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업자의 사무실은 자본금, 기술능력과 함께 법으로 정하고 있는 기본 자격이다. 이같은 ‘사무실’이 건설업계에서 현재 때아닌 논쟁거리로 불거져 눈길을 끌고 있다. 정리를 하자면 두 가지 상황 때문에 촉발됐다.첫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건설업 부적격업체(페이퍼컴퍼니) 입찰 사전단속을 실시하면서 지식산업센터 등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건설기업들을 사무실 기준 미달로 규정하고 낙찰자격을 박탈하는 등 행정제재를 가하고, 심지어는 퇴거명령까지 하고 있다.두 번째는, 전문건설과 종합건설의 상호진출이 허용된 시장에 참여하는 건설사업자의 상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知斧斫足)는 속담이 있다. 믿었으나 배신을 당했을 때 쓰는 속담이다. 건설업체들에게 공공공사는 ‘믿는 도끼’와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공공공사도 공사비는 박하다고 한다. 특히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저가 하도급을 방지하는 제도가 있다 해도 낙찰받은 공사비가 이윤을 크게 남길 정도는 아니라는 게 업체들의 전언이다. 즉 공사비만으로 따졌을 때는 옴치고 뛸 수 있는 여지가 적어 큰 이득(메리트)이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이런데도 전문건설업체들이 믿는 도끼로 받아들이는 건 공사대금을 못 받거나 늦게 받거나 하지 않
최근 전문건설업계가 조달청의 규제 개선 공모에 몇 가지 개선안을 제시했다. 조달청이 자발적으로 공모해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를 고쳐보겠다고 의지를 보여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추려서 조달청에 제출한 규제 개선 건의항목들을 보면 ‘이런 게 아직도?’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비상식적인 규정들이기 때문이다.몇 가지를 보면, 발주기관이 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 등)을 통해 설계도면 등 설계서를 게재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전자정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코로나19로 전 산업분야의 언택트(비접촉) 문화가 일상화됐는데도
지난달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한국건설경영협회가 올해 하반기 건설시장을 전망하는 세미나를 이틀 상간으로 개최했다. 두 곳 모두 종합건설업계를 대변하는 기관들이어서 그들이 내놓는 전망자료는 건설기업들에게 하반기 건설경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중요한 참조자료가 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컸다.그런데 두 기관은 전망을 엇갈리게 제시했다. 건산연은 국내 건설수주가 하반기에 3.7% 줄어 전년 대비 0.5% 감소한 210조9000억원을 기록하고, 건설투자도 1.8%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규제(規制)란 ‘규칙이나 법령, 관습 따위로 정한 조항’을 말한다. 그 조항은 당시에는 필요해서 도입한 규정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변화된 세상에 맞지 않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현시점에서 규제라고 하면 ‘혁파·혁신’하거나, 최소한 ‘개선’해야 할 대상이 됐다. 개선해야 할 규제라 칭할 만한 것이 생겼다는 것은 상황변화로 그 조항이 현실에 맞지 않아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한편으론 그 누군가는 규제임을 알면서도, 아니면 규제가 됐는지 몰라서 변화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규제 혁신은 그 누군가의 신변에
본지는 올해 6월18일 건설의 날을 맞아 특집호를 준비하면서 주제를 ‘건설, 코스트와의 싸움 시작되다’로 잡았다. 현재 전체 건설업체들이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급등하고 있는 건설자잿값과 인건비 등 비용부담을 겪고 있기에 비용(코스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본지가 특집호를 준비하면서 현재의 비정상적인 일시적 가격 급등보다 더욱 주목한 것은 건설기업들, 특히 중소건설업체들이 부담하고 있는 간접비였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항목도 추가되고 있지만 법정 항목에 없다는 이유로 반영받지 못하고, 항목에
‘사정을 하소연하여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람’. 탄원(歎願)의 국어사전적 의미다. 탄원서는 개인이나 단체가 국가 또는 공공기관에 사정을 하소연해 도움을 바라는 내용이 담겨있는 문서다. 사전적으로 탄원은 접수한 공공기관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같이 들리지만, 탄원은 ‘진정(陳情)’과 함께 청원의 일종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청원은 엄연히 헌법적으로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다.대한민국 헌법 제26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2항은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매년 6월18일은 건설업 종사자들의 사기 진작과 건설산업 발전을 기념하는 ‘건설의 날’이다. 행사는 1981년 처음 개최됐다.건설의 날은 항상 새로운 정부 출범 후 한달여만에 다가온다. 이에 따라 이때가 되면 건설 종사자들은 새 정부가 건설산업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시행할 건설정책은 어떤 방향일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건설산업은 정책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정부 혹은 정권과 떼어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듯 올해 건설의 날 기념식도 당초 6월16일로 계획됐으나 8월18일
내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전문·종합건설 상호진출 허용시장에서 전문건설사업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공사규모가 3억50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정부가 기존 2억원 이상에서 3억원 미만이던 종합건설업체의 전문공사 수주 제한 공사범위를 2억원 이상에서 3억5000만원 미만으로 확대한 것이다. 또 ‘발주자가 공급하는 자재의 금액이 공사예정금액의 3분의 1 이상인 경우’라는 단서를 삭제하고, ‘원도급 제한을 고려할 수 있’는 것을 ‘원도급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정부는 이와 함께 토목과 건축범위 제한만 있을 뿐 전문건설 14개 업종을
사실이 아니고 다소 과한 진단이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드디어 스태그플레이션(물가 급등 속 경기침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들이 그것이다.정부는 일단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6일 “현재의 경기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성장률보다 높으니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상황이고 2%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작아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보다는 물가상승 위험을 걱정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의 ‘밑지는 공사 블랙홀’이 길어지면서 이를 극복해낼 대책이 시급하다. 블랙홀은 모든 것을 흡수해버리는 우주 양자물리학 용어이다. 지금 건설업계가 자잿값 폭등 및 장기화로 인해 적자 수렁에 빠진 상황을 빗댄 말이다.물건을 팔면 팔수록,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면 사업을 접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업을 하다가 손해를 볼 때도 있고, 다시 여건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특히 손해의 원인이 국제 분쟁과 같은 외부요인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 건설자잿값 대란은 러시
