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로봇, BIM 등 변화와 신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 현상이 흔하게 목격된다. 필자에게는 신기술을 신기루로 보는 것 같다. 마치 외생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것처럼 오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와 산업, 그리고 기술의 변화는 인류 역사와 함께 공존해 왔다. 크기와 속도에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혁신과 신기술에는 공통점이 있다. 목적물과 기본 기술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아 왔다는 사실이다. 집과 도로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건설하는 순서도 아래로부터 위로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필자는 주로 공사계약 관련 분쟁, 그중에서도 하도급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다. 하도급분쟁의 대부분은 대금미지급, 부당감액 등 금전과 관련된 것들이지만 간혹 원도급사의 일방적인 타절(강제타절)이 문제될 때도 있다. 이는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에서는 부당위탁 취소, 민법에서는 계약해제(지)로 일컬어진다. 이 강제타절은 주로 공정과 관련해 의견 마찰, 공사대금지급 여부와 관련해 일어나고 있고 때로는 하도급업체와의 뒷거래(?)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행해지기도 한다. 이같이 하도급업체들이 강제타절을 당하는 것을 보면 하도급업체들이 을의
인간 존재를 챙겨 주는 작업에는 ‘짓다’라는 동사가 호출된다. 영양분을 공급하여 육체를 살게 하는 일은 ‘밥 짓기’가 맡는다. 외부로부터의 무단한 침입을 막아 육체를 보전하는 일은 ‘집 짓기’가 책임진다. 체온을 유지하고, 부드러운 살갗을 유지하게 돕는 일은 ‘옷 짓기’의 몫이다.의식주에 대한 원초적 걱정이 사라진 지금에는 그 ‘짓기’에 대한 경외가 줄긴 했다. 하지만 ‘짓기’ 없이는 존재 보전 자체가 어려운 만큼 ‘짓기’를 소중히 여기는 흔적들은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셰프가 인기 직종이 되고, 건축가가 존경받고, 디자이너가 셀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꾸고 있다. 모든 산업분야의 업무방식을 바꾸고 있고 건설산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이던 올해 초에 중국 우한에서 볼 수 있었다. 당시 중국은 단순 철제 구조를 이용해 10일 만에 병상 총 2600개를 갖춘 병원 두 곳을 세웠다. 공장에서 먼저 제조해 신속하게 배치 가능한 비상 건물(emergency building)이 어떻게 지역사회 위기 상황에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다. 건설기술을 통해 어떻게 수많은 생명을 살릴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졸업식에서 박수갈채를 받으며 등장한 대학 중퇴자인 스티븐 잡스는 하나하나의 점들의 연결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학을 중퇴한 후 리드칼리지의 서체학에 매료돼 서체 수업을 들었다. 당시 그는 이 공부가 본인의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과학적 방식으로 따라 하기 힘든 예술적 아름다움에 반해서 몰입한 경험은 10년 후 매킨토시를 구상할 때 그 아름다운 서체의 기능을 모두 집어넣게 된다.미래의 시점에서 현재를 돌이켜 보면 현재 우리가 접하고 쌓아가는 경험, 그 점들은
코로나19로 세계경기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는 대규모 재정투자의 확대와 양적 완화 정책으로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의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 위기 극복과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디지털 및 그린 뉴딜 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하고 있다.이러한 침체, 위기상황에서 건설산업의 역할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볼 때,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민간건설투자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공건설투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내년 예산에서도 SOC 토목투자가 확대될 것으
