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함백산 만항재 눈꽃

함백산 정상까지 눈꽃 만발…
하산길엔 정암사 적멸보궁 기다려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차를 타고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도로다. 만항재는 해발 1330m나 된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가장 높은 도로로 알려진 지리산 정령치나 태백과 고한을 잇는 싸리재보다 높다. 까마득히 높은 산길 구간인지라 겨울철 눈길 운전이 걱정스럽다면 안심해도 된다. 제설작업이 어찌나 완벽한지 놀랄 지경이다. 고한읍을 지나자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진다. 꼭대기가 가까워질수록 창밖은 새하얀 풍경으로 변해간다. 드디어 목적지인 만항재 야생화쉼터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황홀한 광경이 믿기지 않는다. 눈꽃 핀 나무들이 빼곡히 선 환상의 설국. 큰 수고 없이 얻어진 풍경이 황송할 지경이다. 조심스레 숲으로 들어서자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숲속에 가득 찬다.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눈꽃산행을 즐겨도 좋다. 해발 1573m의 함백산은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만항재와 고도차가 243m에 불과해 힘들이지 않고 눈꽃을 감상할 수 있다. 만항재에서 1시간이면 함백산 정상에 닿는다.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하늘숲공원’이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만항재는 원래 눈꽃보다 ‘천상의 화원’으로 유명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로 뒤덮인다. 하늘과 맞닿은 고갯마루에 계절에 따라 야생화가 연이어 군락을 이룬다. 낙엽송 아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야생화를 즐기게 된다. 새벽이면 안개가 자주 몰려와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야생화부터 눈꽃까지 사철 꽃이 만발하는 만항재로 오르는 고갯길은 고원 드라이브의 정수로 꼽힌다. 가끔 180도로 휘도는 구간에서는 탄성이 절로 난다.

만항재 눈꽃을 감상하려면 되도록 이른 시간이 좋다. 안개가 만들어 낸 상고대가 녹기 전에 가야 눈꽃을 볼 확률이 높기 때문. 내려오는 길에는 삼탄아트마인과 정암사 등 볼거리가 많다.

함백산 자락에 위치한 삼탄아트마인은 1970년대 당시 탄광촌으로 전성기를 누리며 석탄산업의 메카로 군림하던 곳이다. 2001년 폐광된 후 2013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갤러리와 역사관, 스튜디오, 예술체험관, 레스토랑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췄다.

삼탄아트마인으로 내려가는 길에 정암사가 자리한다. 문화재자료 제32호인 정암사 적멸보궁과 보물 제410호인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을 둘러보며 고요한 산사의 풍경 소리에 고단했던 일상을 내려놓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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