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하도급을 막기 위한 관련 법률들이 올해 4/4분기에 접어들고도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이다. 내년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정치권 관심이 온통 거기에만 쏠려서인가. 아니면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모종의 배경이나 힘이 작용하는 것인가. 이럴 거면 애초 왜 많은 인력과 시간을 들여 법안을 발의했는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총 법안 건수는 1만2038건(지난 8월31일 기준)이다. 이 중 불공정 하도급을 막기 위한 법안은 34건에 불과하다. 갈수록 지능화하고 진화하는 불공정하도급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발의 건수 자체가
일본 성곽 건축에서 줄을 이용한 평면계획을 ‘나와바리(縄張り)’라고 불렀다. 전투와 방어, 주거지 보호 등을 위해 성채 내부를 구획화한 것이다. 이는 훗날 영향력이나 세력이 미치는 영역을 이르는 속된 말로 흔히 쓰인다. 가령 조직폭력배가 상권을 나눌 때도 각자 영역을 나와바리라고 표현한다. 공무원도 관할 구역을 나눌 때, 일반인들은 간혹 농담처럼 이 말을 쓰기도 한다. 일제 잔재 외래어인데다 조폭들 용어로, 없어져야 마땅하다.용어도 용어지만 그 이면에 풍기는 냄새가 고약하다. 구역을 나누되 그 이유가 대체로 건전치 못하다. 이권을
건설업계는 8월 정도만 지나면 사실상 한 해 농사가 다 끝난다. 공공공사 상당수가 상반기에 몰아서 발주되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기를 부양하고 예산 불용 및 연말 불요불급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역기능도 있다. 특히 건설업에서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재정 조기 집행이란 원래 계획한 일정보다 예산을 앞당겨 사용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 공공 재정의 과반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재정투입 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경기부양에 능
전문·종합건설 간 업역 규제 폐지 시행 이후 보완조치 마련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양 당사자가 있으니 한편으로는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건설업 전체의 발전과 생산체계 혁신이라는 대의를 무시한 채 눈앞의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전문건설 업계가 바라는 바는 금도(襟度, 남을 포용할만한 도량)와 공정에 관한 것이다. 영세 전문업체 보호 대책을 강화하고 상호 시장진출의 문턱을 형평에 맞게 맞추자는 것이다. 영세업체 보호를 위해서는 소규모 전문공사에 종합업체 참여를 일정 범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부터 오는 10월 중순까지 건설·제조·용역사업자 10만 명을 대상으로 불공정 하도급 거래 실태조사 중이다. 연례행사라 과연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두고 볼 일이지만 기대를 걸어본다. 사실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게 불공정 하도급 실태이다. 유형이 다양하고, 생명이 끈질기다. 제재를 가하면 다른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머리를 내민다. 마치 두더지 게임 같다.그중 하나가 이행보증서를 이용한 갑질이다. 대금 지급보증과 공사 이행보증은 계약의 기본이며 상호 신뢰의 징표이다. 이를 이용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든지 갑질
지난 6월 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는 국민에게 몇 가지 의문점을 남기고 또 하나의 강력한 규제올가미를 만들게 했다.우선 드는 의문은 철거비 28만원(3.3㎡당)의 공사비가 하도급, 재하도급을 거치며 어떻게 4만원까지 낮아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렇다면 애당초 평당 28만원 공사비가 과도했던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아무리 공사비가 낮아졌다고 해도 7분의 1수준으로 과연 제대로 된 작업이 가능한가이다. 둘 다 ‘그렇지 않다’가 맞을 것이다. 발주자가 공공이건 민간이건 터
