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연동제가 올해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예를 들어 납품대금의 일정 비율을 차지하는 원재료가 기준 이상 가격변동 시 의무적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약정하는 것이다. 국제 원자재가격 및 시중물가의 앙등이 지속된 가운데, 수탁을 받아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거래대금의 적정한 조정을 꾀하는 납품대금연동제가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계약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라틴어 법격언처럼, 본래 민법의 기본원칙은 ‘계약준수원칙’이라 할 수 있으며, 이에 법원에서도 사정변경을 통해 계약을 해제하거나
2년 전 입주한 새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 물이 샌다. 주차면 위의 천장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일부 주차면은 폐쇄됐다. 몇번 보강공사를 했는데도 잘 안되는지 주차면은 여러번 개방과 폐쇄를 반복했다. 하자 보수기간인 2년이 넘어서자 시공사와의 법적 분쟁도 생겨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갑론을박, 한동안 꽤 시끄러웠다. 지난해부터 유독 건설현장에 사고가 많았다. 건설 중이던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고, 이어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다. 결국 해당 아파트들은 다시 짓기로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건설사의 대책은 발빨랐지만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십니까?” 요즘 유행하는 인사말이다.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dystopia)’이다. ‘디스토피아’는 한국 건설업이 갖는 편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편견을 무시해선 안 된다. 수요패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철근 누락으로 인해 공공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 ‘순살 아파트’란 말까지 등장했다. 헛소문도 문제다. 엉뚱한 건설업체들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쉴러 교수는 부동산 가격 결정 과정에 비이성적 행태가 개입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헛소문은 사실보다
지난 6월27일 국내 최고층 13층 철골모듈러 아파트(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의 준공식이 있었다. 해당 아파트는 정부 지원의 국가 연구개발(R&D) 결과물이다. 앞서 우리나라 모듈러 건축공법의 고층화 기술 자립과 선진화를 목적으로 국토교통부 및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전격적인 지원 아래 2013년 4월 중고층 모듈러 연구단이 출범했다. 연구단의 주관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맡았고, 아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가 협동기관으로 참여했으며 국내 현실에 가장 적합한 13층 철골모듈러 아파트의 표준 기술을 제시했다. 국가R&D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
“정말 이 정도였나, 이 정도까지 엉망이었나” 하며 깜짝 놀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전국 15개 아파트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전국에 건설 중이거나 입주한 LH 단지 중 사고 아파트와 같은 무량판 구조로 시공한 단지를 점검해 발표한 결과다.이 중 5개 단지가 입주를 마쳤다. 4287세대 규모다. 이 사람들은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싶다. 민간 아파트까지 같은 구조로 시공된 사례를 확대·조사하면 그 수가 얼마나 늘지 알 수도 없다. 민간 현장
‘영끌 현상’은 지난 대선에서 정권 교체에 일조를 했을 만큼 큰 사회 의제였다. 그 현상을 진정시킬 만한 긍정적 사회적, 정책적 조처가 있진 않았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잠잠해진 느낌이다. 최근 한국 청년 세대에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가’를 물은 설문이 있었다. 무려 41.6%가 ‘주택 장만’을 1위 고민으로 손꼽았다. 2위인 ‘가족의 건강’ 걱정은 15%였음을 감안하면 집 장만은 온몸을 짓누르는 강박이라 말할 만하다. ‘영끌’할 소지는 아직도 충분히 큰 셈이다. 그럼에도 마치 해결된 것처럼 ‘영끌 현상’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다. 이후 지난해 11월30일 중대재해감축로드맵이 발표됐다. 사망 사고는 감축로드맵을 실시한 뒤로 12% 정도 축소됐으나, 50억원 이상 현장에서는 오히려 10%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온다. 중대재해 만인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이며, 0.29명 정도 유지를 목표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살펴보면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 및 보건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
여름철 집중호우 피해가 연례행사처럼 돼 버렸다. 작년 8~9월에 포항과 서울 일대의 물난리를 다뤘는데 1년 만에 또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올해는 충청권을 포함한 남부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산사태 피해가 컸던 경북에서만 사망 및 실종자가 30명 가까이 나왔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근처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물에 잠겨 차량 16대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집단참사를 당했다. 예보된 호우에 정부도 “과도할 만큼 선제 대응”을 다짐했지만, 이번에도 대규모 인명과 재산
고금리가 건설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연한 상황이다. 건설업의 경우 제조업에 해당되는 생산 비용이 천문학적이어서 외부 금융기관의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입을 우리는 PF(project financing)라 부른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부동산 시장이 약세이면서 동시에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 현금 흐름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PF 사업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그 정도가 심각할 경우 신용을 공여한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자칫 금융시스템 전반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현재 PF 시장의 현황을
건설업은 산업적 특성상 경영안정성 제고를 위한 효율성 강화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건설업이 다수의 생산자가 수직적인 하도급구조로 참여하고 있어 하나의 기업이 부실화되는 경우에 연쇄적으로 생산에 참여하는 기업까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생산요소 확보의 어려움 등은 건설업의 위기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효율적 운영을 통한 경영 안정성 확보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특히 다수의 영세한 기업규모적 특성으로 인해 전문건설기업의 경영안정성 확보가 더욱 필
