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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선금제도, 원도급사만 배불려선 안 된다

“공공공사는 70% 선금지급이 가능한데
원도급사가 선금을 미리 써버리면
정작 공사비 정산 때 체불이 발생한다
하도급사에 선금포기각서 요구도 난무
선금집행에 대한 보완책이 절실하다”

바야흐로 선금의 계절이 돌아왔다. 일반적으로 공사가 시작되는 매년 초에 지급되기에 기성고가 적은 동절기엔 선금이 현장운용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

선금은 도급인이 장차 지급할 공사대금을 수급인에게 미리 지급하는 돈이다. 성격상 공사대금이다. 도급인이 시공자인 수급인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돈은 공사를 완료한 이후에 지급하는 기성고뿐이다. 공사를 완료하지 않았음에도 도급인이 미리 돈을 지급한다면 크나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공공공사는 최고 70%까지 미리 선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니, 매우 솔깃하다.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정부입찰·계약집행기준’은 보증서제출 및 선금정산 등의 규정을 갖추어 달리 문제가 없어 보인다.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선금제도가 실제 집행과정에서도 순조롭게 운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수주한 공사를 전문공종별로 모두 나눠 하도급하는 것이 허용되고, 후불제 지급방식 관행으로 인해 발주기관의 선의는 곧바로 왜곡된다. 선금과 관련된 각종 분쟁이 발생되고 있다.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선금집행 시점이다. 원도급업체가 건설공사를 수행하면서 자재나 장비를 미리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경우가 없다. 모두 후불제이기 때문이다. 선금을 줘도 선금을 사용할 곳이 없다. 원도급업체는 직접 시공을 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장비를 직접구매할 이유가 없고, 설령 장비가 필요한 경우라도 장비대를 후불제로 지급하는 임대방식이 전부다. 오히려 자재비와 장비대는 가장 심각한 체불대상인 상황이다. 인건비는 선금집행대상이 아니기도 하지만, 인건비를 미리 지급하지 않으므로 논의조차 필요없다. 원도급업체가 발주기관으로부터 선금을 받았더라도 선금을 집행할 대상이 없다는 사실을 왜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을까.

‘정부입찰·계약집행기준’은 하수급인에 대한 지급계획까지 제출토록 규정하고 있어 외견상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처럼 보인다. 재정상태로만 본다면 오히려 전문건설업체에게 선금의 필요성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현업에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하도급업체들의 선금포기각서가 난무한다. 포기사유로 회사 내부사정이나 보증한도로 인한 보증서발급 어려움 등이 있겠으나, 상당부분은 선금수령 포기를 종용받은 것이 대세다. 하도급업체에 대한 선금정산 불안감을 애초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도 상당할 것이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하수급인에 대한 선금미지급은 하도급대금 직불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사태를 발생시킨다. 원도급업체 기성금에서 선금을 먼저 공제하다 보면, 선금공제 후 잔액이 지급해야 할 하도급대금보다 적어지게 돼 발주자가 하도급업체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이 하도급대금 체불이 될 수 있다. 논의가 확장될 수 있겠지만, 하수급인이 선금을 포기한 경우에는 수급인의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 면제규정이 제외돼야 한다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만든다.

새 정부 들어 건설현장의 노임, 장비대 및 자재대 체불대책으로 발주기관의 대금 직접 지급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서울시는 대금e바로시스템을 조례로 제정해 시행 중에 있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방안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 선금제도다. 선금 역시 반드시 정산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어떤 누군가에게 부당이득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금정산 과정을 지나면서 실제 작업에 참여한 기능인력 노임, 장비대 및 자재비 지급금액이 부족해진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원도급업체 기성액이 100원일 때, 하도급업체 등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85원인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원도급업체에게 선금이 지급되지 않은 경우엔 문제가 없겠으나, 선금률이 30% 이상인 상황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30% 이상의 선금을 먼저 정산하게 되면 하도급단계 이하로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70원 미만으로 남게 돼 필요한 자금이 한참 부족하게 된다. 발주기관에게 확고한 지급의지가 있더라도 지급금액이 부족하게 돼 체불의 비난이 발주기관으로 쏟아지는 엉뚱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선금률이 50% 정도로 높아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원도급업체가 부족자금을 제때 투입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야심찬 체불대책은 무용지물이 된다. 발주기관이 원도급업체의 처분(?)을 바라봐야 하는 희한한 상황이 발생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렇다 해서 발주기관이 선금정산액을 줄일 수도 없거니와 노임 이외 장비대와 자재대 체불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도급대금 체불은 연 15.5%의 지연이자를 부과하고 있지만 노임이나 장비대 등 체불은 지연이자 등의 경제적 패널티규정도 없다.

외견상 완전체를 이룬 것처럼 보이는 선금제도는 하도급대금 직불제도 무력화, 노임 등 체불시스템 무력화의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가 간과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기지연시 선금반환, 원도급업체 부도 등 반환사유 발생시의 하도급대금과의 경합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선금의 계절을 맞이해 선금제도 적용방식에 대한 변화 논의가 시급하다. /건설경제연구소 소장

신영철 소장  sshiny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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