욕장이다.신선대는 그 옛날 신선이 놀다간 자리라고 해서 그 이름을 얻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어찌나 황홀한지 이곳에 올라서면
거제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를 꼽으라면 쌍근마을에서 다대어촌체험마을까지의 해안도로다. 특히 홍포전망대에서 병대도전망대까지 굽이길인데다 비포장 구간이 있어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차가 덜컹거린다. 이런 불편함이야말로 이 길의 매력이다.길의 시작은 왕조산 북쪽에 자리한 쌍근마을부터다. 마을 앞바다는 멸치의 황금어장으로, 임금님께 진상을 올렸을 정도로 쌍근 멸치의 명성은 자자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바다와 나란히 놓여 있는 해안길이 손짓한다. 길도 예쁘지만 쌍근마을에서 바라본 노자산의 넉넉한 품새가 쪽빛 바다와 어울린다.쌍근마을을 빠져나와
우리나라 3대 해넘이 명소를 꼽으라면 충남 태안의 꽃지해변, 전북 변산반도의 채석강 그리고 경남 통영의 달아공원을 손꼽는다. 야사에 의하면 조선시대 장군들이 소지하는 깃발, 즉 아기(牙旗)를 꽂은 전선이 당포에 도달했다고 해서 달아(達牙)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한때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현장이었지만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한없이 아름답다.미륵도달아길의 시작은 산양읍 삼덕리다. 해안길은 10.9km, 섬과 항구 그리고 쪽빛바다를 친구 삼아 달리다 보면 지루할 틈이 하나도 없다. 삼덕항은 욕지도와 연화도행 페리호가 드나드
한려수도는 통영시 한산도에서 사천, 남해를 거쳐 여수에 이르는 남해안 연안수로를 말한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위에 올망졸망한 섬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으며 삶의 터전인 굴 양식장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다. 바다에 의탁해 삶을 영유하고 있는 어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이 바로 평림동과 인평동을 잇는 평인노을길이다.평인노을길은 명정동 해안을 들머리로 삼고 북신만 해안길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드라이브 코스다. 시원스럽게 내달리는 도로도 좋지만 자전거길과 도보길까지 나란히 조성돼 있어 통영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진다. 조금 달리다 보니 첫 마
고성만은 경남 고성군 삼산면과 통영시 도산면 일대 해안을 말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복주머니 형태를 띠고 있고 높은 산줄기가 바람을 막고 있어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청정한 바다에 파도마저 없으니 굴 양식하기에 최고다. 그래서 고성만 해안길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하얀 부표를 감상하며 알싸한 굴 향기를 맡으며 달리게 된다.고성만 해안길의 시작은 삼산면 두포리 장지마을부터다. 마을로 내려가기 직전 작은 길로 들어가면 블루웨일 글램핑장이 나온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경치가 빼어난데 해수풀장, 해수사우나와 찜질방까지
태고의 신비가 살아 숨 쉬고 있을 때 경남 고성은 공룡들의 놀이터였다. 고성 14개 읍면 가운데 10개 면에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을 정도로 공룡의 흔적이 가득하다.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해식동굴 그리고 점점이 뿌려놓은 섬들은 고성 드라이브 길의 매력이다.고성의 대표 섬인 자란도를 바라보며 달리는 길인 자란마루길은 상족암군립공원부터 시작된다. 제전마을에서 해안데크길을 따라 퇴적암층을 감상하며 걸어도 좋고 반대편 덕명항에서 숲길을 따라 넘어가도 상족암 공룡발자국을 만나게 된다. 덕명항에서 유람선을 타면 원숭이바위-사량동굴-코끼리바위-병
전남 해남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 실물표본을 보유한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이 3일 개관했다.해남군에 따르면 송지면 땅끝마을에 위치한 박물관은 연면적 2491㎡, 지상 3층 규모로 전시관과 영상관, 체험관,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특히 4실로 구성된 전시관은 화석류와 어류, 상어류, 갑각류, 육지생물 표본, 남극생물표본 등 1500여 종 5만6000여 점의 전시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복사본이 아닌 실물 표본만으로 전시된 국내 유일,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전시관은 모두 4가지 테마로 구성, ‘시작海’의 1전시관에는 바다의 생성
경남 남해군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섬은 남해도와 창선도다. 1973년 남해대교가 개통되면서 남해도는 하동과 연결됐고, 섬 속의 섬이었던 창선도는 1980년 창선교가 놓이면서 남해도와 이어졌다. 그리고 2003년 창선·삼천포대교가 개통하면서 창선도는 비로소 육지인 사천시와 직접 연결됐다.동대만해안도로는 창선도의 동대만 해안을 따라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는 길이다. 창선도의 투박한 매력과 교량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창선·삼천포대교의 매력을 만끽하는 코스다.출발점인 지족리는 남해도와 창선도에 각각 있다. 지족해협을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는 탓
물미해안도로는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와 미조면을 잇는 도로다. 남해의 가장 동쪽 해안을 따르면서 수려한 한려해상을 품고 달린다. 여기에 비단처럼 아름다운 금산 남쪽의 두모마을, 상주은모래비치, 송정솔바람해변 등을 포함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드라이브 코스가 완성된다.출발점인 신전삼거리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금산 보리암’ 이정표가 보인다. 영험한 기도처로 알려진 보리암은 산 중턱까지 도로가 나 있어 접근성이 좋다. 거대한 복곡저수지를 지나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면 복곡탐방지원센터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에 차를 대고 설렁설
경남 남해는 ‘한 점 신선의 섬(一點仙島)’으로 불린다. 망운산, 금산, 호구산 등 옹골차게 솟구친 산이 바다까지 내려와 절벽을 이룬다. 가파른 산비탈을 깎아 만든 다랑논에서는 마늘이 쑥쑥 자라고, 작은 어촌은 쪽빛 바다를 품고 빛난다. 남면해안도로는 평산항, 사촌해변, 가천다랭이마을, 앵강만 등 남해의 속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길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출발점인 서상항에는 남해스포츠파크가 자리한다. 프로축구, 프로야구, 학교 운동팀의 전지훈련장으로 애용된다. 바다가 코앞인 경기장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