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981년 출범이후 고발권을 독점해 왔다. 그래서 ‘전속고발권’이다.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공소제기(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이다.

공정위의 고발권 독점은 ‘고발권 남용을 막고 기업의 경제활동을 보호한다’는 본래 취지에 부합하기도 했지만, 대기업에 대한 소극적 행사로 인해 형평성과 관련한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대다수 후보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것도 바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 때문이었다.

36년 난공불락(難攻不落)이었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마침내 폐지된다. 다만 전면적이 아니고 부분적이어서 마침표가 아니라 계속 진행형이라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고질적 불공정 관행이 일부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닌데 ‘어디는 없애고, 어디는 남기기 식’이 실효성을 확실히 담보할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12일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의 중간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가맹법·유통업법·대리점업법 등 이른바 ‘유통 3법’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갑질’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불공정거래 피해구제가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전속고발 권한을 제대로 쓰지 않고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에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속고발권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실제로 1981년부터 2016년까지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은 모두 8만여건이었는데, 고발 건은 전체의 1%에 불과한 800여건에 그쳤다. 고발할 사안도 고발하지 않고 적당히 처리하면서 대기업 편을 들어줬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당하는 소상공인이나 하도급업체는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을 것이다.

한편 ‘유통 3법’ 이외의 공정거래법·하도급법·표시광고법 등에 관한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는 추후로 넘겨 전속고발권 폐지의 실효성에 의문을 남겼다. 대신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불공정거래행위 중단을 법원에 직접 청구하는 ‘사인의 금지 청구제’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가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공정거래법·하도급법 등과 관련한 대기업의 횡포가 만만치 않는데 이에 대한 전속고발권은 폐지하지 않은 채 진정 ‘갑질 근절’을 이룰 수 있을까.

전속고발권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전가의 보도처럼 ‘고소·고발 남발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을 반대 논리로 내세운다. 고소·고발당할 일을 저지르지 않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여전히 불공정 행위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공정위는 남은 TF 활동 기간 충분히 논의해 미진한 부분을 매듭지어야 한다. 이와 함께 국회는 입법 과정에서 대기업 봐주기 횡포와 그에 따른 갑질 근절을 위해 전속고발권이 정말로 필요한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