시장은 경제를 지탱하는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시스템이다. 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도모한다. 경제주체들이 자신들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과정이 언제나 효율적인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며 결국은 사회 전체의 이익이 극대화된다. 이것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여기서 ‘시장은 언제나 효율적이다’라는 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그럴까? 우리는 종종 비이성적이고 과민하게 반응하는 시장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은 언제나 효율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종종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곤 한다. 보다 큰
“식사를 마치고 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잘 먹었습니다.” 초등학생에게 실제로 주어진 시험문제와 대답이라고 한다. 출제한 교사는 “양치질”을 정답으로 구성했지만 이 학생의 대답도 맞다고 처리했다. “산간 지역의 도로가 구불구불한 이유를 쓰시오”라는 서술형 질문에는 “힘을 적게 들이고 오르기 위해서”라는 정답을 기대했는데, 한 학생의 “경치를 감상하려고”라는 답에도 역시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고 점수를 부여했다.기관과 기업이 신입 인력 채용 과정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블라인드(blind) 채용 방식을 채택하고
쏟아지는 부동산 대책에도 시장은 긍정보다 불안감이 넘친다. ‘영끌’, ‘패닉바이’ 등 신조어조차 익숙해졌다. 8월 말 ‘주택정책의 대안을 제시한다’라는 주제로 웨비나(웹+세미나)가 열렸다. 발제와 토론 과정을 지켜보면서 부동산 시장에 보이지 않는 5가지를 발견했다. 실종된 5가지는 정책, 관제탑, 전문가, 시장경제, 그리고 산업생태계로 필자는 결론을 내렸다.정책은 없고 대책만 부각됐다. 대책은 당장의 문제 해결이고 정책은 목표 달성을 위한 긴 흐름이라는 차이가 있다. 쏟아지는 대책은 기울어진 저울이다. 거래 차단과 징벌적 조세를 수
전문건설업체가 공사를 하면 그에 따른 공사대금을 원도급업체에게 청구할 권리가 발생한다. 그러나 원도급업체가 공기지연, 설계변경 또는 물량증가에 따른 비용증가분을 인정하지 않거나 심지어 공사부실을 트집 잡거나 단가 산정을 잘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상응하는 대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이때 전문건설업체들은 원도급업체에 구두 또는 서면으로 항의성 협의를 지속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넣어 나름 다투는 경우가 많다. 주의해야 할 것은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당수의 전문건설업
예전에 비하면 일상 속 식민 잔재는 참으로 많이 줄었다. 언어 생활을 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다. ‘벤또’ ‘시보리’ ‘자부동’ ‘노가다’ ‘오야붕’ 등을 자연스레 입에 올렸던 때도 있었다. 물론 아직도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다. 하지만 무심결에 그 말을 썼다가 아차 싶어 손을 입에 갖다 대는 시늉이 늘어난 것을 보더라도 순화된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런데 힘이 사그라지는 듯 보이는 그 잔재들도 묘한 시기엔 묘한 느낌으로 우리 일상 안에 똬리를 튼다.멀리 예를 들 것도 없다. 주변의 건설업계에선 너무도 흔한 일이다. 인공지
지난해 오토데스크는 글로벌 리서치 기업 IDC와 공동으로 전 세계 건설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현황과 전망 등에 대해 국내 주요건설사 50개사를 포함한 세계 83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idc-Autodesk Digital Transformation Construction Maurity Pulse’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한국 건설산업, 커넥티드 컨스트럭션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인포브리프가 국내에 공개됐다.이번 조사는 국내 건설업계의 현황과 디지털화에 대한
독일의 글로벌 기술 지배력은 막강하게 유지돼 왔다. 그 배경에는 특정 기술 분야마다 세계를 지배하는 우수한 강소기업들의 존재가 자리잡고 있다. 독일의 기술 투자정책은 현장 중심의 상향식 연구개발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개별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연결고리를 담당하는 기관이 민간주도의 독일산업연구조합연합회 산하 산업연구조합이다. 이러한 산업연구조합 가운데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기관이 응용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프라운호퍼’이다. 유럽 최대 응용기술연구소인 프라운호퍼는 얼라이언스(
