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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강남 주택수요를 분산시킬 근본처방 없나?
  • 김순환 문화일보 기자
  • 승인 2018.01.2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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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유목성을 잃어버린 한국인은 내 집에 집착하는 정주민(定住民)이 됐다. 그래서 더 넓고 더 좋은 집을 찾아 갈망했다. 2018년 무술년 새해 들어 서울 강남권의 집값 상승을 바라보면 정주민의 성향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것에 다시 놀라게 된다. 

최근 몇 개월 사이에 강남권 집값이 치솟으면서 나라가 시끄럽다. 산적한 국가 경제 현안이 있음에도 경제 이슈가 ‘강남 집값 잡기’가 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경제부처들이 집값에 집중하는 것은 국력 낭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 집값은 역대 정부마다 이슈가 됐다. 이 때문에 오르면 규제하고 내리면 해제하는 정책 변동성이 반복됐다. 최근 20여 년간에는 묘하게도 진보적인 정부는 규제를, 보수적인 정부는 규제완화를 했다. 노무현 정부(2003년 2월25~2008년 2월24일)의 강남 집값 상승이 전 정부의 규제완화 산물이라면 현재의 강남 집값 고공행진도 전 정부의 규제완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강남 집값 문제는 임기응변이나 미시적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애초에 지난 50여 년간 벌여온 인프라스트럭처 정책에 근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50여 년간 지속적으로 강남권과 그 주변 인프라를 확장해 놓고 이제와서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정책은 ‘헛발질’이 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규제로 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강남’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누가 꺾을 수 있다는 말인가.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연면적 비율)을 1000%, 1만%로 올려서 바벨탑을 짓는다고 해도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이 없을까.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듯이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수요를 줄이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강남으로 향하는 주택수요를 분산하는 것이다. 우선 국가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방법부터 시행하는 것이 좋다. 강남권을 주거 아닌 산업과 놀이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주거시설을 줄이면서 비즈니스 시설을 늘리고, 놀 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주거보다 비즈니스 공간을 만드는 것은 의외로 쉽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 부담금)나 임대주택 건축 의무비율 등을 활용하면 된다. 이들 두 가지 규제를 풀고 놀이시설을 가미한 비즈니스 타워와 청년주택을 건립하도록 해야 한다. 재건축 단지마다 비즈니스타워와 청년임대주택을 건립하면 교육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인 강남인 만큼 제격인 셈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공간의 한정’을 극복할 부분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강남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강남급 광역 인프라를 갖춘 대안 도시를 제시하는 것이다. 강북의 낡은 도심에 씌워진 규제를 혁파하고 국가가 직접 재원을 투입해 디지털콤팩트시티를 조성하는 것도 대안도시가 될 수 있다. 강서구 마곡지구 같은 ‘의직주(醫職住) 미니신도시’를 강북권에 조성하는 것이다, 강남권의 공공기관 이전지, 공유지, 낡은 공공건물(동사무소·보건소·문화회관) 등의 용적률을 대폭 상향, 임대주택, 1~2인 가구 주택 등을 다량 공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반포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과감하게 없애고, 강서구 김포공항과 강동구 강일지구로 이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강남급 신도시’ 건설은 불가능하다. 서울에 남아 있는 땅이 없는데 어떻게 강남급신도시를 만든단 말인가.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근본처방을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선물, 국가백년대계다.

김순환 문화일보 기자  s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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