최근 어느 일간지에 실린 ‘일용직 근로자 호칭 개조 국민공모’라는 제목의 광고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건설 공사 현장 등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를 지칭하는 ‘잡부’라는 호칭을 좀 더 우호적으로 개조할 필요가 있어 공모한다는 내용이었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그동안 인권차별과 서러움, 불이익을 겪어온 만큼 시대 변화와 인격 존중 차원에서라도 그들의 사회적 호칭을 변경함으로써 직업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자는 것이다. 광고 게재 주체가 낯설긴 하지만 뜻도 좋고 필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였다. 광고에는, 참고사항이라며 과
전문 건설인들이 절규하고 있다. 생산체계 변화에 따른 수주 박탈과 자잿값 폭등으로 인한 역마진 공사, 그 와중에도 사그라들 줄 모르는 부당특약과 불공정 하도급, 각종 규제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문건설업의 외형적인 수주액은 늘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최근 전문건설공제조합의 보증발급액 등을 토대로 추정한 올해 1분기 전문건설 수주액은 26조62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22조6690억원보다 15%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업체 수와 경제 규모 확대에 따른 자연적 증가일뿐 전문
윤석열 정부 출범 일주일여를 앞두고 건설업계도 새 정부 새 정책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 올랐다. 고용과 노동 관련 정책 기조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의 낯선 경험에서 벗어나 일단 숨 고르기라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바람도 있다.대표적인 정책이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제,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 등이다. 주 52시간제에 대해 윤 당선인은 현재 3개월인 선택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경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도 현재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선택근로제
수년째 점점 도를 넘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아온 건설노조가 결국 탈이 나고 환부를 드러내는 것인가. 그동안 과욕과 과잉행동으로 인한 부작용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진병준 위원장이 3년간 6억원이 넘는 조합비를 횡령하고 자신의 아들을 노조사무실에 특혜 채용한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소속 건설근로자와 산하 산별 연맹 회원조합 등은 최근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잇달아 냈다. 지난 12일에는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 앞에서 진 위원장의 구속 수사와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진 위원
우리나라 건설업의 한 축인 전문건설업체 대표들이 생존권을 호소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7만 전문건설업체와 200만 건설인들을 대표해 지난 12일 정부 세종청사 국토교통부를 에워싸고 ‘생존권 방치 국토부 규탄대회’를 가졌다. 앞서 이들은 지난 2월17일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가진 바 있다.요구사항은 올해부터 민간부문까지 전면 실시되는 종합·전문건설 간 업역폐지 및 상호시장 개방 정책의 철회 및 업역 원상회복이다. 주된 구호는 전문건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생산체계 개편의 즉각적인 중단이다. 전문건설업계의 생존권 말살이 문제의
날이 풀리면서 공사가 제철을 맞았으나 건설업계는 벼랑 끝에 몰렸다. 자잿값 및 원유가 폭등과 시멘트 수급 대란에 웬만한 제재에도 끄떡없는 노조 갑질까지.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힘겹게 공사를 이어가거나 아예 공사를 중단하는 현장이 늘어가고 있다. 한창 시즌에 신규 수주는 꿈도 못 꿀 형편이다. 이런 사태가 계속되면 건설사들의 줄도산에 이어 경제 산업 전반에 도미노 침체가 우려된다.건자재 가격과 시멘트 수급 대란은 팬데믹 상황과 물류대란,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전 세계 동시다발적 악재들과 연관이 있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이 해외의 자국 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국내 복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미 공약했듯이 과도한 규제를 풀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우리 기업들의 리쇼어링은 물론 해외 기업 유치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3년째 접어든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패권 경쟁,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만 보더라도 당장 주요 제품의 생산·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의존적으로 쏠려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국경봉쇄 등 예상치 못한
올 것이 온 건가. 올 초(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온 나라를 긴장시키고 있다. 법 시행 직전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이던 광주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중대 재해가 발생했다. 이후 법 시행 한 달이 채 안 돼 여러 건의 사고가 이어졌다. 삼표산업의 양주 채석장 토사 붕괴, 요진건설산업의 건축 현장 승강기 설치 작업자 추락사고, 여천NCC의 폭발사고, 현대건설의 고속도로 건설 현장 추락사고, 심지어 국민의당 대선후보 홍보차량 질식사 사고까지. 언제 또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가 없다. 반드시 사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정부의 실정과 국민적 불신, ‘공정’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다음 총선까지 2년간 신 여소야대 구도 하에 협치와 통합의 정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앞길이 험로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이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되고 정부 기관 업무보고가 이어진다. 정부 조직개편과 새 정부의 국정과제도 마련될 것이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인수위 단계서부터 조직과 인사, 정책이 제대로 제시돼야 한다. 그중 정책은 분야별로 경제성, 민주성과 함께 연속성, 연관성도 고려하고 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