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담이 늘게 생겼다”는 푸념이 먼저 나왔다. 지난 16일 정세균 총리가 백신 휴가제를 언급하자 나온 한 전문건설사 종사자의 반응이다.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에 중소기업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기억이 불러온 불만이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동구)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감염병 백신을 접종할 경우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그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용직근로자, 자영업자 등에게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생활지원이나 재정적 지원을
공공·민간을 불문하고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 결정을 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사업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그간 협의에 소요된 시간 등을 기회비용으로 남기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정부가 추진 중인 ‘적정임금제’가 바로 그 상황이지 않나 싶다. 정부는 당초 작년 중으로 적정임금제 제도화 방안을 마련한 후, 입법을 통해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3월이 됐는데도 제도화 방안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지금까지 수차례 회의에서 건설업계를 설
“저희가 왜 건설노조를 만나야 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노동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 공무원의 하소연이다.해당 공무원이 어디 소속인지, 누구인지를 건설노조가 알게 된다면 “근로자 여건 개선의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한 시대착오적 발언을 규탄한다”면서 성명을 낼지도 모르겠다.하지만 해당 공무원은 적어도 필자가 아는 한 근로자 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을 한 가지라도 더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건설노조가 ‘전체 근로자’가 아닌 ‘일부 노조원’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뿐이다.또 실제 취재를 다니다 보면 다수의 업계 관계자
서울의 중심부인 세종대로가 보행거리를 확장하는 공사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이는 서울역에서 숭례문, 서울광장(덕수궁 대한문), 세종대로 사거리에 이르기까지 1.5km 구간의 도로 폭을 줄여 보행로를 대폭 넓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올 4월에 정식 개통될 예정이다.세종대로 교차로에서 서울역 교차로 구간은 기존 9~12차로에서 개통 후에는 7~9차로로 줄어들고 그 자리에 서울광장(6449㎡) 면적의 2배가 넘는 보행공간(1만3950㎡)이 생기게 된다. 또 세종대로 전 구간에 자전거 전용도로도 조성된다. 이 자전
코로나 전과 후 건설현장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현장 모든 인원이 마스크를 쓰고 아침, 점심으로 체온체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장소와 용품에 대해 방역을 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복합 공종의 경우 중복 작업을 피하도록 하고 식사 시간도 나눠 진행하고 있다.하지만 이런 외적 부분보다 더 큰 변화가 건설업체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수도권 소재 A전문건설업체는 토공사업의 신규사업 감소 흐름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물량이 더욱 줄어들자 사업의 다양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 업계가 어려울 때 미래를 위
정부는 2019년 계약예규 개정을 통해 주휴수당을 공사원가 중 노무비에 포함하도록 했다. 근로자 임금인상을 기업 부담으로만 전가하지 않고 정부도 책임진다는 점을 홍보하기도 했다.본지가 확인해 본 결과, 현재 대부분의 공공 발주기관에서 노무비에 주휴수당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없다고 일선 공무원들은 이유를 댔다.정부는 건설근로자를 위해 임금을 올리고 휴무를 늘리고 안전을 강화했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고용제도를 기업들은 이해하기조차 벅찰 정도다.하지만 공공 발주자가 예규 개정사항을 실천하는 일은 하세월이다. 제도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2일 개최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국인력제도 개선 토론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습 기간을 현행 ‘3개월 이내’에서 ‘최소 1~2년’으로 조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입국 직후 숙련도가 낮은 상태에서 업무 노하우를 전수하고 기준 임금의 90%를 지급해 중소기업 운영상의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다.기존 제도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수습 기간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건설업 쪽에도 외국인 수습제도 운영사례가 있는지를 수소문해 봤다. 하지만 예상대로 그런 업체들은 찾기 힘들었고 오히려 현장의 애로사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생겼다고 해도, 왜 의미가 퇴색되는지 아세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공정거래법 전문변호사가 물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영세한 하도급사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소송과정을 버틸 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그러면서 “법률적으로 판단했을 때 충분히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사건들도 합의나 중재로 끝나는 일이 많아요. 당장 버틸 돈이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받고 빨리 끝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사실 이러한 문제는 너무나 비일비재하고, 오래됐다. 실제 최근에도 한 유명 대형종합건설사가 추가공사를
첫인상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에서 기인한다. ‘초두효과’란 처음 제시된 정보나 인상이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기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말 그대로 뇌에 처음 입력된 정보가 나중에 입력된 정보보다 가장 기억에 잘 남는다는 것이다.최근 한 연구기관이 건설업의 이미지 실태 분석을 위해 건설업 종사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키워드별로 보면 ‘부실시공’, ‘안전사고·재해’, ‘민원’, ‘비리·뇌물’, ‘담합’, ‘부실경영’, ‘환경파괴’ 등 건설하면 가장
“건설노조가 근로자를 통한 현장장악을 넘어 건설기계로까지 세를 불리고 있어요”현장에서 만난 한 하도급업체 A현장소장의 하소연이다.A소장의 말을 듣고 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건설기계 현황을 살펴봤다. 현재 덤프트럭은 민주노총이, 레미콘 믹서는 한국노총이 장악한 상황이었다. 또 전국 타워크레인 3000여대 중 민노와 한노가 움직일 수 있는 숫자가 약 2000여대나 됐다. 이들 장비를 제외하면 굴착기와 펌프카 정도가 남는데 노조는 해당 장비로까지 세를 확대하고 있는 모양새다.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이들 장비까지 노조에 넘어갈 경우 현장을
