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능인등급제가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숙련도’라는 본질적 요소가 빠졌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경력과 자격, 교육·훈련, 포상 이력 등을 반영한 환산 경력연수가 기준이다. 기능인의 등급을 매기는데 가장 핵심인 숙련도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렌즈 없는 안경이요, 눈금 빠진 측정기라는 말들이 나온다.흔히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얘기할 때 기준이 무엇인가. 당연히 제1의 기준은 숙련도이다. 어떤 분야이건 오랜 경험과 노력으로 남들이 따라오기 힘든 재주와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을 달인이라고 한
얼마 전 건설의 공정에 관해 다룬 적이 있다. 공사 과정 즉, 공정(工程)이 아니라 기회 평등과 과정의 형평에 관한 공정(公正)을 말하는 것이라 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공정한 게임의 룰에 관한 것이다. 그 얘기를 다시 하게 된다.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지난달 국회 김윤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개정안에 찬성의견을 밝히면서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 전문업체가 10억원 미만 복합공사 원도급에 참여하는 경우 종합공사 등록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며, 2억원 미만 전문공사에서 관급자재 및 부가가치세를 제외하는 게 골자다. 국회가 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시대적 어젠다가 됐다. 기업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ESG 경영을 선포하고 나섰다. CEO가 ‘Chief ESG Officer’의 약어라는 말까지 나온다. 건설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수주 따서 공사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ESG는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가 주요 경영 지표이다. 기업이 재무적 성과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성장과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있던 환경오염 문제, 안전과 건강 등 사회문제,
건설에는 공종이 있고 공정이 있다. 공종(工種)은 한마디로 공사의 유형별 종류다. 공정(工程)은 공사의 진행 과정이다. 뜬금없이 웬 건설 상식용어? 실은 건설의 공정(公正)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함이다. 내친김에 건설의 정의(正義)까지. 너무나 당연한 이 두 단어가 새삼스럽게도 세인들의 희망이 되는 현 세태와도 무관하지 않다.건설에서 공정을 얘기하면 제일 먼저 불공정 하도급이 떠오른다. 원도급의 갑질과 부당특약이다. 참 모질고 질긴 반칙이다. 건설업 업역규제 폐지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전문과 종합 간 불공정을 막기 위한 것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하위법령 작업이 한창이다. 이 법은 이미 과잉 처벌, 모호한 규정, 현실과의 괴리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이 그리 급한가. 법 제정의 목적부터 따져보자. 기업인 처벌인가 아니면 산업재해 방지인가. 산업현장 사망사고로 기업인을 감방에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중대 재해’의 개념 규정부터 명확히 해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건설업 업역개편 보완대책을 행정예고했다. 2억원 미만 공사는 전문업체만 참여하도록 하고 관급자재 포함 일부 전문공사(2억원 이상 3억원 미만)는 종합업체의 도급 제한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전문과 종합 간 상호시장 진출의 법취지를 따르라는 당연한 조치이다. 정부가 전문건설업계의 문제점 지적에 일단 성의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행정예고 공고문에도 ‘영세 전문건설사업자의 수주가 저하되고 올해 중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영세 건설사업자 보호를 위해 건설공사 발주방식을 개선키
정작 필요한 하도급법은 발의만 한 채 진행이 안 되고, 큰 이슈 무마용이나 선거용 입법은 넘쳐나고 있다. 가히 생색내기, 실적 쌓기용 선심성 입법이요, 아니면 과잉입법이라 할 만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기업들이 떠안아야 한다.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만큼 21대 국회 전체 법안 발의 숫자는 적지 않다. 지난 2월 기준 9개월간 정무위원회 소관 법안은 모두 670여 건에 이른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10% 수준인 60여 건에 불과하다. 하도급법은 더 빈약하다. 발의된 하도급 관련 법안은 20여 건에 불과하다. 이 숫자가 과거에 비하면
정부의 친노동 정책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가 건설현장에 공사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 최근 본격적인 공사 시즌이 돌아오면서 건설사가 부담하는 건설근로자들의 주휴수당, 법정공휴일 수당, 연차수당 등 제 수당들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공사비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업계 불만이 커지는 것은 물론 공사품질 저하와 각종 편법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다.개정 근로기준법(2018년 개정)에 따라 올 1월1일부터 근로자가 30인 이상 업체는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발주처가 이를 공사비에 포함해주는 사례는 거의 찾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 공공·정의에 대한 배신감, 불신의 쓰나미가 SOC(사회기반시설) 사업에도 밀어닥칠까 우려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향후 전개될 SOC 사업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당장은 정부가 ‘공급쇼크’라는 표현까지 쓰며 야심차게 내놓은 ‘2.4 주택공급 대책’이 좌초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이 점을 의식해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거듭 강조했지만 3기 신도시 지정 철회 요구 목소리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외에도 한국도로공사
고질병에는 점점 더 센 약을 처방하게 된다. 웬만할 때 치유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종국에는 내성이 생겨 약발이 먹히지 않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불공정 하도급이 그렇다. 원도급, 갑이라는 이유로 하도급사를 쥐어짜는 관행을 계속하다가는 강력한 규제 철퇴를 맞는 수가 있다. 더욱이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지난해부터 경기침체에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장기화, 역대 최장 장마와 폭설 등으로 우리 경제가 미증유의 곤경에 처했다. 건설업체들은 공사 기간 연장과 수주를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다. 이런 하도급업체들을 상대로 한 원도
