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에서는 일자리가 없어서 난리라는데, 다른 쪽에서는 일할 사람을 못구해 애태우는 기막힌 수급 패러독스. 건설업계는 말문이 막힌다. 마지못해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도 고용해 공기를 맞추려 해보지만 정부의 단속 앞에 또다시 좌절하고 만다.(대한전문건설신문 2018년 3월 19일자 1면 보도)

우선 통계를 살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취업자 증가폭이 10만 명을 간신히 넘었다. 2010년 1월 이후 8년 만에 최악의 고용지표다. 그나마도 건설업이 선방해서 이 정도라고 한다. 이 통계치는 일자리가 늘지 않아 고용악화가 심각한 지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 다른 통계를 보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얼마 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현장의 인력수급이 내국인근로자만으로는 8만여 명이 부족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소벤처기업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50인 이상 고용하는 중규모의 건설사 30%가 내국인 구인난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내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 없어서라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위의 통계들은 산업별 일자리 수급불균형의 심각성을 나타낸다. 어떤 곳은 일자리가 부족한데, 다른 어떤 곳은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사람 마음이 쉽고, 편하고, 돈 많이 주는 일자리 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건설 근로자의 임금이 다른 업종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부족한 8만여 명의 내국인 건설 근로자를 내국인으로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돈보다도 쉽고 편한 일을 찾는 요즘 분위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결국 외국인 근로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합법 체류자들은 여기저기서 일을 하고 있다. 합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찾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마지못해 고육책으로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해보지만 단속에 걸리면 과태료는 물론 합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도 일정기간 고용을 못하는 고용제한 조치를 당하게 된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인력난 대안 없이 단속만 강화할 게 아니라 제발 건설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솔로몬의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겠다는 것도 아닌데 그저 규제만 하고 있어서 되겠는가. 내국인이 꺼리는 일자리에 합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를 늘려주든가 아니면 내국인 근로자가 건설업으로 들어오게 하는 유도장치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대책마련보다 손쉬운 불법체류 단속에만 신경을 쏟고 있으니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다.

정부는 입만 열면 “일자리, 일자리”하고 부르짖는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모자라서 애태우는 건설 일자리에 대해서는 먼 산 불구경 하듯 하고 있다.  정말로 일자리를 원한다면 건설 산업쪽으로 내국 인력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할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단속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수급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건설 산업의 장·단기 인력수급계획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건설의 역동성이 없는 나라는 죽은 나라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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