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적폐 고발 (7) - 협력업체 잡아먹는 원도급사 사례

“아직까지도 건설현장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그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업체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루속히 사라져야 할 건설업계의 적폐다”

최근 대림산업 전·현직 직원들로부터 갑질을 당한 것으로 밝혀진 토공사 전문건설업체인 ㈜〇〇건설 대표 B씨가 경찰조사에서 밝힌 진술이다.

지난 20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대림산업의 전·현직 임직원 11명이 하도급업체로부터 토목공사 추가 수주 및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허위증액 등의 부정한 청탁과 함께 6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형 시공사인 대림산업 간부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 대림산업 본사 사무실 압수수색·계좌추적·관련자 조사 등으로 혐의사실을 밝혀내고 혐의가 중한 현장소장 2명은 구속하고, 전 대표 A씨 등 9명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전·현 임직원 11명 적발
관행 근절때까지 지속 단속키로
하도급사 “금품 거절하면 보복”

경찰청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대림산업에서 시공한 ‘하남미사지구 택지조성 공사’, ‘서남분뇨처리 현대화 공사’, ‘상주-영천간 민자 고속도로 공사’, ‘시화 상수도공사’ 등의 토목사업본부장·현장소장·감리단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의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한 금품요구 이유는 참으로 다양했다. “하청업체 평가를 잘 해주고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증액시켜 주겠다”는 등 각종 명목으로 지속해서 금품을 요구해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C씨(54)는 ‘상주-영천 간 민자 고속도로 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면서 딸의 대학입학 선물로 고급 외제승용차(BMW)를 요구해 받는가 하면 발주처 감독관들의 접대비 명목 등으로 13회에 걸쳐 모두 2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

‘하남 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조성 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했던 D씨(60, 구속)는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감독관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모두 10회에 걸쳐 1억4500만원을 받아냈다.

공사현장의 총 책임자이며 현장소장들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던 당시 토목사업본부장이었던 대림산업 전 대표 A씨(60세)는 아들 결혼 축의금 명목으로 부인을 통해 현금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한편, ‘상주-영천 민자 고속도로 공사’ 현장의 공정을 총 관리감독했던 감리단장 E씨(55)도 각종 공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회에 걸쳐 모두 1600만원을 뜯어냈다.

경찰은 대림산업 임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하도급업체 B대표도 배임증재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B대표는 “갑의 위치에 있는 시공사 간부들이 노골적으로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사 트집을 잡거나 중간정산금 지급을 미루는 등 횡포를 부렸다”며 “하도급 협력사 관계 유지도 어렵기 때문에 을의 위치에 있는 하도급업체로서는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찰청은 이번 수사로 대형건설사의 갑질 관행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고 보고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지속적인 단속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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