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첫 아이의 아빠가 된 30대 후반의 전문건설업체 직원에게 물었다. 육아와 건설현장일 중 무엇이 더 힘드냐고. ‘육아가 더 힘들다’는 초보아빠의 엄살 섞인 대답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별 망설임도 없이 현장일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출퇴근과 업무, 육아를 하느라 너무 힘들다”면서 “그래도 내 아이랑 씨름하는 것이 몇 시간씩 무거운 짐을 들고 나르는 일보다 몸도 마음도 편하다”고 했다. 월급을 감안하더라도 현장일이 더 고되다고 답했다.가벼운 사담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10월의 어느 날. 서울 소재 철근콘크리트공사 전문건설업체의 K부장은 사무실에서 열변을 토했다. 이유를 들어봤더니 인건비가 너무 높고, 낙찰이 되지 않고,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매번 듣던 이야기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노조’ 이야기가 나왔다.소형 오피스텔 공사에 주로 참여하는 이 업체는 그동안 노조 피해를 거의 받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건설노조의 활동 영역이 소형 현장으로까지 옮겨오면서 노조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듯 했다. 노조는 노조원을 채용해 달라며 업체를 괴롭히다가 “현장은 건드리지 않을테니
21대 국회에서 발의되는 건설 관련 법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건설업을 규제하는 데 혈안인 느낌이다. 특히 ‘건설현장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고는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일례로 김교흥 의원은 건설안전특별법 개정안에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안전 규정을 위반한 발주자, 시공사의 최고경영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았다.김도읍 의원이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건설사가 부실하게 시공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과징금 상한선을 현재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
지난 8월 집중 호우로 인한 도로파임(포트홀)이 곳곳에 방치돼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버스 중앙차로의 포트홀은 보수되지 않은 곳이 여전히 많고, 보수 후에도 지워진 차선이나 글자, 화살표 등 노면표식 등이 복구되지 않은 곳이 꽤 보인다.흔히 ‘도로 위의 지뢰’라고 불리는 포트홀은 아스팔트 도로 위에 마치 냄비처럼 노면이 움푹 파여 있는 구멍으로, 크고 작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포트홀이 발생하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그중 눈이나 빗물이 도로 노면의 작은 틈과 균열 부위에 스며들어 폭염·한파 등 기온 변화에 따
잘못을 저지르고도 당당한 이들이 있다. 바로 상습 하도급갑질 업체들이다. 최근 이들의 뻔뻔함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위법하다 판단해 처분을 내려도 이를 따르기보다 불복 소송을 진행하는 등 적반하장식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로부터 처분을 받은 원도급업체들이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숫자가 꾸준히 증가해 최근 30%에 육박하고 있다. 불복 행렬이 이어지면서 하도급업체에 대한 구제 길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실제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통계보다 더 처참하다. 한 하도급업계 종사자는 “2년간 공정위에
“조금만 기다려달라. 미지급된 하도급대금이 200억~300억원 정도 되는데 이달 들어오는 자금이 1000억원 정도라 조만간 문제가 해결된다”2년여 전에 한 종합건설사 임원에게 직접 들은 말이다. 기자가 이 회사의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에 대해 취재에 들어가자 임원이 직접 찾아와 해명했다. 기사 송고를 보류하고 2개월 가량을 기다렸지만 이 말은 지켜지지 않았고 기사가 나간 이후에야 몇 건의 하도급대금이 지급됐다. 당시 제보했던 하도급 업체들은 이같은 공수표를 이미 1년 동안 받아와 피로감과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태였다. 이 회사는 올해
작년 본지 특집호 취재를 하며 알게 된 특성화고 졸업생과 최근 연락이 닿았다. 당시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건설현장으로 들어와 관련 자격증을 따면서 명장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는 최근 군에 입대해 이등병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건설업에 계속 몸담을지 말지를 군 복무기간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그는 군입대 직전까지도 현장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전역 후 삶을 걱정하고 있다. 업종을 변경하거나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취업 예정자 및 청년 구직자 700명을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6월 정부 부처 회계연도 결산을 분석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2015년 이후 과징금 수납률은 징수결정액 대비 수납액이 60%대 이하로 저조하게 나타났다.2015년과 2016년은 각각 60.0%였고, 2018년은 45.2%, 2019년은 25.0%였다. 당시 국회예산정책처는 “행정소송 패소 등으로 인한 과징금 환급이 과다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런데 공정위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이 또 이어지고 있다.법조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앞서 “입찰 참가자 자격 제한 요청 처분을 취소해달
나들목이나 교차로 등 주행방향이 헷갈리는 도로 위에서 다채로운 색깔의 유도선들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설치된 도로 위 ‘주행유도선’은 차량 운전자에게 진행방향 경로를 쉽게 안내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크게 초록색과 분홍색으로 나뉜다. 갈라지는 차로가 한 방향일 경우 분홍색, 두 방향일 때 초록색 유도선으로 표시된다. 또 파란색 유도선은 하이패스 차로를 안내하는 선이다. 주행유도선의 가장 큰 장점은 갑작스런 차로 변경을 예방하는 것이다. 초행운전자나 초보운전자들도 당황하지 않도록 안전한 길잡이 역할
“하자소송요? 그거 하기만 하면 무조건 이깁니다” 아파트 하자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의 말이다.또 다른 변호사도 “하자 소송의 경우 변호사가 알아서 자기 돈을 내고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법원에 내는 인지대 송달료, 하자진단, 이런 거 다 변호사가 알아서 해요. 착수금 무료에 성공보수조로 진행하죠. 이유는 간단해요. 하자소송은 거의 승소하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다.다수의 하자소송이 진정한 보수와 시설개선이 아닌 변호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이런 상황에 대해 건설사들도 알고 있는지
