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공동대책위원회라는 곳에서 수십통의 메일이 오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안전진단을 강화하면서 재건축이 어려워진 주민들이다. 요약하자면 “우리도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의 재건축 방안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할만하다. 정부의 이번조치로 직격탄을 맞는 곳은 서울 양천구, 강동구, 노원구, 마포구 등 비강남권이다. 강남권은 지난 정부의 부동산 완화정책을 틈타 상당한 단지가 재건축을 끝냈고, 이를 통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제 비강남권에서 재건축을 하려하니 이를 막아서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은 다음달 내로 ‘비강남 차별 방지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겠다고 했다. 또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고 헌법소원을 하고, 낙선운동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들 주민들의 이기심만을 탓하기는 어렵다. 강남과 비강남의 집값이 너무 벌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같은 서울 하늘인데도 강남이냐 강남이 아니냐에 따라 집값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나마 강북은 좀 낫다. 강남과 비서울의 격차는 하늘과 땅이다. 최근 2~3년 사이 그 격차는 한도 끝도 없이 벌어졌다. 이래서는 로또나 가상통화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을 뭐라 하기 힘들다. 

정부로서는 규제가 당연한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과연 그런다고 강남집값이 잡히겠느냐는 것이다. 서슬퍼런 정부 규제에 잠시 웅크릴지는 몰라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더 큰 폭으로 가격이 뛸 수 있다. 강남수요는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숨어있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

최근 열렸던 국회의 한 조세관련 토론회는 그런 점에서 신선한 영감을 줬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현행 ‘종합소득세’를 폐지하자고 했다. 지금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 일해서 얻는 소득은  누진과세를 하는 반면 부동산임대소득(연 2000만원이하)·양도소득·이자배당소득 등 자본에서 창출된 소득은 저율로 분리과세를 하고 있다. 즉 노동소득은 많이, 자본소득은 적게 세금을 매긴다. 과거 노동소득이 주요 소득원일때 만들어진 세법체계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자본소득을 우대하고 있다. 일해서 번 2000만원은 족족 세금을 떼가면서 부동산을 임대해 얻은 소득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은 넌센스다. 내년부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도 세금을 부과한다고는 하지만 시행이 될지는 연말까지 가봐야 아는 일이고, 설사 과세가 된다고 해도 분리과세(14%)여서 특혜는 계속된다.

유 교수는 그 대안으로  ‘자본이득종합세’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종합이득종합세는 자본에서 파생된 소득은 세금을 많이 떼고 노동소득은 적게 떼자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부동산임대소득(2000만원이하)·양도소득·이자배당소득은 누진세로 전환하는 반면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비례세(단일세율)로 바꿔 부담을 낮춰주자고 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노동소득이 종합소득보다 우대를 받게 된다.

부동산 규제만으로 부동산을 잡기 힘들다. 일을 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한 투기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노동소득이 우대받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하다. 단번에 노동자의 지갑을 두툼하게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우대를 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은 들게 해야 한다. 때마침 정부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보유세 개편 등을 논의한다고 한다. 묘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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