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만 소장의 하도급분쟁 해법 (36)

A전문건설업체가 몇 개월 전에 연구소로 왔다. 내용은 8억원의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도급법상 모든 사항을 체크해서 법위반 내용을 9개나 정리해서 공정위로 보냈다. 그러자 상대방 측에서 합의를 하자고 하면서 이 건에 대해 취하를 하면 어디 어디 공사를 주겠다고 하더란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은가? 건설 대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날 수억원의 자금을 협력사에 선뜻 지불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제안을 한다. 이런 경우에는 현재의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을 드린다. 건설 대기업의 담당자는 이런 상황을 모면하고자 일종의 기만적 제안을 한다.

어느 지역 토목 전문건설회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 회사는 한 현장에서 손실이 3억원이 발생했다. 그랬더니 다른 좋은 조건의 현장을 준다고 해서 거래를 했다. 그렇지만 그 현장에서도 2억원의 손실이 났고, 또 유사한 내용으로 세 번째 공사를 맡았다. 역시나 그 공사에서도 4억원 정도의 손실이 났다. 3개 현장에서 거의 10억원 가까이 손실이 나니 회사가 견디겠는가? 결국 부도가 났고, 그 이후에야 불공정하도급으로 신고를 하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협상이 들어오면 전문건설업체는 고민이 된다. 만약 상대방이 그런 제안을 문서로 한다면 모를까 구두로 하면 십중팔구 약속이 이행 안 된다고 봐야 한다. 특히 대기업 담당자는 퇴직을 언제 할지 모르니 믿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국내 3위안에 들어가는 건설 대기업의 부사장이 그와 유사한 제안을 하면서 부사장 말도 못 믿냐는 말에 거래했다가 수십억원의 손실을 본 사례도 있다.

구두로 하는 거래는 결국 한번은 터진다. 제안이 기만적이라는 것을 모르고 현재의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것은 두고두고 부담되니 현재의 사건은 어찌 되든 끝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다. /공정거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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