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상 최대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에서 한 아파트 건축현장에서 광고문구가 하나가 눈에 띄었다. 광고 문구는 “내진설계 1등급 아파트”였다.

지진 이전, 포항시민들에게 내진설계 여부는 아파트를 고를 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지진 이후에는 이런 광고문구가 나올 만큼 포항시민들에게 지난해 5.4규모의 지진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2월11일 새벽 4.6규모의 지진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시민들의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지진에 따른 피해도 사상최대였다. 아직도 총 187세대의 403명(2.24 기준)의 이재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흥해실내체육관 등에서 텐트 생활을 하고 있다. 피해액 또한 사상최대인 546억1800만원이며 복구비용은 1439억92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진대응시스템은 너무나 부실했다. 우선, 지진발생 후 피해정도를 평가하고 지진으로 인해 대피한 주민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지 안되는 지를 판단해 줘야 한다. 그런데 그 판단 기준이 매우 애매모호하다. 위험정도에 따라 ‘위험’, ‘사용가능’, ‘사용제한’으로 구분해 건물에 스티커를 붙인다. 

사용제한이라고 적혀있는 스티커를 본 주민들은 이것이 건물에 들어가도 된다는 것인지 안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또한, 지진피해 복구지원 비용은 풍수해를 기준으로 책정된 금액으로 주택이 전파된 경우는 900만원, 반파된 경우는 450만원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15년 전의 기준이다. 현실적으로 완전히 붕괴된 집을 복구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비용이다.

지난 2월7일 대정부 질문에서 본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15년간 동결된 지진피해 복구지원 비용의 현실화 문제를 지적했고, 이낙연 총리도 “단계적으로라도 현실화 할 것”이라고 답했다.

어떤 지진전문가들도 지진발생을 정확히 예측 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진발생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방하고,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복구뿐이다.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진예방대책의 핵심은 내진설계다.

먼저 내진설계 의무대상인 공공시설물 중에도 내진설계 비율이 매우 낮은 시설물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시설이다. 모든 학교시설은 내진설계 의무대상이나 2016년 말 기준으로 내진설계가 된 학교시설은 전체 2만9558개동 중 6829개동인 23.1%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것은 지난 5년간 매년 약 0.3%씩 내진설계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속도라면 앞으로 학교시설의 내진설계 비율을 30% 높이는데 무려 100년이 소요된다. 이제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 시설물에 대한 내진설계 비율을 높이기 위한 집중적인 재정지원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내진설계는 현행법상 그 대상의 범위를 정하는데 있어서도 사각지대가 많다.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석유화학단지’는 내진설계 대상에서 빠져 있다. 석유화학단지 내의 석유저장시설과 같은 일부 시설은 내진설계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위험물질의 이동배관이나 위험물질들의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반응기 등은 내진설계 대상이 아니다. 석유화학단지는 자칫 지진으로 인해 화재나 폭발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량 인명피해와 기간산업의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내진설계 대상을 지정하고 있는 현행 법령은 ‘지진·화산 재해 대책법’이다. 동법 제14조에는 총 31개의 내진설계 대상이 규정돼 있는데 정부는 이번 기회에 앞서 언급한 사각지대를 철저히 점검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내진설계 1등급 아파트’를 광고해야 하는 지진위험지대가 됐다. 정부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안전 1등급 국가를 만들어주길 바라며, 정부는 이번 기회에 지징대응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 해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경북 포항시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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