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물량부족, 저가투찰, 불공정 관행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얼마 전 개최한 공공공사 ‘갑질’ 토론회에서는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대표적으로 “국민안전이 화두인데 노후인프라 개선 예산은 뒷전”, “낙찰 기쁨은 1시간, 하자니 손해요 안 하면 부정당업자”, “민주화 30년인데, 발주처 횡포는 여전”, “최저임금 인상, 내진설계 보강, 감리감독 강화까지 느는 건 모두 비용요인뿐” 등이 있었다.  

공공발주 건설공사 ‘갑질’은 갑인 공공기관과 을인 건설사 모두 불편한 주제다. 공론장에 나와 해명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공기업도 그렇지만, 건설사는 보복을 감내해야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 들어 건설업계 불공정 관행을 적폐청산 과제로 꼽고, 감사원이 공공기관 발주실태 감사에 나서면서 본격화되고 있어 기대된다. 돌이켜보면, 보수정권 10년간 공기업은 흑자경영을 외치며 비용절감과 수익성만 강조해왔다. 공공기관 운영 또한 기본소명인 공공성 가치보다 부채감축 등 효율성 가치에 지나치게 경도됐다. 건설공기업을 불공정 관행의 주범, 부실시공 방조범으로 내몬 셈이다. 

새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방향은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성 강화로 요약된다. 공공기관의 경영활동이 경제사회적 영역에서 공공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안타깝게도 정부의 SOC 예산 축소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복지지출 증가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은 이해되나 유감이다. 단기적으로 점진적이라 하나, 중장기 계획으로는 급격하다. 상대적일 뿐만 아니라 절대적 감소가 예고돼 있어 더욱 어둡다. 

SOC 스톡이야말로 당대의 보편적 복지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다. 경부고속도로, KTX, 인천공항 등 선배세대의 투자 덕분에 우리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지금 투자하지 않고 우리세대의 복리를 위해 소진한다면, 미래세대의 교통불편과 물류경쟁력 약화는 명약관화하다. 

새 정부 ‘소득주도 성장론’의 선순환 과정은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에서 출발한다. 임금소득 상승을 통한 민간소비 확대가 시장의 몫이라면, 국민들의 기본 생활비용을 줄여주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교육비, 의료비와 함께 대표적인 지출 분야가 주거비, 교통비다. 싸고 질 좋은 ‘가성비’ 높은 임대주택 공급, 빠르고 안전한 수도권 광역급행 전철 운행으로 저비용 가계를 만들어줘야 중산층이 살아나고 경기도 살아날 것이다. 문제는 SOC 투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어쩌면 건설업 위기의 본질은 불합리한 건설행정, 부족한 건설재정보다 국민들 뇌리에 뿌리내린 부패 이미지에 있을 지도 모른다.

최근 조달청이 공사원가 제비율 검토에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난달 개최한 철도공공성 강화 토론회에서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제도 보완과 적정공사비 확보방안을 제안했었다. 서울시도 노후인프라 개선을 위해 조례를 만들고 ‘인프라 다음 100년 계획’을 발표했다. 5년간 7조원이 투자된다. 

저성장을 ‘뉴 노멀’이라고 일컫는 시대다. 경제적 전환기, 건설산업의 역할과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상생과 혁신만이 건설생태계 회생의 유일한 출구다. 건설업계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낡은 기득권을 창의로 새롭게 무장해야 한다. 건설공동체 동반성장을 지향하고, ICT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총제적 위기가 총체적 개혁의 적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법제사법위원회, 경기 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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