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운상가의 변신

1968년 문연 국내 첫 전자상가
쇠락길 걷다 젊음으로 재생
전망대·카페 등 활기 되찾아

다시세운교는 세운상가 3층 왼쪽 출구에서 시작해 청계상가, 대림상가를 잇는 58m 길이의 공중 보행교다. ‘다시세운교’라는 이름에서 다리의 역사가 짐작된다. 다리는 청계천 공사 당시 철거됐다 12년 만에 되살아났다. 다시세운교 위에서는 청계천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10여 년간 잊고 있던 풍경을 되찾았다. 3층 높이 다리 아래, 세로로 길게 뻗은 청계천이 흐른다. 청계천 변을 걷고 싶을 땐 세운상가에서 청계상가로 넘어가는 지점의 계단을 이용한다.

두 상가가 연결되는 구간에는 오래된 가게와 새로운 가게가 사이좋게 이웃한다. 빛바랜 간판의 조명가게에서 다섯 발자국만 걸으면 연보라색 간판의 카페가 나타난다. 젊은이 취향을 저격하는 카페와 밥집이 생겨나며 거리는 부쩍 활기를 띤다.

쉰한 살의 세운상가는 수많은 사람이 지켰다. 5층부터 8층에는 온갖 기술자들이 머무른다. 그들은 어엿한 장인이다. 등을 한껏 구부린 채 손톱만 한 부품을 들여다보고 수리한다. ‘세운상가에서는 부품만 있으면 로봇도 만들어낸다’는 말이 생긴 것도 이들 덕이다.

새로움 속에서도 옛 모습을 잃지 않은 세운상가. 건물의 백미라는 ‘ㅁ’자 중정도 여전하다. 8층에서 내려다보면 겹겹의 난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무 난간은 긴 세월,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 윤이 난다. 반투명 아크릴 유리천장으로 들이치는 햇살이 눈부시다.

도심 한복판에 숨을 고를 수 있는 전망대가 생겼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세운상가 꼭대기, 9층은 옥상이다. ‘세운옥상’이란 이름도 붙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내리면 북쪽으로 종묘, 남쪽으로 남산 N서울타워, 동서로 파란 슬레이트 지붕을 인 상가와 우뚝 선 고층빌딩이 360도로 펼쳐진다. 어디를 봐도 멋이 있지만 눈이 시원해지는 전망은 종묘 쪽이다. 엘리베이터 옆 나무데크 뒤에 아담한 도시 텃밭이 있다. 레몬밤, 애플민트 등 이름만 들어도 싱그러운 허브들이 파릇파릇 잎을 틔울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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