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보증 면제 확대해선 안된다

재경부는 건설산업발전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정부계약제도 개선 1차회의’를 이달 23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제도개선을 하면서 하도급지급보증과 관련해 신용보증기관을 확대하는 방안은 조속히 철회되기를 바란다. 이 문제는 하도급대금지급 보증제도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 본격적인 제도 정착단계로 접어드는 마당에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개정작업을 추진한다면 이 상황에서 제대로 시행될리 만무하다.

현행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는 하도급 금액이 3천만원 이하인 경우와 원도급자가 2개이상의 신용평가전문기관에서 회사채 평가 A등급 이상을 받은 경우 지급보증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정부는 현행제도가 신용평가 전문기관의 범위가 협소해 중소기업의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신용평가기관에 신용보증기금과 건설공제조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신용평가기관의 확대가 ‘중소기업의 이용을 쉽게 하는’ 단순한 조치기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제도는 당초 우량기업만 극히 제한적으로 면제하려 했던 제도다. 비 우량 중소기업까지 면제가 확대될 경우 면제제도가 남용되고 결국 제도의 실효성은 상실되고 말 것이 틀림없다. 우량한 중소기업이라면 지금이라도 A등급을 받아 얼마든지 면제될 수 있다. 제도를 고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사채발행 계획이 없는 업체의 경우 예비심사 또는 기업신용평가의 인정 등으로 보완하면 지급보증을 면제받는데 장애는 없다.

정부가 검토하듯 2개기관을 추가할 경우 현행 3개 전문 평가기관의 평가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지급보증 면제대상만 확대시킬 뿐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건설공제조합을 신용평가기관에 포함시키자는 것은 결국 기존 3개 전문 평가기관의 평가를 무용화하고 추가된 2개 기관의 평가만으로 하자는 의미나 다름없다. 지급보증 면제대상을 대폭 확대하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 도입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급보증서 교부율은 7%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면제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원도급자의 입장만을 고려한 것으로 제도도입 취지에 역행한다. 정책의 퇴보다. 증권, 자금시장 등 전문적인 금융시장에서도 현재 가장 전문적이고 정통성이 있는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만을 활용하고 있지 않는가. A등급과 3천만원 이하의 면제대상은 총하도급 규모중 41.7% 정도다. 만약 중소기업까지 면제된다면 70-80%가 면제돼 더 이상 지급보증제도로서의 역할이 불가능하다.

신용보증기금과 건설공제조합은 전문 신용평가기관이 아니다. 신용평가의 목적과 평가내용이 전혀 다르다. 전문 신용평가기관의 지급능력평가는 원도급사의 부도여부와 하도급자의 연쇄도산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평가다. 평가내용과 목적이 다른 단순한 신용보증기금과 건설공제조합의 평가는 본질적으로 적합하지 않다.

특히 건설공제조합은 일반건설업자의 출자기관이므로 이해관계가 직결되는 문제에 자신이 주주인 조합을 참여시킨다면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할 수 없다.

지급보증제도는 경제선진국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모든 업체가 원칙적으로 지급보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상 면제가 있어서는 안된다. 규제로 생각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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