‘영국 크로이든 타워(50층), 싱가포르 애비뉴 사우스 레지던스(56층), 호주 라 트로브 타워(44층)’이들 고층 건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모듈러 공법’으로 지었다는 것이다. 모듈러 공법은 말 그대로 주택의 일부를 모듈로 만든 뒤 현장에서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완성하는 방법이다. 기본 골조와 전기 배선, 현관문, 욕실 등 아파트의 70~80%를 공장에서 미리 만든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 이미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경우 전체 주택시장에서 모듈러 공법 활용 비중이 45%에 달한다. 이에 비하면 국
작금의 건설시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건설투자 전망도 어둡다. 특히 올해 1/4분기의 실적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건축 부문의 위축이 크게 나타났다. 경기선행지수인 건축허가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었고 올해 건설투자여건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건설업 자금조달 여건이 어렵다.이러한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2020년 이후 업역 간 상호시장개방의 성과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상호시장개방이 허용된 161개의 현장에 대한 하도급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
건설 결과물의 최종 수요자인 고객들로부터 한탄과 불만 섞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를 기회 삼아 전문건설업계가 새롭게 변화될 필요가 있다.철근 누락을 비롯해 비만 오면 누수가 되는 등 연이은 부실공사와 붕괴사고로 인해 건설업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건설 관련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조차도 건설회사가 스스로 시행하는 셀프 점검을 더이상 믿지 못하겠다고 천명했다.건설 관련 동향을 살펴보면 안전과 품질 측면에서 새로운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하반기 우리 경제 최대 리스크는 단연 ‘역전세난’이다.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고점을 찍었던 전세가는 부동산 시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역전세난을 막을 카드로 집주인 대출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정책을 한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한국은행이 6월 내놓은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보증금 규모는 총 288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역대 정부는 어김없이 집권 초기에 “탈규제, 규제혁파”를 외친다. ‘대못 규제’, ‘손톱 밑 가시’, ‘1 in 2 out’이라는 슬로건 등을 앞세운다. 경제를 위해 법과 제도가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산업계, 특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산업체는 국내를 ‘규제 만능국’이라 통칭한다. 직전 정부가 겉으로는 규제 완화를 내세우면서 공공일자리 늘리기에 몰입했었다.영국 역사학자 겸 경제학자인 C.N. 파킨슨이 새 법칙을 내놓았다. 파킨슨 법칙은 “업무량의 경중에 관계없이 공무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보편적”이라 정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들조차 정비사업 참여에 몸을 사리고 있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에서 3.3㎡당 단가를 자진해서 올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시공사를 선정해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공사비 분쟁은 이미 전국을 한번 시끄럽게 한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필자는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서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사업이고, 그중에서 수백
한국 건설은 중동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현대건설의 사우디 주베일산업항 건설과 1980년대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20세기 대역사’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불리며 1970~1980년대 중동붐을 이끌었다. 오일쇼크로 휘청대던 한국경제는 중동에서 벌어온 달러로 기사회생했다. 그래서일까, 중동은 여전히 기회의 땅처럼 여겨지는 구석이 있다.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 사업인 ‘아미랄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주액은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로 한국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과학기술의 최종 목적은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에 있다. 정치 또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최근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가 주요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물려 있는 큰 이슈들이 있어 왔고 지금도 많이 존재한다. 그중에는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사실을 기반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슈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이러한 이슈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정치와 과학기술 간의 관계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향으로 형성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복잡하고 다양
건설산업은 최근 다중 충격으로 사업 여건이 많이 악화됐다. 생산성 제고를 위해 도입한 생산체계 개편은 건설시장의 기존 질서를 흔들었고 그 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혼란 속에서 코로나 위기가 발발했으며 공사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공사비 문제와 기성에 기반한 현금흐름 위축으로 생존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여기에 더해 건설현장에서 터진 연이은 사건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각종 재해로 사회의 날 선 비판의 눈은 건설업을 향했다. 전문건설의 성장 기반도 약해지고 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성장 통계를 보자. 우리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났다. 거대한 홀에 놓인 큰 테이블 상석 중앙에 시 주석이 앉고, 그 왼편에 블링컨 장관이 앉았다. 마치 상관과 부하가 회의하는 모양새가 신기했지만, 그 와중에 유독 테이블 사이를 가득 채운 연꽃 무더기가 눈에 들었다.연꽃을 뜻하는 한자 ‘하’(荷)가 ‘화’(和)·‘합’(合)과 중국어 발음 ‘허’로 모두 같다는 점에서 ‘우의’와 ‘협력’의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시 주석이 5년 만에,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베이징을 찾은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