이번에는 정말 확실하게 매듭을 짓고 가야 한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하자 관련 갑질에 관한 얘기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올 초부터 하자개선TF를 구성해 국토교통부 등을 상대로 개선안 마련에 주력해왔다. 국회에도 적극 의견을 개진해왔다. 그 결과 국토부가 건설공사 하자담보책임기간 적용기준을 명확히 하는 운영지침안을 새로 마련해 지난달 27일 행정예고했다. 앞서 지난 1월과 4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국 의원(국민의힘)과 6월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법안 4건을 발의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건설공사건 제품이건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지난 12일 입법예고했다. 관련 부처들이 다수 참여했고 노·사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한다. 그런데 노·사가 다 불만이다. 내용은 모호하고 기업체 대표는 교도소 담장 위에 서게 됐다. 분쟁과 소송 난무 사태가 불 보듯 뻔해졌다. 중대재해를 막겠다며 만든 시행령 자체가 자칫 ‘중대 재해급’이 될 판이다.이 법의 처벌 대상은 사업주·경영책임자 또는 안전·보건책임자 등이다. 이들은 중대재해로 사망자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직업성 질병
정부와 업계 등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법제화까지 마무리된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를 국가권익위원회가 2029년 말까지 유예하라는 의견을 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즉각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당혹감이 역력하다.진짜 당혹스러운 건 건설업계다. 이 문제는 시설물유지관리업에 국한된 게 아니다. 40여 년 만에 이뤄진 건설 생산체계 혁신을 자칫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더욱이 지금 한창 논의 중인 것도 아닌, 이미 결론이 내려져 시행에 들어간 정부 정책에 대해 또 다른 정부 부처가 별안간 제동을 건 셈이다. 건설혁신
늦게 찾아온 올여름 장마가 한창이다. 7월 들어서 장마가 시작된 것은 1982년(7월5일) 이후 39년 만이다. 늦은 등장만큼이나 규모나 기세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예보다. 건설현장은 작년에도 코로나19 팬데믹과 최장기간의 장마, 그리고 역대급 폭우로 호된 시련을 겪었다. 올해도 바짝 긴장하면서 분주하다.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장마철에는 건설현장에서 오히려 사망사고는 줄어들 수 있다. 옥외작업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난 몇 달간 많은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있다. 같은 시기 철근을 비롯한 자재 수급난 등으로
길 하나 사이다. 한쪽은 편리한 시설과 빌딩이 들어선 현대도시이고 다른 한쪽은 늙고 낡은 구식 동네다. 규제를 풀고 안 풀고의 차이이다. 첨단과 편리함을 생각하면 규제를 모두 풀어 신식도시를 만들면 최고다. 이 경우 재개발, 재건축, 도시재생이든 반대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반대 여론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난개발과 교통, 교육 문제 등 현실적 이슈들이 얽혀있다. 기존 토지·건물 소유자의 재산권·보상 같은 문제들도 있다. 여기에 정치와 선거가 개입하면 더 복잡해진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을 반대했다가 나중에는 격차를
일전에 갓 부임한 어느 공공기관장이 물어왔다. “왜 수백억원 공공건물 신축공사 입찰에 응하는 건설사가 없느냐” 밑지는 공사라서 그렇다고 설명해 줬더니 갸우뚱하며 ‘이해 불가’ 표정이었다. 또 다른 사례. 모 지자체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공사비를 낮춰 입찰공고했는데도 여전히 치열한 경쟁이 붙었다. 그 지자체장은 의기양양했다. “봐! 내 말 맞지?”첫 번째 사례는 공사비 책정을 낮춰도 너무 낮춘 결과이다. 두 번째 사례는 표준품셈과 표준시장단가 얘기다. 지자체가 공사비를 후려쳐도 건설사들이 손해를 감수한 채 입찰에 응할 수밖에 없는
바야흐로 탄소중립 시대다. 온실가스(탄소)를 발생시킨 만큼 흡수하도록 해 실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산업이 다 연관돼있고 건설업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원자력발전 없이는 탄소중립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사용 후 핵 원료 즉, 폐연료봉이 문제다. 방폐장 같은 별도 저장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이론적 기반이기도 하다.그런데 사용 후 핵폐기물을 오히려 청정에너지로 재활용할 수 있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른바 에너지 산업의 ‘게임체인저’라 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소형모듈원