정부가 건설산업에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게 2017년이다. 당시 기업 간 빅딜과 인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조선업계와 비교되면서 ‘건설업 살생부’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억측까지 나왔었다. 한 일간지는 “정부가 대략 20~30%의 건설사 폐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안다”는 금융권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는데, 국토교통부는 즉각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이후 국토부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연구용역을 맡겨 건설업을 진단했고, 2018년 봄 혁신위원회는 연구결과를 기초로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최근 한 지자체의 발주 담당 공무원과 통화를 한 뒤 깜짝 놀랐다.발주담당자가 도심지 건설공사 설계 시 표준품셈에 명시돼 있는 할증을 제대로 적용해 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래도 공사 잘 하고 나가던데요?”라고 답했기 때문이다.비록 할증이 반영돼 있지 않아 공사비가 더 들지라도 결국 건설사업자들은 입찰에 달려들어 공사를 따내고 적당히 남겨 먹고 나간다는 것으로, 수주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요즘 같은 때에 공사를 따내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 할증을 바라고 있냐는 뜻으로 들렸다.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에서 적정 공사기간을
정부가 추진하는 건설 관련 정책에 대한 현장의 불만을 듣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사업주에게 산업재해 발생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정임금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건설근로자법 등 부담스러운 법안이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또 그 외에도 중소 건설사들은 각종 안전 관련 점검에 드는 시간과 비용 역시 점점 많아지고 있어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경기도 안 좋은데 규제까지 갈수록 더해지니 사업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다는 푸념이 나올 법하다. 그런데 답답한 심정의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짚은 진짜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매번 건설현장 안전 제
지난 2일 환경부가 ‘2019년도 전국 수도시설 운영관리 실태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붉은 물 사태’와 올해 ‘수돗물 유충 사고’가 발생한 인천을 비롯한 34곳이 수질기준을 초과하거나 수돗물 사고가 발생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환경부는 수도시설 운영 지자체 161곳과 한국수자원공사 광역상수도 6곳 등 167곳의 정수장과 상수관망 운영관리 등을 평가해 A(매우 우수), B(우수), C(보통), D(미흡) 등급으로 분류했다. 조사결과 △A등급 34곳(20%) △B등급 50곳(30%) △C등급 49곳(30%)
전문건설업체들이 변화하고 있다. 분쟁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던 과거와는 달리 모든 종류의 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과거 현장을 다니다 보면 원도급사로부터 겪는 갑질과 근로자로부터 당하는 을질 등 이중고를 호소하는 전문건설업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업체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현장관리 능력은 물론 공무능력을 키워 원도급사의 갑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수도권 소재 A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공사비 증액 등 설계변경 사항이 발생하면 현장팀이 아닌 공무팀이 나서서 원도급사와 대화한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현장관리를
“산업안전감독 인원을 늘리고 전담조직을 구성하라. 예산과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 몇 해만 집중적인 노력을 하면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달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기자는 이날의 말이 질책으로 들렸다.이어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감독관을 내후년까지 300명 증원해 1000명을 채우고, 건설산재 관련 과를 신설하고 장기적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공무원이 더 늘어나고 예산 확보도 수월하게 된 듯하다.건설현장의 분위기와 반응은 어
국토교통부가 내년 5월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 건설기능인등급제의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기능인등급제는 건설근로자의 등급을 자격증, 교육훈련, 포상 등을 반영해 초·중·고·특급 등 4단계로 구분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도출된 안의 골자는 기능인을 경력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건설업계가 기능인등급제 도입 논의 초기부터 적용을 주장해 온 ‘숙련도 평가’ 관련 내용은 반영되지 않은 채 기능인등급제 시범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숙련도 평가 도입에 대한 모호한 입장만 내놓고 있다.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명
공공공사는 민간공사와 비교해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민간공사에 비해 원·하도급 간 불공정계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고, 정책변경 등의 현장 적용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그런데 건설사들을 취재하다 보면 공공공사라서 존재하는 어두운 부분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말 하기 싫은 공사도 공공과의 ‘관계’ 때문에 진행하는 일도 많다”고 토로했다.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대관(對官)업무 차원에서 진행하는 공사라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결국 예산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사업비 부담을 시공사
대한민국 전자정부의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된 것이 어언 20년을 넘어섰다. 2000년 초부터 행정사무의 전산화를 시작으로 2002년에는 세계 상위권의 전자정부 대열에 합류하게 됐으니 말이다.현 정부는 2020년 전자정부 기본계획으로 새로운 디지털 경험으로 국민을 즐겁게 하는 전자정부 ‘Enjoy Your e-Government!’라는 비전과 함께 효율성·투명성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5일 차세대 주민등록시스템 1단계를 출범하겠다고 공표해서 화제가 됐다. 1단계 사업으로 20년이 넘은 전국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불공정하도급 이슈가 등장했다. 불공정 하도급 갑질에 대한 지적은 국회에서도 매년 나오는 단골 메뉴기도 하다.올해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광주시갑)이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소 의원은 국가철도공단 국감에서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뿌리 뽑기 위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사업자와의 관계 악화 또는 후속 공사수주 우려 등으로 인해 하수급인이 수급인의 불공정행위에 대응하지 못하는 게 건설현장의 현실인 만큼 공공공사만이라도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