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제19조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계약 등을 체결한 다음 물가변동, 설계변경, 그 밖에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해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계약금액을 조정 한다”라는 ‘계약금액 조정’ 조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부터 제66조는 물가변동, 환율변동,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의 구체적인 절차 및 방법을 적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법령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공공발주공사에서 계약당사자가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를 한다면, 즉 어떠한 경우에도 계약금액 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를 한다면, 이러한 합의는 유효한 것일까요?

기획재정부나 조달청과 같은 행정당국은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는 국가계약법령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유권해석을 해왔습니다(2007. 6. 19. 회제41301-622 등).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공공발주공사에서 계약당사자는 국가계약법령이 규정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위 대법원 판결로 인해 기존 행정당국의 유권해석은 더 이상 유효할 수 없게 됐고, 공공발주공사에서 발주처가 계약금액 조정 조항을 배제하는 합의를 요구할 경우 현실적인 문제를 떠나 법적으로도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져, 향후 공공발주공사 수급업체의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다만 위 대법원 2012다74076 판결은 엄밀히 말해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나, 이러한 합의가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에 해당한다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에 위배돼 무효”라는 취지입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에 해당하는지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 계약에 미치는 영향, 계약체결과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별로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다1569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공공발주공사의 발주처가 계약금액 조정 조항을 배제하는 합의를 요구하더라도, 개별 사안 별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법원이 판단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보입니다.

국가계약법령에 위배되는 부당한 특약인지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해야 하므로, 공공발주공사 계약 체결 과정에서 발주처의 부당한 요구가 있다면 이를 증명할 만한 여러 사정이나 증거(각종 공문, 문서, 녹취록 등)를 평소에 수집, 정리해 두는 한편, 계약 체결 이전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법적 리스크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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