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하는 분당집과 세 준 잠실집, 그리고 세종에 분양권. 그는 3주택자 같은 2주택자다. 최근 자신이 살고 있던 분당집을 딸부부에게 증여했다. 그리고 이 집에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60만원 월세로 거주하기로 했다.하필이면 왜 분당집이었을까. 잠실집은 13억원대. 분당집은 9억원대. 딸 부부 공동명의로 증여를 하더라도 잠실은 증여세가 30%, 분당은 20%가 붙는다는 것이 세무사들의 얘기다. 분당집을 증여하면 그만큼 절세할 수 있다. 만약 증여받는 딸 부부가 돈이 없더라도 문제없다. 대출을 받아 증여세를 낸뒤 아버지로부터 받은
“이렇게라도 아니면 목포 오겠습니까”손혜원 의원의 목포 논란을 전하는 기사를 접하다 이 한마디가 눈길을 잡았다. 손 의원의 투기의혹을 취재하러간 기자에게 했다는 현지인의 말에서 목포의 고통이 느껴졌다. 누구하나 목포를 챙긴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상식의 눈으로 보면 손 의원의 목포 구도심 땅 매입은 투기 가능성이 짙다. 하지만 목포의 눈으로 보면 다를 수 있다. 평당 2000만원 시대가 열린 세상에서 목포 구도심은 한 채당 2000만원이다. 손 의원이 매입했다는 22채의 가격을 모두 합하면 7억원. 서울 아파트의 한 채(중위가격 8억
여동생은 매해 가을 울산 서생에서 배와 배즙을 보내줬다. 누이가 보내온 서생배는 유난히 달고 즙이 많았다. 누이의 이웃은 큰 배밭을 한다고 했다. 일손이 부족할 때면 누이는 밭일을 거들어 주고 적지 않은 배와 배즙을 챙겼다. 원채 너른 밭이라 상품의 배를 다 따고도 발부리에는 낙과한 하품의 배들이 지천이라고 했다. 때로 배는 보기 좋은 상품보다 못생긴 하품이 더 맛났다. 그런 배로 짠 배즙도 꿀맛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따뜻하게 데운 배즙은 기관지에 좋아 겨울철 목이 따끔해 올 때면 특효약이 됐다. 누이는 결혼한 첫해, 산봉우리 전체가
“야구 몰라요”는 하일성 야구해설가가 남긴 유명한 어록이다. 야구는 결코 예측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수십년간 현장에서 수많은 야구경기를 지켜본 전문가의 통찰은 이랬다. 선수의 심리와 컨디션, 경기장 사정, 팀 분위기, 관중들의 반응, 날씨 등 야구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너무 많다.경제도 야구만큼 어렵다. 경제는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어렵다. 경제현상은 기본적으로 수요공급 법칙을 따른다.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세테리스 파리부스’다. 세테리스 파리부스란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뜻이다. 즉 어느 한 조건이
1주택자의 아파트 청약을 막았던 정부가 이를 허용하면서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징역형까지 매기는 처벌규정이 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1주택자가 손쉽게 2주택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1주택자의 주택청약을 금지했다. 그러자 청약을 통해 새집 갈아타기를 막는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토부는 1주택자의 청약은 허용하지만 당첨자는 입주일로부터 6개월 이내 기존주택을 팔도록 하는 묘안을 짜냈다. 1주택자의 갈아타기는 허용하지만 2주택자가 되는 것은 막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영끌대출’. 이 단어를 듣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했다. ‘영끌대출’이란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받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받고, 신용대출도 받는다. 금융상품인 적금이나 정기예금, 펀드 해지는 기본이다. 여기에다 저축성 보험상품을 해지하고, 보험사 약관대출까지 받는다. 필요하다면 가족들에게도 돈을 빌린다. 사금융을 제외하고 개인이 돈을 조달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게 영끌대출이다.이렇게 기를 쓰고 돈을 끌어 모으는 이유는 단 하나다. 서울집을 사기 위해서다. 자고나면 2000만원,
최근 들은 웃픈(웃기면서 슬픈) 사연 하나. 울산에 있는 모 교수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이직을 했다. 다들 “축하한다”며 말을 건넸는데 정작 당사자는 좀 시큰둥하더란다. 왜 그런가 물어봤더니 집 때문이었다. 울산의 50평대 집을 5억원에 팔았는데 서울에서는 7억원을 더 보태야 30평대 아파트를 사겠더란다. 교수 월급으로는 엄두가 안 나는 액수인데, 그나마 집 크기도 줄어들고 보니 괜히 우울해졌다고 한다. 그의 말은 엄살이 아니다. KB국민은행 시세자료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7억3170만원, 울산은
어딜 가나 주 52시간 근무제가 관심사다. 당장 7월1일부터 시행이 되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 52시간을 넘는 근무를 시키면 고용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일단 올해는 300인 이상 기업들이 대상이다. 52시간만 일하기 힘든 업종도 있다. 납기나 정해진 공기가 있을 경우다. 건설업도 그중 하나다. 업종 특징상 연장근무를 해야 할 일이 많아 주 52시간 근무가 생경할 수 있다. 해외노동자와 함께 일해야 하는 해외사업장도 곤란을 겪는다. 그러니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소한 6개월의 계
