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수립 불안정성 없애기 위한 목적 정당”

국가에 받을 돈을 5년이 넘도록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소멸되도록 규정한 국가재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재는 서울시의회 의원이었던 A씨가 청구한 국가재정법 96조2항에 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해당법 96조2항은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할 경우 다른 법률에 규정이 없는 것은 5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고 돼 있다.

헌재는 “국가채무에 대해 단기소멸시효를 두는 것은 국가의 채권·채무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고 예산 수립의 불안정성을 제거해 국가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채권자는 채권을 보유해 갖는 이익이 매우 큰 반면 채무자인 국가는 법률 상태가 조속히 확정되지 않을 경우 받는 국가 예산 편성의 불안정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사항에 관한 예산·회계 관련 기록물들의 보존기간이 5년이므로 국가채무 변제를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소멸시효 기간을 이보다 더 장기로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5년이 현저히 불합리하게 정해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국가 채무는 법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돼 채무이행 신용도가 매우 높고, 손해배상청구권과 같이 예측가능성이 낮고 불안정성이 높은 채무는 단기간 법률관계를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민법상 금전채권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반해 사인의 국가에 대한 금전채권은 5년으로 차별이 있지만 합리적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06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가 2심을 거쳐 2009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A씨는 검찰이 허위 증거로 자신을 기소하고 이를 바탕으로 1심이 유죄 판결을 선고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며 2015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법원은 A씨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으며 무죄가 확정된 2009년 5월부터 민법상 소멸시효인 3년이 지났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항소심 재판 중에 소멸시효를 두고 있는 국가재정법 96조2항에 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지난 2016년 1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항소심 법원도 A씨의 청구에 대해 국가재정법 조항을 근거로 2009년 5월 이후 5년이 지났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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