6월은 건설의 달이라고 할 수 있다. 초여름 본격 장마가 오기 전 한창 공사에 피치를 올릴 때다. 매년 6월18일은 건설의 날이다. 과거 건설부 출범일이다. 연례행사이기에 특별할 건 없지만 올해는 좀 착잡한 느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째 계속되고 있는 데다 집값 폭등, 철근 대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 내부정보 이용 땅 투기 사건 등 광풍이 일었다. 다만 최근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100을 넘는 등 건설 경기 전망 자체는 회복세여서 그나마 다행이다.건설업계는 새로운 도전과 역경의 갈림길에 서 있다. 가보지
철근 대란의 양상이 심상찮다. 다른 건설자재도 값이 덩달아 폭등하면서 건설업계가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나서고 민간도 협조하지 않으면 모든 건설업계가 쓰나미급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우선 철근 자체가 품귀이고, 있다 해도 너무 비싸다. 올 초 톤당 70만원이던 철근 평균 유통 가격이 지난달 21일 110만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7월의 108만원을 경신해 역대 최고치이다. 그나마 건건이 현금을 요구받는다. 와중에 일부 유통사들은 매점매석까지 하고 있다. 제강사와 유통사, 건설사 간의 신뢰나 상도
반도체 세계 대전의 서막이 올랐다. 21세기 종속국가 신세를 면하려면 반도체와 관련 분야에서 전시(戰時)급 대책이 필요하다. 당파를 초월하고 이해관계를 넘어 뭉쳐야 한다. 건설도 예외일 수 없다. 미래를 지탱하는 SOC(사회기반시설)로서의 반도체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반도체는 21세기 최고의 전략 자산이다. 그 자체가 국력이고 군사력이다. 제국주의 시대 열강들이 자원확보를 위해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면 지금은 반도체에 사활을 걸었다. 세계는 반도체 자산 여부에 따라 패권이 갈리게 될 것이다. 반도체 없이는 산업은
건설기능인등급제가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숙련도’라는 본질적 요소가 빠졌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경력과 자격, 교육·훈련, 포상 이력 등을 반영한 환산 경력연수가 기준이다. 기능인의 등급을 매기는데 가장 핵심인 숙련도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렌즈 없는 안경이요, 눈금 빠진 측정기라는 말들이 나온다.흔히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얘기할 때 기준이 무엇인가. 당연히 제1의 기준은 숙련도이다. 어떤 분야이건 오랜 경험과 노력으로 남들이 따라오기 힘든 재주와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을 달인이라고 한
얼마 전 건설의 공정에 관해 다룬 적이 있다. 공사 과정 즉, 공정(工程)이 아니라 기회 평등과 과정의 형평에 관한 공정(公正)을 말하는 것이라 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공정한 게임의 룰에 관한 것이다. 그 얘기를 다시 하게 된다.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지난달 국회 김윤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개정안에 찬성의견을 밝히면서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 전문업체가 10억원 미만 복합공사 원도급에 참여하는 경우 종합공사 등록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며, 2억원 미만 전문공사에서 관급자재 및 부가가치세를 제외하는 게 골자다. 국회가 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시대적 어젠다가 됐다. 기업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ESG 경영을 선포하고 나섰다. CEO가 ‘Chief ESG Officer’의 약어라는 말까지 나온다. 건설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수주 따서 공사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ESG는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가 주요 경영 지표이다. 기업이 재무적 성과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성장과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있던 환경오염 문제, 안전과 건강 등 사회문제,
건설에는 공종이 있고 공정이 있다. 공종(工種)은 한마디로 공사의 유형별 종류다. 공정(工程)은 공사의 진행 과정이다. 뜬금없이 웬 건설 상식용어? 실은 건설의 공정(公正)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함이다. 내친김에 건설의 정의(正義)까지. 너무나 당연한 이 두 단어가 새삼스럽게도 세인들의 희망이 되는 현 세태와도 무관하지 않다.건설에서 공정을 얘기하면 제일 먼저 불공정 하도급이 떠오른다. 원도급의 갑질과 부당특약이다. 참 모질고 질긴 반칙이다. 건설업 업역규제 폐지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전문과 종합 간 불공정을 막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