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대장동 방지법’이라 불리는 도시개발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졸속 입법의 대표 사례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이 법은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 이익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장동 사태가 대선 정국을 강타한 2021년 10월 법안을 발의한 뒤 2개월여 만인 12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10%’의 근거도 불분명했고 의견 수렴 절차도 생략됐다. 대장동 사태로 들끓은 민심을 달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다.작년 6월22일 시행된 이 법률의 부작용은 명약관화였다. 민관 협력으로 진
오랜만에 고향 집엘 갔다. 저녁을 먹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빈집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방치된 집들은 스스로 허물어지고 있었다. 주위엔 잡초가 우거졌고, 창문이 깨지거나 지붕이 내려앉은 집들도 있었다. ‘위험·접근 금지’라 쓰인 띠지는 을씨년스러움을 더 했다. 저 집의 주인은 돌아가셨을까, 아니면 이사를 간 것일까. 이유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 저 집에는 누구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먼 시골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산의 도심, 동구 이야기다. 한때는 살 곳이 없어 산 중턱까지 밀려 올라왔던 집들이 이제는 내버
“내 전세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건가요?”인천 미추홀구를 비롯해 전국에서 전세사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전세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1910년 조선 통감부가 작성한 문서에 등장했으니 역사만 100년이 넘는다. 저렴한 주거고정비를 원하는 임차인과 무이자 레버리지에 끌린 임대인의 이해가 맞아떨어져서 생겨났다. 이사 갈 때 돌려받는 보증금과 그동안 모은 돈을 합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어 ‘주거 사다리’로 여겨졌다.그런 전세가 사기의 온상이 돼 무주택 서민들을 배신하게 됐다. 사기꾼들이
1년 임기를 마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적표에 위기 징후가 넘친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0.4%로 2년 6개월 만에 역성장했고 올 1분기엔 0.3% 성장에 그쳤다. 물가와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지난 1월 8.8로 동월 기준 24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외환시장도 요동친다.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라 더 불안하다. 5월 초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또 0.25%포인트(p) 올렸다. 5.00∼5.25%인 미국 기준금리는 10회 연속 인상도 모자라 한국
최근 김포골드라인의 출퇴근 시간 혼잡 사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2량짜리 작은 열차의 혼잡도는 최고 280%를 웃돌았다. ‘골병라인’, ‘김포 지옥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김포골드라인의 극심한 혼잡에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먼저 김포골드라인은 김포시와 서울 강서구를 잇는 유일한 지하철 노선이다. 한강신도시와 김포 원도심을 거쳐 김포공항으로 들어간다. 골드라인은 이 지역의 주요 교통 수요를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특히 출근 시간대엔 중간에 내리는 사람 없이 타기만 한다. 승객이 몰리면서 혼잡도가 극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밀물로 가득 들어찼던 바닷물이 썰물로 빠져나간 갯가에 나가보면 으레 물웅덩이가 곳곳에 있었다. 그 안에는 작은 물고기 몇 마리가 영문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거닐 곤 했다. 덩치 크고 힘있는 녀석들은 썰물에 따라 재빨리 먼바다로 빠져나가지만, 작고 여린 녀석들은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작은 웅덩이에 갇히나 보다 했다. 최근 빈발하는 전세사기 뉴스를 들으면서 물웅덩이에 갇힌 그 여린 물고기들이 생각났다. 정신없이 팽창하던 부동산 버블이 빠르게 가라앉자 작고 여린 세입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웅덩이에 갇혀 버렸다.집값이 급등할 때 임대사
정부가 4월 말 종료하려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4개월 연장한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국민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한 결정이라는데 세수 감소 우려 탓에 영 탐탁지 않다.지난해 세법개정으로 인한 감세뿐 아니라 최근 부동산·주식 시장 침체, 반도체 수출 부진 등에 따른 기업의 실적 악화로 올해 세수 상황은 ‘마이너스’가 유력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2월 누계 국세수입이 5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조7000억원 감소했다고 했다.여기에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연장되면서 세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다. 유류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요양병원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에서 중대재해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청 업체 대표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1월27일 법이 시행된 지 1년 3개월여 만에 나온 첫 판결이다.법원은 “피고인들이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대 부착과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로 책임
정부가 최근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에 따라 최장 10년이었던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4월7일부터 3년으로 단축됐다. 공공택지 또는 규제지역,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3년, 서울 전역이 포함되는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됐다. 전매제한 완화는 이번 시행령 개정 이전에 이미 분양을 마친 아파트에도 소급적용된다.정부가 이런 규제 완화에 나선 배경엔 전국적으로 위험수위에 올라선 미분양 주택이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18.61% 떨어졌다. 역대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집값이 떨어졌으니 공시가격도 떨어질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큰 하락이다. 부동산 시장도 놀라는 눈치다. 시장에서는 15% 내외로 공시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보면 지난해 집값은 16.84% 떨어졌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더 떨어진 것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지난해 71.5%에서 올해 69.0%로 낮췄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가격
