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입찰 믿을 수 있겠나

전자입찰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대규모 입찰비리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비리를 저지른 업체들이야 법에 따라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더 큰 문제는 전자입찰제도를 이대로 둘수 없지 않겠느냐는 불신이 팽배해 있는 사실이다.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전자입찰을 둘러싸고 입찰비리가 터진 것이 벌써 몇 번인가.

지난 16일 검찰이 발표한 전자입찰 비리는 최근 폭넓게 벌어지고 있는 비리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공공기관 발주공사 전자입찰 과정에 다른 건설업체의 전자인증서를 대여받아 낙찰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740억원 규모의 공사를 부정낙찰받은 혐의로 건설업체 대표 남모씨와 입찰브로커 등 6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남씨 등에게 전자인증서를 빌려줘 공사를 부정낙찰받게 한 뒤 이를 다시 무자격 하도급업체에 하도급을 준 건설업자 등 89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남씨는 지난2002년11월 모 고등학교 신축공사에 대한 전자입찰 과정에서 4개 건설업체로부터 미리 건네받은 건자인증서를 이용, 공사를 낙찰받는 등 2004년12월까지 모두 80건, 발주액 207억3천여만원 상당의 관급공사를 부정 낙찰받은 혐의다.

구속기소된 남씨등 6명이 다른 건설업체들로부터 전자인증서를 대여받는 방식으로 지난2001년부터 최근까지 공공기관 발주의 전자입찰에 참여, 낙찰받은 공사가 모두 409건에 발주액이 74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전자입찰과정이 개인에게 발급되는 공인인증서의 전자서명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나 조달청이 인증서 대여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인증서를 대여받은 뒤 해당 인증서가 전자입찰에서 낙찰 받을 경우 이를 다시 공사 발주대금의 5%가량의 수수료를 받고 해당 건설업체들에게 넘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업체들은 이 공사를 직접시공하지도 않고 다시 무자격업체들에게 저가로 하도급을 주게해 서로 이득을 챙겨왔다.

국민의 혈세가 줄줄이 새는 모습이다. 여기저기서 중간마진이 뜯겨나가고 마지막으로 시공하는 업체도 무자격자인데 공사가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 비록 해킹등 전자입찰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번과 같은 전자입찰제도의 맹점을 그대로 방치해둬선 안된다. 당국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한편 불법하도급 근절방안도 수립해야 한다. 정부가 그렇게 소리높여 무자격자 퇴출을 외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공공공사마저 무차별적으로 무자격자에 의해 시공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한편 본지가 지난달 보도한 바 있듯이 수해복구공사등 지방공사에서 아직도 공공연한 입찰비리가 발생하고 있어 건전한 업체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가 유출과 담합등 고질적인 비리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춘천지검에 접수된 진정서에 따르면 홍천군은 최소한 9건의 공사에 대해 예가를 일부 건설업자에게 사전에 유출했고 건설업자들은 이 예정가격을 150여개 업체에 전파해 서로 담합하여 입찰한 혐의를 받고 있다. 9건의 수해복구공사중 6건의 공사가 예정가격과 단1원의 오차도 없이 금액을 맞췄다고 하니 이를 우연의 일치라고 넘길 수 있겠는가.

더욱이 이중 2건은 각각 3명의 건설업자가 예정가격과 같은 동가를 적어내 낙찰예정자로 선정되는 기현상까지 일어났다니 이를 어떻게 그냥 넘길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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