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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하도급 불공정’ 적폐 청산은 모두에 이익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 승인 2018.01.0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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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에서도 을과 갑이 힘의 균형을 맞추게 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하도급거래공정화 종합대책’은 지난주 건설업계의 핫이슈였다. ‘재벌저승사자’라 불리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벼렀던 정책인 만큼 내용이 파격적이었다. 공기가 연장될 때 하도급금액을 증액시켜주는 것을 의무화했고, 노무비 등 공급원가가 변동하면 하도급 대금을 조정해야한다. 또 보복행위를 하면 3배 손해배상을 하게 되고, 원도급 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가하거나 하도급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떠넘기는 부당한 약정을 설정하면 제재를 받는다. 

이 대책은 기존 관행에 비해 ‘파격적’이라는 것이지, 따지고 보면 상당수는 상식선을 넘지 않는다. 원도급 업체들이 힘으로 하도급업체를 누르는 것이 정상적이라 할 수 없었다. 3만 달러 시대를 맞는 경제수준이라면 오래전에 사라졌어야 할 적폐다. 갑·을 간 힘의 불균형이 지금처럼 계속돼선 한국경제가 한 발 앞으로 나가기 곤란했다. 생산성 향상이 아닌 하도급업체의 희생을 담보로 성장하는 경제는 지속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법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구성원들의 인식과 실행의지도 따라야 한다. 법으로 막을 수 있는 구멍은 한계가 있어서 편법을 동원하면 언제나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법제도 마련을 과도하게 자축하기보다 행여 불만을 품고 있을지 모르는 대기업들을 달래고 토닥거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필요하게 대기업을 자극하는 발언은 줄이고, 기업생태계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동참을 호소해야 한다. 또 하도급거래공정화 종합대책을 이행하면 결국 대기업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하도급업체들이 제값을 받아 경영이 개선되고 경쟁력이 높아지면 우수 인재들이 많이 유치될 것이고, 이들이 현장에 투입되면 원청업체의 생산성과 경쟁력도 따라 높아지게 된다. 세상에 ‘싸고 질 좋은 쇠고기’는 없다. ‘싼 게 비지떡’ 맞다.

중소기업도 해야 할 각오가 있다. 노동의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된 만큼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부실한 원자재를 사용한 눈가림 공사를 피하고 튼튼하고 안전한 시공을 해달라는 것이다. 갑·을 관계 정상화의 최종적인 목적지는 소비자 후생이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편익이 커질 때 하도급거래공정화 종합대책은 의의가 있다. 

하도급거래공정화 종합대책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원도급자와 하도급사 간 1차 거래에만 초점이 맞춰진 탓에 2, 3차 거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대금체불 등 불공정행위의 상당수가 2, 3차 거래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1차 거래를 비합리적으로 둔 상태에서 2, 3차 거래를 정상화시킬 수는 없다. 먼저 원도급자와 하도급사간 문제를 풀고, 이어 하청과 재하청의 문제를 푸는 게 옳은 수순이다. 

한국건설업계의 높은 대외적 위상만큼 내부 생태계가 선진화되길 바란다. 이는 건설업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를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도급거래공정화 종합대책이 그 불씨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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