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만 소장의 하도급분쟁 해법 (26)

최근 어느 대기업의 공장신축공사 현장에서 하도급을 받았던 기업을 상담했다. 말이 하도급이지 이것은 하도급법상 하도급이 아니었다. 그냥 공사를 해 준 것이었다. 통칭 하도급으로 불리지만 그 대기업이 설비 공사업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도급법상 신고가 어려우니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상담하면서 대기업의 담당자를 설득하기로 했다. 즉 대기업에서도 공사분량에 있어서 의견차이가 많이 나니까 이를 객관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논리나 자료를 제출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공사량을 측정하는 감정평가사나 원가계산을 하는 기관에 의뢰해 실제로 투입된 비용이 얼마인지를 계산했다.

통상 소송으로 가면 법원에서 감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에는 대기업 담당자도 윗선에 결재를 올릴 때 어느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상신해야 한다고 해서 이런 절차를 진행했다. 어쩌면 이런 절차로 거래 시의 분쟁이 있으면 해결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당사자 간에 공사분량에 있어서 주장이 다를 때 소송 등으로 가기보다는 제3의 기관에 의뢰해 판단 받아 당사자가 합의하는 것이 더 편하고 빠른 분쟁 조정절차이다.

분쟁이 발생하면 대부분이 정산문제이다. 현재 정산에 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여하지 않는다. 공정위 사무관들이 공사를 얼마나 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그럴 능력도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유의 신고가 공정위에 들어오면 법원에서 먼저 공사량과 금액을 결정해서 가져오라고 한다. 법원의 결정이 나면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대금 지급명령 등을 할 수 있다. 이것도 하도급법 적용을 받을 때 가능한 일이다.

사실 그동안 공정위는 정산문제를 민간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해서 도외시했지만 ‘정산절차의 공정한 처리절차’에 대한 제도개선의 여지가 있다. 이번 정부에서 실태 파악과 정산절차 지침 등을 마련해서 분쟁이 생길 때 어느 정도 공정위에서 개입해서 처리할 수 있는 방안도입이 필요하다.

어쨌든 위의 사건처럼 하도급법상 적용을 받지 않는 사건에서는 민간분야의 원가계산 전문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을 듯하다.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방법이다. /공정거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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