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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집값 끌어올린 ‘유동성 잔치’는 끝나가나
  •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 승인 2018.02.2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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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10년 전 이맘때쯤 절친의 친구인 A씨는 서울 잠실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단지의 33평짜리 아파트를 분양가인 10억원 정도에 매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9월 중순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세계 경제는 급속히 위축됐고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도 파산의 격렬한 영향권 내 있었다. A씨는 바닥이 없는 양 추락하는 집값에 속앓이를 하고 또 해야 했다. 그러다 분양가를 회복하고 1억원 정도 더 오른 2016년 말쯤 아파트를 팔고 그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갔다. 대출이자에 물가상승분까지 감안하면 여전히 손해였으나 이 정도 선에서 판 것도 다행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A씨는 아파트값이 떨어졌을 때보다 지금 훨씬 더 괴로워하고 있다. 자신이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값이 판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시세가 15억원까지 급등해서다. 그 얘기를 듣고 뇌리를 스치는 불안한 예감. ‘단기 급등 여파가 곧 올 수도 있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단기급등 조정을 우려하는 묵직한 경고음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8일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결과 보고서에서 “수도권 아파트값이 다른 지역 대비 급등해 가격 조정 위험이 있다”고 밝히며 대표적으로 연간 5%가 상승한 서울 아파트값을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IMF의 분석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할 범위 내에 있다고 본다. 강력한 수요는 일차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거주 편의성에 대한 숭배가 있고, 이차적으로는 2013년 상반기부터 집값이 반등하면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믿음에 기반한 실거주를 겸한 투자 수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2년 새 부동산시장은 투기라고 봐도 무방할 단기 과열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빈도는 잦아졌고 강도는 세졌다. IMF가 지적한 대로 개인들의 묻지마 아파트 구입과 분양권 전매차익 행렬 동참, 2016~2017년을 휩쓸었던 인기 단어 ‘갭투자’ 등은 비트코인 시세 급등 때처럼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100% 확신할 때 뛰어들 수 있는 행동 방식이다. 지금 시장 흐름은 단기 급등을 인정하고 좀 더 조심스럽게 판을 읽어야 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1~2년 새 집값이 3억~4억원 뛰는 걸 보면 2000년대 중반 미친 아파트값이 연상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현재 시장의 가장 큰 포인트는 투자의 든든한 자금원이었던 저금리 기조가 미국을 선두로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도 조만간 금리 상승에 대한 부정적 작용이 점점 커질 것이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와 재건축 규제 강화 등도 금리 상승과 아울러 집값 상승을 떨어뜨릴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은 국지적 변수에 따른 국지적 가격 움직임을 보이는 경향이 강해 집값 등락에 대한 일반론적 예단은 매우 어렵다. 다만 5년 전 바닥인 시세와 저금리 합작으로 상승장으로 전환한 부동산시장의 폭발적 가열이 단기 사이클상 정점 근처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여유 자금이나 자산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은 부동산을 장기적 투자재로 접근해야 손해를 볼 확률이 낮아진다. 부동산시장 입문 10년의 경험을 반추하며 내린 결론이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zy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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