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문건설신문의 ‘건설적폐 시리즈’가 6회에 이르렀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종합건설업체의 횡포에 피눈물을 흘렸다는 전문건설업체의 억울한 하소연이 쌓이고 있다. 종합건설업체의 무지막지한 갑질에 대한 한 업체의 호소는 또 다른 업체의 고발을 불러오고 있다. 건설업의 ‘미투(me too)운동’이다. 하소연과 억울함의 내용은 제 각각이지만 본질은 똑같다. ‘갑’이 ‘을’의 약점을 이용해 착취한다는 것, 착취에 항의하면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시리즈 1회에는 부영의 동탄2 신도시 아파트 공사에 참여했다가 부영의 횡포로 부도위기에 몰린 철근콘크리트 전문업체의 사연이 소개됐었다. 이 회사의 제보로 부영이 내역서 미교부, 부당한 비용 부담, 감리 월례비 전가, 기성금 지급 방식 왜곡, 현장관리 인력 축소 및 비용 떠넘기기 등 각종 하도급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러 전문업체가 역시 부영에 의해 크고 작은 시달림을 당했다고 알려왔다.
시리즈 3회에는 보증금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꺼리는 하도급업체의 약점을 악용해 돈이 되는 공사는 가로챈 후 기성금을 깎고, 실행 단가 책정 오류로 인한 손해는 하도급업체에 전가시키는 종합건설업체의 치사하고 지저분한 행태가 피해 당사자인 하도급업체에 의해 고발됐다. 이들 종합건설업체들은 하도급업체가 항의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청구하는 악랄한 짓거리도 서슴지 않았다.
시리즈 4, 5, 6회에도 ‘타고난 강자 종합건설업체’에 대한 ‘만년 약자’ 하도급 전문건설업체의 고발이 이어졌다. 더 구체적이고 더 생생한 피해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완공 1년이 지나도록 추가공사비를 지급하지 않던 종합건설업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행위로 고발한 이 회사의 협력업체 9개 회사의 기막힌 사연이 알려졌다. 또 경기 이천의 한 종합건설업체는 첫 거래하는 전문건설업체에게 현금으로 공사비를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척하다가 반년도 안 돼 공사비 지급을 미루거나, 구두 공사계약 후 대금을 떼먹고 대금지급보증도 안 한 것으로 드러나 공사는 뒷전에 두고 이런 사기극과 다름없는 짓으로 돈을 벌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종합건설업체들의 비리와 착취에 대한 전문건설업체들의 제보와 폭로 행진은 미투 운동처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한 업체가 제일 먼저 용기 있게 부도의 위험과 ‘갑들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생존 차원의 위험을 무릅쓰고 폭로를 하자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도 당했다’, 혹은 ‘나는 이렇게 당했다’라고 고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피해를 폭로하는 것만이 그동안 사회적·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자신을 보호하면서 제2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한 ‘미투 운동’의 피해자와 같은 심정으로 폭로에 나섰을 것이다.
종합건설업체의 갑질을 몰아내자는 건설업 미투 운동은 더 많은 피해업체들이 이에 동참하는 한편, 정부 당국이 문제 해결에 일찍이 없던 각오로 나서지 않는다면 무위로 그칠 것이다. 이 역시 미투 운동과 마찬가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