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만 소장의 하도급분쟁 해법 (23)

5년 전 청와대에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부산의 어느 전문건설업체 사장님이 급히 찾아왔다. 내용인즉 설 명절은 다가오는데 모 건설사에서 하도급대금 30억원을 안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본인도 이것을 받아야 자재비 등을 지급하는데 큰일이라면서 서류를 한 보따리 싸들고 왔다.

30억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 내용을 들어보고 그분이 가져온 서류를 봤다. 그 정도의 자료면 그 대기업에게 서류를 제출하고 베팅을 해 보라고 했다. 그 서류에는 대기업이 지급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간의 공사내용과 일정이 잘 정리돼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25억원을 받고 합의를 하고, 설 명절 3일전에 받아서 급한 불을 껐다고 했다. 참 다행스러웠다. 5억원이나 깎였지만 25억원을 받아서 일단 회사를 연명하니 잘 된 것이다.

그런데, 깍인 5억원을 다시 받을 수 없을까? 받을 수 있다. 소송으로 가면 어렵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받아 낼 수 있다. 하도급법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전제로 한 법률이다. 즉 하도급자는 열위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고 하면서 공정위에 부당감액으로 신고하면 받아 낼 수 있다. 물론 이 건은 하도급법상 소멸시효에 걸려서 현실적으로 받아내기 어려웠지만 하도급법의 특성상 이와 유사한 경우에는 떼인 하도급대금을 받을 여지가 있다.

이제 곧 명절이 온다. 그간 밀린 하도급대금을 받아야 하는데 상대방이 얼마를 깍고 합의하자고 할 수 있다. 그럴 때 일단 합의를 하고 우선 받아서 처리한 다음에 다시 남은 금액을 공정위에 신고해서 받아 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합의가 안 돼 유동성 위기에 몰려서 회사가 부도나서 망가지는 것보다는 일단 받아놓고 다시 공적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다.

공정위는 12월26일부터 2018년 2월14일까지 51일간 설 명절 대비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이 제도를 이용해서 밀린 하도급대금을 받으면 좋을 것이다. /공정거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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