제도가 크게 바뀌어 시행되면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는 늘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수정하면 된다. 다만 타이밍이 중요하다. 하되 즉각적으로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 구도가 허물어질 수 있다.전문건설과 종합건설의 업역 규제 폐지와 상호시장 진출은 근 반세기 만에 이뤄진 건설 생산체계의 일대 변화이다. 서로 상대가 있는 협상이기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래도 어렵게 성사된 데는 정부와 전문건설, 종합건설 등 각 이해당사자 간의 양보와 타협, 상생의
전문건설과 종합건설 간 상호시장 진출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일부 드러나고 있다. 기본적인 업역 개념부터 아전인수로 해석하거나 발주자 지침 등을 왜곡 시행하는 일은 조기에 즉시 바로잡는 것이 좋다.건설업 업역규제 폐지에 기본적인 조건이 있다. 공사비 2억원 미만 사업은 2023년 말까지 시행을 유예해 전문건설 영역으로 둔다는 것이다. 소규모 영세 업체 보호를 위한 조치다. 종합건설사들이 이런 소규모 사업까지 넘보지 말라는 것이다. 전문과 종합 간 양보와 타협의 산물이요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이 취지를 무색하게
건설업 업역 규제 폐지가 올해 공공공사부터 적용되면서 연착륙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시범사업 모두 전문건설과 종합건설 특성에 따라 대체로 ‘번지수’를 찾아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호시장 진출 관련 공공 입찰 취소공고가 잇따르면서 일부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달 13일 부산대학교는 인문사회관 외 1개 동 적벽돌 보강공사를 발주했다 취소공고했다. 조달청 시설공사 적격심사 세부기준이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음 날 경기 오산시는 전문과 종합 모두에게 입찰을 허용하는 공고를 내면서 종
정부가 평지풍파를 일으키듯 무리한 일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새해 시작과 함께 일주일 남짓 입법예고한 시공실적 신고 이원화가 그것이다. 1997년부터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건설협회 등 법정단체들이 잘해오고 있는 시공실적 신고업무 중 유지보수공사를 따로 떼어내 (재)건설산업정보센터(KISCON)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이 조치가 실행되면 사실상 정부 기관인 키스콘은 자체 수입이 늘어나고 조직이 커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그 외에는 현장 건설인들을 더 힘들게 하면서 종국에는 건설행정 민간위탁을 무력화하겠다는 오해를 사는 규제로밖에
안전·보건 조치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사고의 경우 최대 징역 10년6개월 형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 수정안이 지난 12일 의결됐다. 다음 달 5일 공청회와 오는 3월29일 전체 회의에서 최종안이 의결될 예정이지만 수정안 초안의 충격파가 크다.앞서 산업현장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2명 이상 중상을 입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기업 CEO와 임원, 대주주까지 최소 1년 이상 감옥에 보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했다.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도 있다. 대기업은
정초부터 건설업계를 우울하게 만드는 두 가지 정부 조치가 진행 중이다. 건설 관련 공제조합 운영위원회 규정을 고쳐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것과 유지보수공사 실적관리 업무를 건설산업정보센터(KISCON)에 위탁하겠다는 것이다. 둘 다 민간조직과 업무를 관치화하겠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건설 관련 공제조합 운영위원회 규정을 바꾸는 건설산업기본법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1일 입법예고가 끝남에 따라 규제심사 등 절차를 거쳐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13명인 조합원 운영위원 수를 9명으로 줄이는 한편 관련 건설단체 협회장을 조합원 운영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말 취임했다. 과거 신중치 못한 발언 등으로 호된 질책을 받은 만큼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앞에 놓인 과제들 중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급한 불이자 최대 난제는 역시 집값이다. 정부의 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집값, 전·월세는 치솟기만 한다. KB국민은행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은 8.35%, 전셋값 상승률은 6.54%로 각각 14년, 9년 만에 최고였다.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년 새 20% 넘게 급등, 연초 역대 최고치인 3.3㎡(평)당 4000만원을 넘었다. 24차례 ‘특단
어쨌든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반칠환 시인은 ‘황새는 날아서… 달팽이는 기어서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라고 묘사했다. 구한 말 학명스님은 ‘묵은 해니 새해니 분별을 말게/ 겨울 가고 봄이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사네’라는 선문답을 남겼다.올해는 신축년(辛丑年)이다. ‘辛’이 흰색을 의미하고 ‘丑’은 소를 가리켜 올해는 흰 소띠 해이다. 한편으로 ‘辛’은 ‘맵다’, 혹은 ‘고생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일(一)자 한 획만 그으면 행(
한 해를 보내는 시간이 오면 겸손해진다. 뒤돌아보게 된다. 조용히 떠오르는 단상은 늘 비슷하다. 겸손, 내려놓기, 성찰, 그런 것들이다. 문득 계영배(戒盈杯)가 떠오른다. 글자 그대로 ‘채우는 것을 경계하는 잔’이다. 채우는 것조차 경계할 정도인데 넘치는 것은 어떨까.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과’ 말이다. 욕심, 말, 행동, 정책이 모두 해당한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일단 지르고 본다. 실력은 역부족인데도 욕심이 과하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 사고는 그럴 때 터진다. 설화(舌禍)나 막말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꽉 차지 않은
어느덧 또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이다.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운 여건서도 건설업은 나름 잘 생존해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경기가 어려울수록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건설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건설인들은 다행스러움을 느끼면서도 미증유의 피해를 본 다른 산업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가 않다고 한다. 올 한 해 건설업계의 가장 큰 사건은 업종 조정(28개→14개)과 상호실적 인정기준 및 발주가이드라인 마련 등 건설생산체계 변화에 따른 후속 조치들이다. 또한 시설물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