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과 폭염을 몰고 오는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올해도 이상기후로 크고 작은 애로사항이 발생했다.전문건설업체인 A사는 국지성 호우와 장마로 공사를 위해 설치해 둔 가설 도로가 유실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추후 비용보전을 해줄 테니 서둘러 복구해 공사 일정을 맞추라는 원청 지시에 따라 비용을 들여 우선 보수했다.또 다른 전문업체인 B사는 폭염과 장마 기간 동안 총 20여 일가량을 일하지 못해 공사기간이 지연됐다. 계약예규에 태풍·홍수 등 불가항력 사유로 인한 공기 연장을 인정하는 내용이 마련돼 있어 여기에 기
정부가 철거 건물 붕괴사고의 재발 방지를 막겠다면서 불법 하도급에 대한 처벌 수위를 크게 강화했다.앞서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는 ‘광주 붕괴사고 재발방지 대책’으로 불법 하도급 처벌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대책의 핵심은 불법 하도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원도급사의 책임을 더 높인다는 것이다. 앞으로 불법 하도급(일괄, 동종, 재하도급)으로 10년간 2회 적발되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한다.처벌 대상은 불법 하도급을 준 업체뿐만 아니라 받은 업체, 원도급사까지 확대한다. 처벌 수준도 2배 강화하며, 사망사고를 일으킬 경우 최
연일 사람의 체온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건설업계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 속에서도 방역수칙을 지키는 건설인들의 대응노력이 참으로 눈물겹다.현장의 얘길 들어보니 외부에서는 식사는 물론이거니와 일체의 활동을 안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매일같이 방역일지를 작성해 본사에 보고한다고 하니 이 또한 행정적인 부담이 아닐 수 없다.건설사무직도 예외는 아니다. 외부에서 늘 먹던 점심식사는 도시락 배달로 대체하고 모든 업무는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 “뭐 어때” 하는 한순간의 방심이
최근 건설업 관련 업무를 하는 정부 부처 다수에서 건설업을 홀대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늘 나라의 뿌리 산업이라며 추켜세우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건설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홀대에 가깝다.최근 일자리위원회에 파견 나오는 건설 관련 담당자 자리가 수개월간 공석이었다. 이곳은 적정임금제 등과 같은 건설업 이슈를 조율하는 곳이라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 3월 기존에 있던 사무관이 자리를 옮기고 난 후 수개월간 비어 있었다.이뿐 아니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등의 일 처리 방식에서도 건설업
정부가 발표하는 현장 안전 대책은 대부분 처벌 위주다. 새로운 대책이 나올 때마다 정부는 혁신방안이라고 설명하지만 사고 발생 시 처벌 대상과 수준이 늘어나는 것 말고는 딱히 새로운 것을 찾아볼 수 없다.혁신적인 안전대책을 만드는 것보다 건설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편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만 초조한 분위기다. 누구나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실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비롯해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안전특별법 등은 줄줄이 안전관리 책임과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
MZ세대 바람이 노동계에도 불고 있다. 몇몇 대기업에서 생산직 중심의 기존 노조와 다른 사무·연구직 노조가 등장했다. 이들은 노조의 강성 투쟁·집회를 거부하고 ‘팔뚝질은 싫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정년연장은 반사회적 정책”이라고 지적하며 그것을 위해 내 임금을 양보할 수 없다고 요구한다. 단체 이름에 ‘노조’를 빼거나 양대노총 가입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MZ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정’이다. 공정한 성과 측정과 보상을 원한다. 이들이 주축이 된 노조는 육체노동만큼 지식노동의 가치도 크며, 회사 성장에 큰 기여를 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업체 처분 내용에 아직도 건설업계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하도급업체에 부당특약 강요와 산재처리 비용 전가 등 등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를 일삼은 업체들에게 내려진 행정처분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앞서 본지 기자가 피해 업체에 확인해 본 결과, 수년에 걸쳐 하도급업체에게 불공정행위를 일삼아도 위반업체들은 공정위 행정처분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돌아온다. “왜 우리 회사만 갖고 그래? 다른 회사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걸”이라는 구태의연한 태도를
정부 정책 진행방식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중소규모 업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새로운 정책을 만들 때 대형업체들이 적용 대상이 되면 충분한 유예기간과 대안 등을 마련해주는 반면 소형업체들이 적용 대상일 때는 이런 배려가 현격히 줄어드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이기 때문이다.대표적인 예로 주 52시간제를 들 수 있다. 앞서 300인 이상 기업과 5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이 적용 대상일 때는 계도기간을 부여해 ‘각각’ 1년에 가까운 준비 기간을 줬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커 준비할 여력이 있는 사업장들이었지만
많지 않은 수로 고교 졸업 후 전문건설사 또는 건설현장 작업팀에 취업하는 청년들이 있다. 이같은 사례가 활성화될 수 있게 정부나 공공기관이 이들에 대한 교육과 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운영 중이다. 2017년엔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특성화고를 방문해 예비 건설인을 격려하기도 했다.정부의 지원제도 시행 초기에 청년건설인이 됐던 이들은 이제 2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고 군대를 다녀온 청년들도 있다. 군 문제 등을 이유로 취업 직후 퇴사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실패한 제도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군 전역 후 회사로 돌아
사람에게는 인격이라는 게 있고, 국가는 국격이라는 게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어떤 가치를 좇고, 그 구성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그 ‘격’이라는 것이 드러나기 마련이다.건설산업의 경우 원·하도급 생산체계가 뚜렷한 만큼 ‘협력’과 ‘상생’이라는 가치가 매우 강조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협력과 상생을 잊은 원도급사들의 모습은 여전히 만연하다.한 하도급 분쟁 조정회의 때의 일이다. 원도급사와 하도급사의 의견 조율을 위해 모인 자리다. 그런데 원도급사의 직원이 하도급사 직원의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이내 원도급