“어차피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저 디에치자이개포 청약에 당첨됐습니다”동문 모임에서 한 동기가 수줍게 말했다. 그에게 축하한다는 말이 쏟아졌다. “14억원을 구해야 한다”며 그는 짐짓 힘든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속으로는 그가 벌게 될지도 모를 6억원의 로또를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40대 중반에 들어선 홑벌이인 그에게 돈 걱정이 마냥 표정관리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이는 자라고, 들어가는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향후 3년 동안 6개월마다 1억5000만원씩 10억원에
재건축공동대책위원회라는 곳에서 수십통의 메일이 오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안전진단을 강화하면서 재건축이 어려워진 주민들이다. 요약하자면 “우리도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의 재건축 방안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할만하다. 정부의 이번조치로 직격탄을 맞는 곳은 서울 양천구, 강동구, 노원구, 마포구 등 비강남권이다. 강남권은 지난 정부의 부동산 완화정책을 틈타 상당한 단지가 재건축을 끝냈고, 이를 통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제 비강남권에서 재건축을 하려하니 이를 막아서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최근 신축빌라를 구하기 위해 서울시내를 둘러봤다. 부동산공인중개사와 함께 빈집 몇 곳을 둘러봤는데, 가는 곳마다 주차가 골치였다. 대부분 1층은 필로티구조라 건물 기둥을 피해 요리조리 차를 넣고 빼는 게 여간 일이 아니다. 그나마 주차공간이 태부족해 동네 골목 빈구석을 찾아 억지로 차를 주차해야 했다. 부동산중개사도 민망했는지 배시시 웃는다. “도시형생활주택이 허용된 뒤부터는 이래요. 골목이 온통 주차장이 됐어요.”주차만 불편하면 그냥저냥 견디겠는데 만일 불이라도 나면? 소방차가 쉽게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건물 간의 간격이 좁다
건설업계에서도 을과 갑이 힘의 균형을 맞추게 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하도급거래공정화 종합대책’은 지난주 건설업계의 핫이슈였다. ‘재벌저승사자’라 불리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벼렀던 정책인 만큼 내용이 파격적이었다. 공기가 연장될 때 하도급금액을 증액시켜주는 것을 의무화했고, 노무비 등 공급원가가 변동하면 하도급 대금을 조정해야한다. 또 보복행위를 하면 3배 손해배상을 하게 되고, 원도급 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가하거나 하도급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떠넘기는 부당한 약정을 설정하면 제재를 받는다. 이 대책은 기존 관
최근 직장인들의 최고 관심사는 단연 가상화페인 ‘비트코인’이다. 1비트코인에 1000만원을 넘어서 1100만원, 1200만원을 가니 다들 두눈이 휘둥그레질 수 밖에. 100만원도 비싸다고 하던 게 1년전의 일이다. 하루에 60만~70만원씩 뛰는 시세를 보면 경이롭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다. 발빠른 사람은 지금이라도 들어갔을테고, 차마 겁이 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눈팅’만 하고 있을 테다.가상화폐로 돈 번 사람은 내 주변에도 있다. 1년전 쯤 “가상화폐가 뭐예요?”라며 전화를 걸어왔던 후배는 2만원대에 이더리움에 들어갔다가 30만원대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있을까 싶다. 서울 강남은 재건축도 격이 달랐다. 수십조원이 휙휙 날아다니는 돈잔치다 보니 모든게 상상이상이었다. 재건축 시공사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는 그 열기가 대통령이라도 뽑는 줄 알았다. 하긴 집이 재산의 대부분인 한국인들에게 재건축사 선정은 대통령선거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몇몇 조합원 총회를 엿보자. 수주전에 나선 대형건설사들은 미리 양쪽으로 도열해 행사장에 들어서는 조합원들에게 “1번 xxx” “2번****”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혹 모를 충돌에 대비해 경찰까지 나서서 양측을 막아서는 것은
중학교 때였나, 제법 오래된 TV프로그램 중에 명사들의 집에서 명사와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진행자와 명사가 담소를 나눴다. 두루마기를 입은 명사에게는 중후한 멋이 풍겼다. 대화 내용을 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린 눈에 그 장면은 그 자체로 너무 멋졌다. 나도 늙으면 저리 늙어가리라,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눈을 사로 잡은 것은 또 있었다. 집이었다. 이런 집들은 으레 기와로 얹힌 단층 한옥이었다. 좁은 마당에는 이런저런 풀과 나무로 무성했다. 밖에서 들어온 옅은 광선은 두 사람이 앉은 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