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맞는 말인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역작’ 8·2부동산 대책이 그렇다는 얘기다.

11월9일로 8·2대책 발표 100일이 지났다. 그런데, 부동산114의 통계를 보면 지난 100일 동안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 겹겹 규제로 8·2대책의 집중 타깃이 된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1.91% 올라 서울 전체 상승률 1.55%보다 높았다. 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은 1.33% 상승에 그쳐 더 차이가 났다.

8·2대책이 뭔가 잘못됐다는 시그널이 아닐까? 대책 발표 직후부터 계속 거론되던 공급 부족의 문제부터 퍼뜩 떠오른다. 8·2대책은 집값 안정과 이를 위한 다주택자 투기세력 퇴출이 목표였다. 하지만 규제 지역의 경우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등의 개발이슈로 인해 주택 수요는 상대적으로 풍부하나 공급이 적다.

규제에도 집값이 오른 지역의 상황을 살펴보자. 서울 및 강남 3구의 인구 및 가구의 변화를 보면 된다. 통계청 자료를 뒤져보면 서울 인구의 경우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강남 3구의 경우 2005년 대비 2016년 인구가 약 11만명 정도 증가했다. 가구 수는 10만 가구 정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강남 3구의 가구수 증가 상당 부분이 1인 가구의 증가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 1인 가구의 자가보유율은 30% 중반대에 그친다. 그런데 정부는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이미 2년전 102%를 넘었다는 통계로 공급부족 문제를 희석시키려 한다.

공급을 외면하고 일관되게 수요 규제 기조를 유지하는 현 정부 주택 정책의 결말도 궁금해진다. 사실 ‘수요’에 대한 관점부터가 정부와 시장이 다르다. 주택 시장에서의 수요는 실수요자인지 투기수요자인지, 투기인지 투자인지가 경계를 짓기가 매우 모호하다. 그러나 정부는 1가구 다주택자를 투기 수요로 명확하게 구분짓고 대책을 만들었다. 이들 모두가 여유 자금으로 아파트를 하나 더 산게 아닌데 말이다.

만일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시작되는 내년 4월까지 다주택자들이 “집을 좀 파시라”는 정부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면 어떻게 될까. 대출이 적거나, 없는 다주택자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주택을 팔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발생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데 거래동결 효과까지 겹치면 주택 가격이 더 올라 집없는 서민들의 고통은 배가될 것이다. 반대로 과거 정부 말을 듣고 빚내서 집을 사 경기 부양에 동원된 선량한 서민은 아파트를 내놔야 한다. 양극화고 악순환이다.

치밀한 정부는 이럴 경우를 대비한 시나리오도 이미 준비했다. 보유세 인상을 포함한 강력한 세제개편 정책으로 압박하는 수순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도 다주택자가 계속 버티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정부 정책에 허점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공급·거래량, 미분양주택 수 등을 포함해 조금 더 세밀하게 지역을 구분해 규제할 필요가 제기된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할 시간은 충분하다. 조만간 주거복지로드맵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때를 활용하면 된다. 시장이 죽으면 경제가 죽고, 정부도 죽는다.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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