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들의 최고 관심사는 단연 가상화페인 ‘비트코인’이다. 1비트코인에 1000만원을 넘어서 1100만원, 1200만원을 가니 다들 두눈이 휘둥그레질 수 밖에. 100만원도 비싸다고 하던 게 1년전의 일이다. 하루에 60만~70만원씩 뛰는 시세를 보면 경이롭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다. 발빠른 사람은 지금이라도 들어갔을테고, 차마 겁이 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눈팅’만 하고 있을 테다.

가상화폐로 돈 번 사람은 내 주변에도 있다. 1년전 쯤 “가상화폐가 뭐예요?”라며 전화를 걸어왔던 후배는 2만원대에 이더리움에 들어갔다가 30만원대에 팔고 나왔다. 그가 번 돈만 8000만원이라고 했다. 지금 시세를 보니 이더리움도 55만원이다. 

고백하건데 언론은 시장의 투자자들을 따라가기 어렵다. 언론은 벌어진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효할 뿐이다.

가상화폐가 한참 기세를 부리는 동안 주식시장도 뜨거웠다. 코스닥이 장중 800을 치면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코스닥이 800을 찍은 것은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다시는 오를 수 없을 것 같던 800고지였다. 코스닥에 큰 호재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한번 바람을 타니 정신없이 치솟았다.

돈이 돈을 찾아서 도는 세상이다. 재빠르게 들어와서 과열을 시켰다가 어느 정도 오르면 소리소문 없이 팔아치우고 떠난다. 마치 투기쇼핑을 보는 듯하다. 큰손들이 장난을 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물증은 없다. 하지만 심증은 있다. 한국 경제는 개방경제이지만 소규모라 큰손들이 움직이면 시장을 손쉽게 왜곡시킬 수 있다. 

비트코인과 코스닥 전에도 바람은 한번 지나갔다. 코스피와 부동산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 이후 코스피와 부동산은 최대 투자처였다. 코스피에서는 왠만한 주식들의 가격이 연초대비 30~40% 올랐다. 지난해 5월만 해도 주당 120만원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주식은 어느새 280만원까지 올랐다. 1년전 70만원대던 네이버 주식도 100만원에 육박했다. 그 결과 코스피 지수는 2500 시대를 넘었다.

부동산도 뜨겁기는 마그마와 같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35%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두달이 남았지만 이미 지난해(7.57%)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실제 얼마나 올랐을까? 부동산 사이트를 검색해 봤다. 마음에 드는 서울지역의 집값은 7억~8억원선. 집 평수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외곽인 지역을 검색해도 5억원은 훌쩍 넘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중 최근 1억원 이상 오르지 않은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희한하게도 뜨겁던 부동산과 코스피는 가상화폐와 코스닥이 뜨는 시점에 상승세가 멈췄다. 흔히 말하는 조정장이 시작됐다. 그래서 의심해 본다. 혹시 이 시장에도 큰손들이 개입한 것은 아니냐고. 코스피와 부동산에서 차익을 실현한 뒤 코스닥이나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려갔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은 영문도 모른채 우루루 대열에 따라갔을 수 있다. 

지금 ‘핫’하다는 비트코인과 코스닥은 계속 오를 수 있을까. 코스닥은 800고지에서 이미 주춤거리고 있다. 비트코인도 너무 커버린 리스크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누군가가 가격하락의 방아쇠를 당긴다면 일순간 폭락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과 코스닥이 저문다면 다시 부동산과 코스피가 들썩일 수 있다. 11월 들어 잠시 움츠려 들었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세를 탄다는 소식은 그래서 반갑지 않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머니게임의 장이 되는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자본시장인 가상화폐, 코스피, 코스닥 시장과 성질이 다르다. 자본시장이야 내가 들어가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부동산 시장은 게임에 참여하지 않은 나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집값 상승은 모든 경제주체를 괴롭힌다. 주택가격은 기본적으로 주택수요와 공급에 결정된다. 하지만 요즘같은 돈의 시대에는 꼭 그렇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연말 몰아치는 자본시장 투기 열풍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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