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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채용비리까지 손 뻗친 ‘철피아’
  • 함종선 중앙일보 기자
  • 승인 2018.01.0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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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철도업계 채용비리 의혹을 취재하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채용비리 의혹이 일고 있는 대상이 많고, 의혹을 사고 있는 채용비리 수법이 다양해서다.

우선 SRT(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인 SR의 특혜채용 의혹은 이렇다. 코레일의 자회사이기도 한 SR은 SRT 개통을 앞두고 지난해 상ㆍ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신입직원을 선발하면서 코레일과 SR 간부의 자녀 13명을 특혜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된 13명 가운데 코레일의 1급 간부 아들인 A씨는 지난해 하반기(7월) 채용 당시 필기시험에서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았다. A씨가 지원한 직군 중 A씨가 포함된 조는 모두 69명으로 이 가운데 가장 높은 S등급이 11명, A등급 20명, B등급 13명, C등급 17명, D등급이 8명이었다. 하지만 A씨는 면접에서 6등을 기록해 합격했다.

또 지방 사립대의 사범대를 졸업한 뒤 한동안 취업경력이 없다가 SR에 취업한 경우,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귀국해 곧바로 SR에 취업한 사례도 있었다. 사범대 졸업생의 경우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SR에 취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13명의 코레일과 SR 간부 자녀 리스트는 제보 등을 통해 나온 것이다. 간부 부친상 부고에 간부 아들의 이름과 직장이 함께 나오면서 ‘부자지간’이라는 것이 알려진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간부의 친인척과 지인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13명의 ‘직계’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전문가들의 이런 판단은 SR의 채용이 ‘특정인’을 ‘절차상의 하자’없이 뽑을 수 있게 ‘계획적’으로 진행된 듯해서다.  

SR은 지난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면서 필기시험을 없애고 서류 전형과 면접만으로 신입직원을 뽑았다. SRT개통이 빨라진다는 소문이 있어 필기시험을 치를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필기 시험이 있어도 면접점수에 의해 ‘필기꼴지’가 합격한 경우까지 있었다.

취업포털업계에서는 면접위원이 전부 SR 간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로 보고 있다. 면접위원 6명 중 5명이 코레일에서 옮겨온 인사들이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채용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면접 시 외부전문가를 의무적으로 참여토록 하고 있으며, 대기업들도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면접위원을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SR 면접위원과 입사자의 부친들은 코레일에서  오랫동안 같이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의 1급 이상 고위 간부 중 한국철도대학(철도대)과 국립철도고등학교(철도고) 출신 비율이 80%에 달한다. 이른바 ‘철도 마피아(철피아)’의 대표 격으로 불리는 이들 두 학교 출신들이 코레일 내 주요 보직을 대부분 채우고 있는 셈이다.

채용비리 의혹은 코레일에도 있다. 코레일이 파업대체인력 분야를 신설해 실시한 올 상반기 신규직원 채용에 지나친 특혜가 적용됐으며, 여기에 코레일 1급 간부직원의 자녀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채용비리의혹은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의 우수협력업체에 코레일과 관리공단 간부 자녀가 대거 취업해 있다는 것이다. 업체명도 나돈다. ‘갑’인 공공기관 간부의 자녀가 ‘을’인 협력업체의 직원으로 일하면서 ‘부적절한’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다.

취업난이 사상 최악인 상태에서 이 같은 채용비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좌절시키는 심각한 범죄다. 업계의 자정노력이 절실하다.

함종선 중앙일보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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