최근 온 나라가 코로나19, 부동산 세제강화, 행정수도 이전 논의, 8·2 부동산 공급대책,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 등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특히 이 중에서도 전월세3법과 주택공급대책 등에 따른 불협화음이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으며, 여기에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가세하는 등 나라 전체가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이 와중에 이미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한국형 뉴딜계획과 예타면제 지역균형발전 프로젝트와 대규모 교통인프라 사업 등은 잠시 관심 밖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최근 부동산대책의 여파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의 사회적 개념을 엮어 보려 한다. 아마 현실적으로 둘이 같이 존재하기는 어려우나, 이상적으로는 둘 다 놓쳐서는 안 되는 사회적 지향점을 가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떤 경우는 ‘모순’에 해당되는 것으로 반드시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하나는 버려야 하는 것도 있다. 또 어떤 경우는 상충관계(trade-off)를 가지고 있어서 둘이 동시에 존재할 수는 있지만, 하나를 강조하면 나머지 하나는 그만큼의 소외를 감수해야 하는 것도 있다.특히, 경제적인 이슈에서 그러한 선택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경제활동이 일시적 방편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견된다. 온라인 유통이나 비즈니스가 확산되는 추세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단순한 변화로 보이는 화상회의나 재택근무가 업무 처리의 한 방식일 뿐만 아니라 설비투자, 고용,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 마케팅과 노사관계 등 전반적인 기업활동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진시킬 것이다.자장면 배달 주문은 반세기도 넘어가는 비대면 방식의 원조일 것이다. 물론 배달 방식과 이용 동기는 전혀 다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경제활동은 계획,
2018년 4월에 출범한 건설산업혁신위원회의 7차례 종합토론회를 거친 생산체계 개편 중 대업종화를 위한 하위법 개정안이 곧 입법예고될 것으로 보인다. 업역 개편의 핵심은 수직구조인 ‘원·하도급’에서 ‘수평구조’로 가기 위한 장벽 제거다. 전문공사 대업종화 본질은 경쟁력을 높여 원·하도급이 아닌 수평구조로 유도하기 위한 역량 강화였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안전진단과 시공을 분리하자는 구도다. 업역·업종 개편은 입찰패키지 구성에 영향을 받는다. 입찰패키지 구성에 대한 역할은 발주자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고시를 앞두고 업역·업종 개편을
최근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부캐’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자신의 원래 캐릭터가 아닌 제 2의 캐릭터 즉, 하부 캐릭터로 활동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말이다. 유재석이 트롯가수인 ‘유산슬’로 활동하거나 개그우먼 김신영이 ‘둘째 이모 김다비’로 활동하는 것이 그 예다. ‘카피추’도 개그맨 추대엽의 ‘부캐’다. 부캐가 널리 유행하는 것은 수용자들이 그를 선선히 받아들이는 탓이다. ‘본캐’와 ‘부캐’를 잘 구분하면서도 그를 혼동하는 척 하는 놀이로 즐거움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의 부캐 놀이의 성공에 힘입어 이 놀이는 당분간 지속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격언이 있다. 주로 재판과 관련해서 원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사건과 민사사건도 같이 취급하는 필자로서는 이 격언이 재판보다는 공정위 사건처리와 관련해 더 와닿는 것은 왜일까? 이 칼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전문건설업체들이 공정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관해 대한전문건설신문 2018.12.3.자 논설의 일부를 인용해보고자 한다. 이 논설에서는 “(중략) 그동안 전문건설업체들에게 공정위는 갑질을 당해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을 때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었다.그
코로나19와 여전히 전쟁 중인 한국 경제는 사안의 급박함 때문에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다. 경제 상황은 여전히 극단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날 기미가 안 보이고 사람들에게서는 여유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기 이전의 더 근본적인 문제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지금의 어려움이 10년, 20년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큰 틀에서는 성장잠재력의 약화로 요약될 수 있으나 이를 나누어 보면 크게 다섯 가지의 현안으로 귀결된다.우선 ‘Korea Exodus’이다. 말 그대로 기업들의 탈한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