미국 CNN방송이 우리나라의 주 최장 69시간 근로를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안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거센 반발을 3월19일(현지시간) 큼지막한 기사로 보도했다. 제목이 “이 나라는 주 69시간 근무를 원했다.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는 다른 생각이었다”였다. 이틀 전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도 ‘한국 정부는 69시간제를 원한다. 청년층은 반발한다’라는 비슷한 제목의 기사에서 “청년층 반발로 한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69시간제 도입 결정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매력적인 서울의 미래 청사진이다. 한강 위로 곤돌라가 다니고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수상 산책로가 곳곳에 들어선다. ‘런던아이’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관람차 ‘서울링’, 여의도공원에 들어설 제2 세종문화회관 등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확 늘어난다. 서울 곳곳에 뻗은 한강 지천에도 여가시설이 갖춰진다. 한강을 활용해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도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결과대로만 제대로 완성한다면 많은 외국인 관광객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그레
최근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대출 중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인 ‘브릿지론(Bridge Loan)’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PF 사업장의 근본적 위험으로 고금리의 브릿지론이 건설·시행사업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브릿지론은 문자 그대로 다리(Bridge)가 되는 대출(Loan)로, 긴급 자금이 필요한 때 단기 차입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일반 대출보다 이율이 훨씬 높고, 별도 수수료가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건설 및 금융
서울회생법원이 지난달 대우조선해양건설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기준 83위 건설사다. 이에 앞서 작년 9월 시공능력평가 순위 202위인 충남지역 건설사 우석건설이 부도 처리됐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고금리, 경기침체 등으로 건설업계에 공포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원가절감을 위한 근본적 체질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이제 현대자동차를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기차, 자율주행,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 인간의 이동과 관련된 다양한 부문을 연구하는 모빌리티 기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위해 나섰지만 결과는 미덥지 못하다. 내놓은 법안마다 국회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주택시장 안정화 관련 법안을 쏟아냈지만, 국회에서 대부분 계류되고 있다. 실제로 국회에서 먼지만 덮어쓰고 있는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우선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안’이 막혀 있다.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이 논의됐으나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보류됐다.다주택자
완화하던 미국의 물가상승률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월14일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4%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대비로는 0.5% 상승이다. 12월 물가상승률이 전월과 비교해 크게 완화된 것과 달리 둔화 속도가 느려졌다고 한다.미 언론들은 이날 발표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고착화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분석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 보도했다.연준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연 4.50∼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종전
“서민들은 그나마 바다를 보는게 낙이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어렵게 됐어요”몇 해 전 만난 부산의 한 구청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내 고향 부산은 산복도로의 도시다. 평지가 부족한 항구도시인 탓에 서민들은 산꼭대기로 밀려 올라갔다. 여름이면 뙤약볕이 내리쬐고, 겨울이면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밀어닥치는 곳이지만, 그래도 저멀리 탁트인 바다조망은 황제 못지 않은 호사를 누리는 것이라며 자위를 하곤했다. 그런 부산의 산복도로에서 바다풍경이 사라진 것은 산 아래서 지어진 초대형 아파트와 고층빌딩이 불쑥 치솟으면서다. 부산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대형건설사도 비상경영에 들어가고 있다. 주택사업 매출이 70%가 넘어선 대형건설사는 위기 대응 플랜을 가동하는 한편 감원 등에 나선 상태다.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주택 분양시장 침체로 경영환경이 더 악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분양한 전국 아파트 70%가 미달된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1월 청약 접수를 한 아파트의 일반 공급 1·2순위 경쟁률 집계 결과, 11개 단지 가운데 72.7%(8곳)가 1대 1을 밑돌면서 미달됐다. 1순위 기준으로 9곳이나 됐다.충남
‘2023년 말→2024년 6월→2025년 하반기’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도 개통 시점 변천사다. 국토교통부의 ‘2023 정부 업무보고’ 내용을 확인한 뒤 실망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적기 개통’은 없었다.GTX-A는 2018년 12월 형식적인 착공식만 했다. 이후 실제 첫 삽을 뜬 건 2019년 6월이었다. 당시 개통 목표는 2023년 말이었다. 하지만 공사 진척은 더뎠고 공정률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당시 철도업계에서 관측한 ‘2025년 말’이 국토교통부 공식 문서에 명시됐다.
지난해 연말부터 부동산 규제 완화조치가 연달아 나왔다. 국회에서는 종부세율 인하와 공제확대안이 통과됐다. 특히 2주택자는 종부세율 중과가 완전폐지됐다. 지난 4일에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강남3구·용산구만 남겨놓고 전면 해제했다. 수도권은 최대 10년까지 적용됐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3년으로 대폭 축소됐다. 분양가와 관계없이 모든 분양주택의 중도금 대출도 허용됐다.정부는 이런 조치에 대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