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단풍이 늦게 들기 시작하는 메타세쿼이아는 지금 한창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30m를 훌쩍 넘는 키다리들이다 보니 사람 머리 위로 온통 붉은 세상을 연출한다. 아찔한 단풍, 특별한 가을 산책이다. 대전 서구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대전의 관광명소 12선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 6700여 그루의 메타세쿼이아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휴양림이 입장료도 없다. 입구에서부터 입이 딱 벌어진다. 메타세쿼이아가 눈앞에 빼곡하다.

정문을 지나면 ‘만남의 숲’이 나온다.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속에 벤치와 평상이 놓여 있다. 잠시 벤치에 앉으니 상큼한 공기가 느껴진다. 피톤치드를 듬뿍 마시고 피부에도 양보한다. 문득 고개를 들자 하늘을 가득 채운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만들어낸 그림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만남의 숲에서 5분 정도 걷다보면 숲속어드벤처가 나온다. 장태산자연휴양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 데크길을 따라 들어가자 일명 하늘길이라 불리는 ‘스카이웨이’ 입구가 보인다. 높기로 이름난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아래에서 올려다만 보다가 그 위를 걸어볼 생각을 누가 했을까? 두근두근 나대는 심장을 진정하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하고 첫발을 내디뎠다.

훤칠한 메타세쿼이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기분이 남다르다. 나뭇잎이 얼굴을 스치고, 땅이 까마득히 멀어 보인다. 좌우로 진동이 점점 심해진다고 느낄 때쯤 우뚝 서 있는 스카이타워와 맞닥뜨리게 된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은 여기서 돌아가도 좋다. 빙글빙글 돌며 올라가는 나선형의 데크길은 놀이기구만큼이나 아찔하다.

달팽이처럼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스카이타워 꼭대기다. 타워 높이는 27m. 메타세쿼이아 꼭대기와 비슷한 높이다. 뾰족한 나무 꼭대기가 눈앞에 파도처럼 출렁이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빨갛게 물든 메타세쿼이아 단풍은 지금까지 보아온 가을과는 사뭇 다르다. 꼭대기 벤치에 앉으면 주변 산자락과 마주하게 된다. 여건만 된다면 느긋하게 앉아서 감상하고 가는 것도 좋겠다.

숲속어드벤처에서 나오면 생태연못이 있다. 메타세쿼이아가 비쳐 멋진 그림자를 드리운 연못 위로는 데크가 놓여 휴양림 안으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메타세쿼이아가 우거진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면 메타세쿼이아산림욕장이 나오고, 분위기가 아기자기한 매점이 보인다. 시와 명언이 적힌 나무판이 세워져 있고, 커피와 동동주, 파전, 라면, 어묵을 판다.

1박2일 일정이라면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도 좋다. ‘숲속의 집’과 산림문화휴양관이 메타세쿼이아 숲에 둘러싸여 있다. 캠핑마니아라면 야영장도 멋지다. 화장실·샤워장 등 편의시설이 깨끗하고, 온수가 콸콸 나온다. 개수대 옆에 냉장고까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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