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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부동산 가치를 바꿀 미세먼지 공포
  •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 승인 2018.04.0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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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 온 고농도 미세먼지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출퇴근길을 오가는 시민들 중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지난주 맞닥뜨린 최악의 미세먼지는 중국보다 농도가 더 높아 필자처럼 미세먼지에 둔감한 사람까지도 마스크를 착용할 정도로 일반 시민들의 경각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언론은 연령대별로 미세먼지 흡입량을 최소화할 마스크 종류와 착용법 등 관련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언론의 적극적인 반응만큼이나 시민들의 걱정도 크다. 계속 한국에 살아도 되는 건지는 애교에 속하는 고민이다. 유럽 국가로 이민을 준비하는 몇몇 인터넷 카페에는 가입자 수가 순식간에 몇 배 증가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미세먼지를 피해 강원도로 ‘이민’갔다는 지인들의 전언도 심심찮게 들린다. 공기청정기 매출은 3월25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6% 증가하는 등 미세먼지 관련 제품들은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심지어 방독면이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로 등장하기도 했다.

필자가 거주하는 인천 서구 청라지구는 서해안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다. 아침 방송에서 TV 기상캐스터의 미세먼지 예보를 듣지 않더라도 심각한 정도를 직관할 수 있는 지역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7시30분 집 거실에서 밖을 바라보고는 아연실색했다. 해무 영향이 조금 있었겠지만 마치 베이징에 있는 듯한 뿌연 하늘과 거의 보이지 않는 창 밖 풍경에 아연실색했다. 미세먼지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부동산 가치 하락에 큰 변수로 떠오르겠다는 직감이 왔다.

궁금해 즉각 인터넷에서 ‘미세먼지와 부동산’이라고 검색을 해 봤다. 서울 서부 외곽 시군 지역 부동산업체들이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미세먼지 청정지역’이라는 큼직한 제목과 함께 매물을 적극적으로 홍보 중이었다. 건설업계와 분양업체들은 도심 내 숲이 미세먼지 농도를 많이 떨어뜨린다며 긍정적인 관점에서 숲이나 공원 인근 아파트를 홍보하는 추세다. ‘숲세권’(숲 인근 권역) ‘공세권’(공원 인근 권역)과 같은 신조어가 회자되는 빈도가 점차 느는 것도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특히 미세먼지에 민감한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더할 태세다. 국립산림과학원 조사 결과 도심보다 숲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최대 45%까지 떨어져 녹지와 쾌적한 주거 환경 간 상관성은 입증됐다. 

문제는 이런 마케팅 차원의 미세먼지 영향을 넘어선 근본적인 부동산 가치에 대한 우려다. 미세먼지 원인 유발의 30~50%가 중국으로 추정되고 정치경제적 이해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가 중국을 향해 미세먼지를 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 지금보다 더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가 더 빈번하게 대한민국을 공습하며 주거의 쾌적성을 침해할 때 부동산 가치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리먼 브러더스’ 파산의 공포를 10년 만에 겨우 다 떨쳐냈는데 범부처 정부 대책은 약발도 안 먹히는 미세먼지의 공포라니. 우리들의 건강을 조금씩 갉아먹는 미세먼지처럼 미세먼지가 부동산시장에서도 소리없는 침공자가 돼 부동산 가치를 야금야금 떨어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이런 와중에도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 하늘을 이고 하루를 살아간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zy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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