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오대산 설경

아쉬움은 저 계곡물에 흘러보내고…

겨울 풍경의 가장 화려한 정점은 두말할 것 없이 ‘눈(雪)’이다. 눈 구경이야 말로 겨울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목적지는 강원도 평창 오대산 자락, 기막힌 설경을 감상하러 떠났다.

강원 평창 최고의 설경은 오대산 월정사에서 계곡을 따라 상원사를 잇는 길고 긴 계곡 길에 있다. 비포장 흙길인데 눈이 내리면 눈부신 설경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이 특별한 것은 걸어서도, 차를 타고서도 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계곡 이쪽으로 차로가 유연하게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계곡 저쪽의 숲 사이로는 걷는 길이 있다. 따뜻한 차 안에서 나른한 음악을 틀어 놓고 설경을 감상하며 느릿느릿 운전할 수도 있고, 계곡 저쪽의 숲을 따라 놓인 나무데크 도보길 ‘선재길’을 걸으면서 눈 쌓인 겨울숲 속으로 걸어 들어설 수도 있다.

오대산 국립공원 안에는 겨울 눈꽃 산행으로 이름난 계방산도 있다. 오대산 국립공원의 경계는 계방산 남쪽의 발치 아래 방아다리 약수까지다.

오대산의 설경 명소로 계방산 일대를 꼽는 건 약수로 가는 길의 전나무 때문이다. 길에는 수령 60년을 넘긴 전나무들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정갈하고 가지런한 전나무 숲길은 낭만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방아다리 약수는 산길을 걷는 수고 없이도, 애써 눈길을 아슬아슬 달리지 않아도 단번에 당도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방아다리 약수에는 자연체험학습장 ‘밀브리지’가 들어섰다. 밀브리지는 방아다리 약수 전나무 숲에 들어선 미술관과 숙소, 레스토랑 등으로 이뤄진 독특한 문화공간이다.

오대산 북쪽 자락에는 ‘부연동’이 있다. 한때 오지의 전설처럼 불렸던 산중마을이다. 강원 산간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이곳 부연동은 말 그대로 ‘눈 폭탄’이 떨어진다. 한 번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40cm가 넘게 쌓이는 건 예사다.

부연동을 찾아가려면 오대산과 황병산 사이의 낮은 목인 진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눈이 내리는 날이라면 일단 여기서부터 난관이다. 특히 진고개 정상에서 삼산리 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길고 가파르다. 눈이 내리는 중이거나 눈 내린 직후라면 되도록 들어서지 않는 편이 나을 정도다.

진고개를 넘어간 뒤 삼산리 마을에서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면 전후치 고개가 나온다. 부연동을 전설의 오지로 만든 것도 바로 이 고개다. 전후치란 이름은 오르는 길도, 내려서는 길도 똑같아서 앞과 뒤가 똑같은 고개라 해서 붙여졌다. 부연동은 이 고개 너머에 있다.

부연동은 5년 전쯤 문 닫은 분교 외에는 이렇다 할 게 없다. 폐교된 부연 분교는 나무로 지은 산골 학교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왜 그런 때가 있지 않은가. 눈에 깊이 파묻힌 산중 마을에서 모든 걸 잊고 숨어 있고 싶을 때…. 그럴 때 가면 딱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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