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만 소장의 하도급분쟁 해법 (27)

모 전문건설회사가 S 공기업이 발주한 공사에 참여했다. 설계 등 모든 게 정확해서 시작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S 공기업이 발주한 공사는 처음부터 물량산정 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채로 시작됐다. 공사 물량이 증가하면 추가로 정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약서에 무조건 추가물량에 대해 정산을 해주겠다는 문구를 넣을 수는 없어서 계약담당자의 말을 믿고 공사를 시작했다.

애초에는 10만㎥의 물량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공사를 진행해 보니 20만 넘게 나왔다. 그러니 당연히 추가공사비가 애초보다 2배나 더 투입됐다. 공기업 계약담당자의 말을 믿고 공사비를 청구하니 일정 금액 이상은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게 무슨 말인가? 내용인즉 이랬다.

공사비가 특정 금액 이상이면 사장까지 결제를 받아야 하는데 추가공사비를 다 지급하면 사장까지 보고해야 할 사업이라서 잘못하면 문책을 당할 판국이란 것이다. 그러니 일정 금액 이하까지만 지급하겠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공기업 담당자의 자세였다. 무려 수억 원의 손실이 발생해도 공기업 담당자는 자기들의 내부절차를 들어서 정산을 제대로 안 해주는 게 말이 되는가? 이러한 사건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이 문제는 공기업 담당자는 스스로 해결 못한다. 자기들의 책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절차적인 문제로 인해서 기업을 골탕 먹이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사건은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으로 신청하면 된다. 다만 민원 신청을 할 때 조건이 있다. 우선 위법 혹은 부당한 처분이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특히 처분이 없으면 권익위도 처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처분이 무엇인가? 거부처분이나 부작위 처분이 문서를 통해서 일어나야 한다. 특히 거부처분으로 인해서 피해를 본 경우에 제기하면 좋다. 이번 경우도 대금 지급요청을 하고 이를 거부한 경우에 고충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서에 어떻게 규정이 돼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공기업이 계약서대로 한 것이라고 말하면 곤란해질 수 있다. 따라서 애초 계약 시 있었던 회의자료, 계약서, 추가물량이 일어나게 된 배경, 거부처분의 공문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해야 한다. 입찰 시에 물량산정을 제대로 했는데도 추가공사가 있게 된 과정을 잘 설명해야 한다. /공정거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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