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결과물의 최종 수요자인 고객들로부터 한탄과 불만 섞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를 기회 삼아 전문건설업계가 새롭게 변화될 필요가 있다.철근 누락을 비롯해 비만 오면 누수가 되는 등 연이은 부실공사와 붕괴사고로 인해 건설업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건설 관련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조차도 건설회사가 스스로 시행하는 셀프 점검을 더이상 믿지 못하겠다고 천명했다.건설 관련 동향을 살펴보면 안전과 품질 측면에서 새로운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하반기 우리 경제 최대 리스크는 단연 ‘역전세난’이다.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고점을 찍었던 전세가는 부동산 시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역전세난을 막을 카드로 집주인 대출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정책을 한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한국은행이 6월 내놓은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보증금 규모는 총 288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역대 정부는 어김없이 집권 초기에 “탈규제, 규제혁파”를 외친다. ‘대못 규제’, ‘손톱 밑 가시’, ‘1 in 2 out’이라는 슬로건 등을 앞세운다. 경제를 위해 법과 제도가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산업계, 특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산업체는 국내를 ‘규제 만능국’이라 통칭한다. 직전 정부가 겉으로는 규제 완화를 내세우면서 공공일자리 늘리기에 몰입했었다.영국 역사학자 겸 경제학자인 C.N. 파킨슨이 새 법칙을 내놓았다. 파킨슨 법칙은 “업무량의 경중에 관계없이 공무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보편적”이라 정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들조차 정비사업 참여에 몸을 사리고 있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에서 3.3㎡당 단가를 자진해서 올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시공사를 선정해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공사비 분쟁은 이미 전국을 한번 시끄럽게 한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필자는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서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사업이고, 그중에서 수백
한국 건설은 중동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현대건설의 사우디 주베일산업항 건설과 1980년대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20세기 대역사’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불리며 1970~1980년대 중동붐을 이끌었다. 오일쇼크로 휘청대던 한국경제는 중동에서 벌어온 달러로 기사회생했다. 그래서일까, 중동은 여전히 기회의 땅처럼 여겨지는 구석이 있다.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 사업인 ‘아미랄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주액은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로 한국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과학기술의 최종 목적은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에 있다. 정치 또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최근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가 주요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물려 있는 큰 이슈들이 있어 왔고 지금도 많이 존재한다. 그중에는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사실을 기반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슈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이러한 이슈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정치와 과학기술 간의 관계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향으로 형성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복잡하고 다양
건설산업은 최근 다중 충격으로 사업 여건이 많이 악화됐다. 생산성 제고를 위해 도입한 생산체계 개편은 건설시장의 기존 질서를 흔들었고 그 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혼란 속에서 코로나 위기가 발발했으며 공사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공사비 문제와 기성에 기반한 현금흐름 위축으로 생존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여기에 더해 건설현장에서 터진 연이은 사건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각종 재해로 사회의 날 선 비판의 눈은 건설업을 향했다. 전문건설의 성장 기반도 약해지고 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성장 통계를 보자. 우리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났다. 거대한 홀에 놓인 큰 테이블 상석 중앙에 시 주석이 앉고, 그 왼편에 블링컨 장관이 앉았다. 마치 상관과 부하가 회의하는 모양새가 신기했지만, 그 와중에 유독 테이블 사이를 가득 채운 연꽃 무더기가 눈에 들었다.연꽃을 뜻하는 한자 ‘하’(荷)가 ‘화’(和)·‘합’(合)과 중국어 발음 ‘허’로 모두 같다는 점에서 ‘우의’와 ‘협력’의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시 주석이 5년 만에,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베이징을 찾은 미
최근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시 외곽으로 운전하는데 이상하게도 트럭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트럭이 적으니 운전하기가 수월할 뿐 아니라 사고위험도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트럭은 어디로 갔을까? 인구 6000만 이탈리아의 물류는 어떤 경로로 이동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귀국해 자료를 조사한 결과 의문이 풀렸다. 이탈리아의 철도 총연장은 2013년 기준 약 1만7000㎞로 우리나라의 약 5배에 해당하며, 철도운송 분담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수송수단별 국내 화물수송 분담률에서 철도
저개발국가에서는 국민들에게 지역 간 안전하고 신속한 이동 및 원활한 물류 수송을 제공하기 위해 도로건설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특히 라오스 정부는 동남아시아 교류 확대와 경제성장을 위해 라오스 내 도로건설 가속화를 통한 경제성장 동력 기반을 마련하고 주변국을 연결하는 국가(Land-Linked Country)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건설 기술 부재, 경험 부족 및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라오스 정부 주도의 도로건설 자립화에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한국 정부에서는 공적개발원조사업(Official Development
