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적금도’

연륙교로 연결… 꾸미지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 묘한 매력

전남 여수 적금도에는 소문난 맛집도, 관광 명소도 없다. 뭍에서 차를 달려 건널 수 있는 연륙교가 놓였지만 적금도의 시간은 여전히 느리게 흐른다.

적금도는 여수시와 고흥군이 품은 여자만 어귀에 자리한다. 행정구역상 여수시에 속하지만 위치로만 보면 고흥군에 더 가깝다. 2016년 말 고흥군과 적금도를 연결한 팔영대교가 완공된 덕분에 두 곳의 이동이 편리해졌다.

적금도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느릿하게 걸으면서 둘러봐야 한다. 섬 입구쯤에 차를 세워놓고 걷기 시작하자. 전체 해안선 길이가 약 9km로 트레킹을 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마을 중심으로만 돌아도 2~3시간이면 충분하다.

현재 적금도에는 여행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팔영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경사진 길 아래 적금리휴게소가 있다. 이곳에서 미리 식사를 해결하거나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게 좋다.

적금도는 남북으로 길고 동쪽으로 구부러진 형태다. 섬 중앙의 야트막한 언덕을 기준으로 동쪽 해안에 집들이 모여 있다. 적금도 산책의 시작은 팔영대교를 건너 섬 서쪽으로 이어지는 적금뒷등길부터다. 연륙교 공사 현장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기 전 왼쪽 숲속으로 계단이 보인다. 계단 끝에 효열문이 있다. 효행과 열행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세운 비 2기를 보관하는 장소다.

적금뒷등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다 적금농협 창고를 끼고 골목으로 올라간다. 적금분교로 가기 위해서다. 오래전 폐교가 된 터라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은 볼 수 없다. 폐교라고는 하지만 을씨년스럽지는 않다. 낮고 녹슨 쪽문만이 이곳이 폐교란 사실을 알려준다.

적금분교 정문으로 나가 오던 길을 계속 걸어 올라간다. 적금교회와 적금리사무소, 치안센터가 연이어 나온다. 적금도 중심에 해당하는 곳이다. 적금리사무소 마당에는 나이가 400년을 훌쩍 넘긴 느티나무 한 그루가 적금도와 바다를 내려다보듯 서 있다. 교회에서 치안센터까지는 사람 두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이다. 이름난 여행지처럼 시끌벅적한 길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코스다. 창문틀을 노란색으로 꾸민 치안센터는 친근하고 푸근해 보인다.

이제 마을로 내려갈 차례다. 어느 골목으로 갈지 몰라도 상관없다. 바다 쪽을 향해 경사진 길을 따라 내려가면 그만이다. 느릿한 속도로 골목을 빠져나오니 고깃배들을 묶은 선착장 앞이다.

적금도에는 우물항아리가 있다. 섬은 대개 물이 부족하다지만 적금도는 예외다. 땅에 박힌 항아리에 물이 차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한다. 선착장에서 독섬대평길을 따라 북쪽으로 걸어가다 뚜껑으로 덮은 항아리 하나를 발견한다. 뚜껑을 조심스레 열어보니 물을 떠가라는 듯 작은 바가지도 하나 둥둥 떠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짧은 여행을 마감한다. 잠시 머물렀을 뿐이지만 적금도에서의 평온했던 여행은 또 한동안 삶을 지탱할 기운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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