피쳐폰 시장에서 잘나가던 LG전자가 2010년 전후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낙오자가 된 일화는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유명하다. LG전자가 2009년 휴대폰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넘겨 기뻐할 때, 시장은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는 중이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삼성은 2008년 옴니아를 출시하며 시장변화를 이끌고 있었다. 반면 시장 변화를 읽지 못한 기업은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최근 건설시장은 2010년 전후의 휴대폰 시장만큼 큰 폭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민간시장에선 대기
국회가 의원회관 층마다 출입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하는 등 보안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의원회관 방문자는 허가된 장소에만 방문할 수 있고, 방문하고자 하는 의원실에 미리 접촉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임시 출입증을 받으면 의원회관의 모든 층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게 됐다.이처럼 국회가 외부인의 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국회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관련 협·단체 관계자들이 특히 그렇다. 협·단체들은 업계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되면 분주해진다. 소관 상
취재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원도급 건설사 관계자들은 우리나라보다 하도급 사업자를 위해 관련 법 제도를 잘 갖추고 있는 곳이 없다고 말한다.그러나 건설업종 하도급 거래에 있어 여전히 불공정거래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또한 하도급 건설사업자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하도급법 위반 범죄는 재범률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지난해 20차례 이상 하도급법을 위반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상습 신고된 기업 24곳 중 22곳이 대형 종합건설사들이었던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잘 갖춰진 하도급법이 있는데, 왜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다
취재를 하다 보면 건설 원·하도급업체 간 상생 노력을 접하게 된다. 건설공사 계약에서 늘 ‘을’의 위치에 있는 하도급사를 위해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는 원도급사들의 훈훈한 미담이 바로 그것이다.최근 대형건설사 H건설은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해 낮은 금리로 자금지원을 해 주는 등 협력사와의 상생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중견건설사인 B건설이 협력사들과 공사품질 개선 방안을 수시로 논의하고, 대금을 조기 지급하고 있다는 얘기도 속속 들려온다.우리나라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문이 경주 최부자 집안이다. ‘
현장을 다니다 보면 건설업체 중에서도 혁신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곳들이 있다. 특히 스마트건설 기술이나 건설신기술 등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업체들이 그렇다.이들은 특히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추진하는 시범사업에 참여하거나 정부 용역을 받아 새로운 기술을 주도한다.하지만 기술 등 혁신을 선도해 나가는 입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 업체들은 가장 대표적인 애로사항으로 시범사업 이후에 이를 활용할 시장이 없다는 부분과 법적 규제가 강해 시범사업이 아닌 현장에서 스마트 기술 등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어김없이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만들어졌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의 후속 조치로 정부는 지난 18일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발표하고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도 다시 언급했다. 앞서 11일엔 국회에서 ‘중대재해 기업 및 책임자 처벌법’이 발의됐다.수차례 건설안전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왔고 기업 처벌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나 대형현장을 시작으로 비용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정부 ‘안전 드라이브’의 효과를 부인할 순 없다.하지만 이제는 다른 시각의 개선점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어
업무협약은 기업 또는 기관들이 업무적인 제휴 관계를 맺기 위한 협동 조약으로, 추진 중인 업무나 새로운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진행된다. 하루에도 몇 건씩 기업 또는 기관의 협약 소식이 들려오고 관계자들은 협약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다.협약서의 세부 내용을 보면 참 알차다. 당사자들이 구상하고 있는 미래를 볼 수 있다. 이대로만 일이 진행된다면 모든 업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이처럼 긍정적인 목적의 협약이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 때도 있다. 기업이나 기관 사이에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
얼마 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중 한 곳의 생산공장 건설공사에 참여했던 하도급 건설사가 찾아왔다. 그는 지난해 공사를 모두 끝냈지만, 아직도 대금 정산을 못 하고 있다는 사연을 털어놨다.대기업 제조업체가 대규모 생산공장 건설공사를 계열사인 대형종합건설사에 원도급을 줬고, 이를 하도급받은 여러 전문건설사들이 정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늘 듣는 을의 입장에서 하는 하소연이겠거니 하고 듣다 보니 갑의 불공정 행태가 가관이다. 원도급사가 계약서보다 훨씬 많은 작업지시를 하고도 그에 따른 비용 증가는 나 몰라라 하고
캐나다 앨버타 주 캘거리에 있는 ‘피스 브릿지’(peace bridge, 평화의 다리)는 ‘나선형 철제 트러스 시스템’으로 건축돼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 이 다리는 총 길이 130m, 너비 8m인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 다리로 지난 2012년 완공됐다. 특히 교량 색상이 캐나다 국가색인 빨간색과 흰색으로 디자인돼 뛰어난 미적 감각을 발휘한다.서울 중구에 있는 서소문고가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주기적으로 보수공사를 하는 데 늘 드는 의문이 있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왜 교량은 도색이 천편일률 회색일까.길을 가다가 문득 ‘한강대교가 빨
“명문 장수기업을 선정한다는 보도자료를 보고 신청하려고 알아봤더니 건설업은 제외 업종이더라구요. 그걸 보는데 정부의 건설업 소외가 중기 정책에서도 드러나는 거 같아 상실감이 컸어요”3대를 이어 건설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전문건설업체 대표의 하소연이다.대를 지나면서 건설업체들도 변화에 대응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4차산업 혁명에 맞춰 드론을 현장에서 운용하거나 홀로그램과 화상 시스템을 통해 현장관리를 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아버지 대에서 내려온 영업력과 시공 기술을 바탕으로 4차산업 기술까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강점을 극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