“가격 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레미콘 공급을 중단하겠다”지난해 8월 전국 900여 레미콘 생산업체 대표들이 서울 여의도에 모였다. 당시 시멘트 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안을 발표하자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건설사들도 “차라리 시멘트를 수입해 쓰겠다”며 레미콘 업체들을 지원했다. 시멘트 업계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다며 맞받아쳤다. 둘 사이 갈등이 심해지며 사상 첫 ‘레미콘 파업’ 직전까지 갔다. 다행히 시멘트 업계가 인상 시기를 11월로 미루며 사태는 마무리됐다.하지만 그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시
도시재생법이 열 살의 나이를 맞았다. 도시의 쇠락을 막을 요량으로 시작한 법 제정이었다. 뉴타운 건설이나 도시 재개발의 대안으로 시작한 야심만만한 도시 사업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주력 사업으로 선정하고, 무려 5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다. 도시 쇠퇴 지표에 시달리던 많은 지자체가 앞다투어 이 사업에 참여했다. 도시를 새롭게 살리는 일이 지자체 생존과 관련됐음을 인식한 탓이었다. 아직은 사업이 진행 중이긴 하나, 10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를 핑계삼아 사업 성공을 위해 말을 걸어 보자.도시 재생 사업의 성과는 다양한 얼굴
산업재해 발생 시 국가로서는 경제적 손실, 복지수준 및 신뢰도 저하가 발생하고, 사고기업은 사고보상금, 근로 손실, 사기저하 등을 감수해야 한다. 또 개인은 신체적 피해(사망·장애), 정신적 피해, 작업능력 손실, 경제적 피해, 가정파탄 등이 뒤따른다.특히 우리나라는 제조 및 건설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원·하청 고용구조로 인해 중대재해 위험성이 높다. 지난 2022년 전체 사망사고 611건 중 가장 많은 사고 유형은 떨어짐(262건)과 끼임(90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12일 기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기소된 16건의 사건에서도
일명 ‘대장동 방지법’이라 불리는 도시개발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졸속 입법의 대표 사례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이 법은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 이익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장동 사태가 대선 정국을 강타한 2021년 10월 법안을 발의한 뒤 2개월여 만인 12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10%’의 근거도 불분명했고 의견 수렴 절차도 생략됐다. 대장동 사태로 들끓은 민심을 달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다.작년 6월22일 시행된 이 법률의 부작용은 명약관화였다. 민관 협력으로 진
한국식 구분법이다. ‘금수저’와 ‘흙수저’이다. ‘금수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것이 있는 이들이다. 그들은 돈 또는 줄이 있다. ‘흙수저’는 ‘금수저’를 뺀 나머지다. 그래서 돈도 없고 줄도 없다. ‘흙수저’는 효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반면, ‘금수저’는 효도를 안 하고 싶어도 안 할 수 없다고 한다. 물려받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체감경기는 뭘까? 가장 쉽게 ‘흙수저’들이 피부로 느끼는 거시경제 지표들이다. 그 지표들은 자원의 희소성을 반영한다. ‘금수저’들은 경기를 피부로 느끼지 않는다. 희소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불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의 공사비 검증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증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이 시공사가 추가로 증액 청구한 1조1380억원 중 14%에 불과한 1630억원만 검증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한국부동산원이 검증을 제외한 항목은 총 검증대상 공사비 중 86%나 되는데 이는 분양 지연에 따른 추가금융비용, 물가상승분, 중단기간 및 공사재개에 따른 손실비용 등으로 알려졌다.공사비검증제도는 정비사업에서 공사비를 일정비율 이상 증액하려고 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사업시행자가 검증기관에 의뢰해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증받도
오랜만에 고향 집엘 갔다. 저녁을 먹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빈집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방치된 집들은 스스로 허물어지고 있었다. 주위엔 잡초가 우거졌고, 창문이 깨지거나 지붕이 내려앉은 집들도 있었다. ‘위험·접근 금지’라 쓰인 띠지는 을씨년스러움을 더 했다. 저 집의 주인은 돌아가셨을까, 아니면 이사를 간 것일까. 이유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 저 집에는 누구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먼 시골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산의 도심, 동구 이야기다. 한때는 살 곳이 없어 산 중턱까지 밀려 올라왔던 집들이 이제는 내버
최근 전기요금 인상 이슈가 여전히 뜨겁다. 지난 5월16일 정부는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8.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 배경은 한전의 적자이다. 한전의 지난 2021~2022년의 누적 적자 규모는 38조5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올해 1분기만 6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고 아주 단순한 논리이다. 그런데 이 이슈가 꽈배기처럼 본말이 전도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나아가 이도 저도 아닌 해결 방안들이 나오는 복마전이 되고 있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70억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해오던 직접시공제를 추정가격 2924억원에 달하는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3단지 아파트 건설공사’ 발주에 적용시키며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4월 서울시가 직영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직접시공 확대 및 관리방안을 발표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이다.원도급자 직접시공의무제도는 소규모 유령회사 난립 방지 등을 위해 의무하도급제 폐기를 대체해 2006년 1월 시행된 제도이다. 직접시공 능력이 없는 원도급자의 위장직영 등으로 많은 하도급자의 피해
“내 전세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건가요?”인천 미추홀구를 비롯해 전국에서 전세사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전세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1910년 조선 통감부가 작성한 문서에 등장했으니 역사만 100년이 넘는다. 저렴한 주거고정비를 원하는 임차인과 무이자 레버리지에 끌린 임대인의 이해가 맞아떨어져서 생겨났다. 이사 갈 때 돌려받는 보증금과 그동안 모은 돈을 합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어 ‘주거 사다리’로 여겨졌다.그런 전세가 사기의 온상이 돼 무주택 서민들을 배신하게 됐다. 사기꾼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