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논단
<논단> ‘칸막이 식 업역’은 융·복합시대에 역행

“산업 간의 경계조차 허물어지는 때
종합·전문업종의 구분은 비효율적
건설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전문건설도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해
기술역량 등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말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건설산업 생산체계 선진화의 일환으로 칸막이 식 업무영역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까지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건설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보수적인 기술 활용과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안고 있는 가운데 급속한 변화의 물결을 헤쳐 나가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2016년 국토연구원 건설업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 이상이 현재 종합과 전문 업종 분류에 대해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토교통부의 행보는 다행이다.

시설물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많은 전문 분야 참여가 필요하다. 건설 프로세스로도 기획-설계-시공-유지관리 전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시공의 경우 현재 건설업으로 등록해야만 참여가 가능하다. 건설업은 다시 토목, 건축 등 5개 업종의 종합건설업과 실내건축, 토공 등 29개 업종의 전문건설업으로 구분하고 해당 업무범위 내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건설공사의 일부분인 전기, 통신, 소방 등 분야도 각각의 법령에 따라 따로 업을 등록해야만 공사를 할 수 있다. 

공사 종류를 세분화해 분야별로 시공하게 규정한 것은 분야별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반복시공을 통해 시공기술 축적과 기술향상을 도모하려는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18세기 말 아담 스미스는 전문화는 각자의 기능을 초고도로 발휘할 수 있어 생산능률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한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루에 1개 핀을 만든다면, 18개 공정으로 나누어 열명이 분업하면 4만8000개 핀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1명으로 따지면 4800개 만드는 셈이다. 이러한 개념을 20세기 초 헨리 포드는 자동차의 조립라인에 적용해 분업을 통한 작업의 전문화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그렇다. 우리의 건설생산체계도 100년 전 2차 산업 시대 패러다임과 많이 닮은꼴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우리는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융·복합이 일어나 산업 간 경계조차도 쉽게 허물어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형태와 생산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때이다. 현재와 같은 경직된 칸막이 식 업무영역 구조로는 이러한 변화를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융·복합 첨단기술의 시장진입이 제한되고, 탄력적인 복합 생산조직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과 한국건설관리학회의 공동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조사한 3만9766개 전문건설업체 중 35% 업체들이 등록·유지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2개 이상 업종을 등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이상 업종 등록을 한 업체도 402개로 조사됐다. 특히 기술적으로 연계된 업종에 대해 복수 등록의 경향이 강했다. 예를 들어 토공사업 등록을 가지고 있는 업체 4989개 중 79%가 철근·콘크리트공사업, 42%가 상·하수도설비공사업을 함께 등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복수등록 경향을 가지는 업종을 중심으로 업종을 통합할 필요도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한편으로, 과도한 업무영역 세분화는 전문건설업체를 전문성보다는 하도급을 통해 공사에 참여하는 주체로 먼저 인식되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 트렌드는 설계단계에서부터 시공자 참여를 유도하는 CMR(CM at Risk), MPC(Multiple Prime Contract) 등 발주발식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건설업체도 원도급 능력을 배양하도록 해야 한다. 외국 선진국은 법·제도상 건설업 내 주체가 엄격하게 규정되지 않아 시장 내 자유경쟁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건설산업 내 생산주체가 법률적으로 역할이 구분돼 각각 고유한 영역을 갖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는 전문건설업체도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공사 관련 의사결정을 내리고 기술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경험을 차츰 축적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시공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면서 기술발전과 시장변화 그리고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건설생산체계에 대해 깊이 고민할 때이다.

세계는 경제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경쟁력이 있는 유연한 건설생산체계는 현재와 미래를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하나가 바로 건설산업의 칸막이 식 업무영역 구조를 새롭게 정비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발주자 등 수요자는 건설서비스를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원활하게 받을 수 있고, 건설업체인 공급자는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통해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건설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종합건설과 전문건설 간, 그리고 전문건설업종 간의 동반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서명교 원장  mksuh21@ricon.re.kr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종료된 연재물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