최근 도로를 지나다 보면 차선분리대가 설치돼 있는 곳이 부쩍 늘었다.차선분리대는 주로 보행자들이 전용차로에 정차하는 버스를 타려고 무단횡단하는 곳에 설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출퇴근 시에 보면 분리대가 중간중간 구부러졌거나 아예 부러져 있는 곳들이 꽤 보인다.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파손된 공공시설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고 불안감이 드는 경우가 있다. 혹여나 보행자들이 지나다 다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차량이 운행 중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지난 4월17일부터 도로 제한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업계 상생협약 선언식 및 모범사례 발표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굴지의 대형건설사들이 참여해 하도급업체들과 상생을 외치며 각자 각종 지원책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대형건설사들은 이날 하도급업체들의 경영상 어려움 해소를 위해 선급금 지급 비율을 확대하고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정한 하도급 거래관행 정착을 위해 표준하도급계약서를 100% 활용하고 하도급대금도 현금지급 하겠다고 장담했다.이 중 특히 눈에 띄는 다짐이 있었다. 바로 하도급업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부당특약
전문건설사에 대한 고용보험료 추징 사례를 취재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의 ‘지도점검’은 그 의미와 달리 ‘처벌’로 느껴졌다. 추징이란 말에 이미 불법행위를 했다는 전제가 깔려 있으니 처벌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추징당한 업체들은 불법을 저지른 걸까.몇몇 사례를 들여다보니 ‘하수급인 인정승인’을 받은 전문업체가 고용보험료를 내지 않은 곳은 없었다. 잘못이라면 공사내역서에 있는 대로 납부했다는 정도다. 한 취재원은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해했다.여러 노무전문가들은 보험료
얼마 전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건설 전문가는 시장 경쟁 심화로 건설사가 저가 수주를 하는 경우를 두고 제살깎기 영업을 스스로 지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가 내세운 명분은 낮은 공사비가 부실시공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한편으로 그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자신의 임금을 낮춰서라도 일자리를 달라는 모습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을 내세웠다. 근로자들의 임금 경쟁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므로 적정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아도 건설사의 수주 경쟁은 건설사가 바로 잡아야 하는 부분이지만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예전에 보면 회사 조직에 ‘술상무’라 불리는 직원이 있었다. 업무상 술자리를 자주 갖는 직원을 소위 술상무라고 부르곤 했다. 요즘 그와 비슷하게 건설사들이 안전관리임원을 신규로 선임하는 게 유행이란다.안전관리책임 임원은 건설공사 현장 등에서 사고가 날 경우 이를 최종 책임질 수 있는 임원이라고 한다. 일명 ‘CSO(최고안전책임자)’라고 일컫는데 자칫 술상무와 같은 역할로 이용될까 싶어 왠지 씁쓸하다.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을 대비해 최고안전책임자 등의 직책을 신설해
정부는 올해도 지역과 건설경기 활성화 등을 위해 공공공사 조기 발주 계획을 내놨다. 정부계획을 보면 올해 상반기에 70% 이상의 공사 물량이 풀릴 전망이다.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조기 발주 계획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위축된 건설경기를 회복하겠다”며 핑크빛 발주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하지만 정작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현장에서 만난 업체들은 “조기 발주에 힘쓴다고 하지만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도 수주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체감이 전혀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업체들 토로를 듣고 작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2명의 건설인 소식을 접했다. 두 이야기에는 중소기업들이 위에서 까이고 밑에서 치이는 상황들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건설업자의 공사비 미지급으로 인한 3남매 아버지의 분신자살에 대한 억울함 호소’라는 글에 올랐다. 청원글은 전북 전주의 빌라 신축공사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수십억원 상당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 중 공사대금 6000만원을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50대 폐기물처리업체 대표가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또 다른 죽음은 지난달에 있
우리나라 굴지의 대형종합건설사가 하도급사와 부당한 특약을 설정한 계약을 맺었다 적발됐다. 그러나 해당 종합건설사에 대한 제재나 벌칙은 전혀 없었다.관련 행정처분 담당자는 부당특약은 존재했지만 강요하진 않았기 때문에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더군다나 하도급사가 ‘원도급사가 부당특약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합의서를 제출해 해당 사건을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예전 계약서를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미처 부당특약 부분을 수정하지 못했다는 종합건설사의 해명도 처분을 면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한다.불법은 불법이지만 강요한 건 아니라서
지난 휴일 점심 무렵에 서울 중구 황학동을 거닐다 출출해서 인근 유명한 곱창집을 들렀다. 앞 좌석에는 3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밥을 먹으면서 건설공사 현장 실태를 신랄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워낙 큰소리로 떠드는 바람에 우연히 그들의 대화를 다 듣고 말았다.대략 30대 후반쯤으로 보였을까? 자신 있는 모습과 말투로 보아하니 경력이 제법 된 듯한 건설근로자들이었다. 식사하는 내내 귀에 익은 말들이 쏟아졌다.요지는 그랬다. 설계·시공 등 분야별 1등 기업 몇몇을 빼고는 현장 관리나 근로자 처우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이어서 안전관리
“중소건설사도 명문장수기업 선정 시 지원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논의 중에 있고 내년에는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업종 다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게 맞다. 건설사 등 제외 업종들이 최대한 손해 보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적인 부분을 재검토하고 개선하겠다”지난해 중소기업 지원정책에서 건설사들이 소외되는 문제를 취재하면서 관련 부처 공무원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답변과 달리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난해 지적했던 부분 중 단 하나도 개선된 것이 없다.건설업은 여전히 명문장수기업 선정과 산단 입주 시 지원 제외 업종으로 분류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